•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지는 오는 10월 26일은 공교롭게도 102년 전에 안중근 장군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날이다. 때문에 투표에 임하는 서울시민은 한번쯤 안중근 장군의 남다른 위대함, 그리고 그분이 꿈꾸었던 독립국가 대한국(大韓國)의 모습을 떠올렸으면 한다.  

    안중근 장군은 이승만 대통령, 김구 주석과 같은 황해도 출신이었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두 분과는 달리 부잣집 맏아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어울리고, 말 타는 것을 좋아했으며, 청년이 되어서는 기생집 출입과 술 마시고 노래하며 춤추는 것을 인생의 낙(樂)으로 여겼던 분이었다.

    그러던 장군이 삶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26세 때인 1905년이었다. 즉,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부친이 세상을 떠나는 국가적ㆍ개인적 슬픔을 동시에 겼었을 때였다. 그때 장군은 대한 독립의 날까지 술을 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순국하시던 순간까지 4년이 넘도록 그리도 좋아하던 술을 단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다. 술 한 잔을 입에 대지 않을 정도이니, 기생집 출입이나 노래와 춤을 일절 즐기지 않았고 호의호식도 멀리 했다.

    이렇게 인간적이고 평범하지만 너무도 위대한 결심을 하고 실천하는 것보다 더 거룩한 삶이 어디 있을까? 이는 우리가 그분에게서 배울 가장 중요한 덕목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장군은 술을 끊은 후, 전 재산을 처분하여 학교를 세워 청년 의식개혁을 도모했다. 그리고 자신을 국가와 민족을 위한 제단에 바쳤으며, 심지어는 가족 모두를 희생과 시련 속으로 몰아넣었던 분이다.   

    인간 안중근의 삶과 정신은 바로 이런 점에서 이승만ㆍ김구의 그것과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천박한 비교인지 몰라도 필자는 장군의 서예 작품이 다른 두 분의 그것보다 수십에서 수백 배나 높은 값에 거래되는 이유를 여기서 찾고 싶다.

    안중근 장군의 삶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또 있다. 장군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이 세상 누구보다도 존경했던 분이다. 오죽하면 독립의 꿈이 이뤄지면 평생 워싱턴을 추모하고 숭배하며 살고자 했었겠는가?
    조지 워싱턴은 독립전쟁 때 미국 정규군도, 장군도 아니었다. 그저 식민지군으로 별을 세 개 달고 싸웠을 뿐이다. 조지 워싱턴이 미국 육군 중장이 된 것은 대통령을 2차례 역임하고 난 후 사망하기 1년 전(1798년)이다. 그리고 미국 독립 200주년(1976년)에는 원수로 추증되었다. 안중근 장군은 이런 조지 워싱턴을 잘 알고 있었고, 그를 닮고 싶어 했다.

    장군이 순국하신 지 어언 101년.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 부럽지 않은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국가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그분을 대한민국의 장군으로 추증하지 않고, 장군으로 부르지도 않는다. 그분의 영혼에게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 빨리 그분이 대한민국의 장군이 되고, 그렇게 호칭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안중근 장군의 꿈은 조지 워싱턴이 그러했듯이 독립을 쟁취하고, 이 땅에 미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가 꽃피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분이 바랐던 민주주의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그분이 몸소 결심하고 실천했듯이 가진 자가 자신을 절제하고 희생하는, 즉 수신(修身)이 우선하는 민주주의였다.

    이런 점에서 안중근 장군이 염원했던 대한국(大韓國)의 이념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와 달랐으며,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와도 엄연히 달랐다. 그분은 가진 자가 남의 희생과 세금으로 생색내는 '사이비 민주주의'가 아니라, 가진 자의 자기 절제와 희생을 바탕으로 실현되는 '홍익(弘益) 민주주의'를 꿈꿨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며 그 이념과 가치를 대표하는 도시이다. 10월 26일 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입후보자나 유권자가 한번 쯤 자신의 삶과 생각을 안중근 장군의 그것과 비교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 결과 서울을 뉴욕도, 베를린도, 런던도, 파리도, 도쿄도, 베이징도, 모스크바도 감히 꿈꿔보지 못한 한국식 '홍익 민주주의'의 성지로 만들 야심찬 일꾼이 탄생되었으면 한다. 이것이 일제에 의해서 시신이 철저히 유기되어 제사상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안중근 장군에 대한 우리의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