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총회가 다음달 창원서 개최"북한 토지황폐화의 심각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해야"
  • ▲ 빅터 테플리아코프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 빅터 테플리아코프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한반도에 사막화의 우려가 크다. 지난 20여년간 약 260만 헥타르의 산림 훼손이 발생한 북한 이야기이다. 유엔식량기구(FAO)에 의하면 북한은 1990년에 산림 면적이 국토 면적의 68%였으나, 2010년에는 47%로 떨어져 무려 21%의 절대감소를 보였다. 이는 매년 서울 면적의 약 2배에 해당하는 12만7000헥타르의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북한은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지진, 전염병, 홍수, 태풍 등 총 28회의 자연재해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홍수로 모두 19회에 이른다. 같은 기간 중 사망자 1899명의 96%, 피해액 2300만달러의 65%가 홍수로 인한 것으로 보고됐다. 그만큼 홍수 피해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홍수는 재해의 시작에 불과하다. 가뭄에 이은 사막화가 더 문제이다. 암석에서 1㎝의 토양이 자연풍화에 의해 생성되려면 수십 년 이상 소요된다. 하지만 홍수는 토양을 순식간에 앗아간다. 농경지의 손실은 추가적인 산림 훼손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토지와 산림 훼손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앙상한 관목만 자라는 사막이 되는 것이다.

    3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1995~1996년도 홍수에 이어 1997년에는 심각한 가뭄이 들이닥쳤다. 당시 북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댐 수위는 평균 20% 이하였고 40만 헥타르의 농경지가 가뭄 피해를 입어 곡물수확의 30%가 감소했다. 그리고 식량난의 고통이 뒤따랐다. 또 2007년에 610명의 사망자를 낸 홍수에 이어, 2011년에는 훨씬 심각한 홍수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국제적십자는 이번 홍수 피해 상황을 '재난적 수준'이라며 미화 442만달러 상당의 긴급 지원 요청을 한 바 있다. 최근 자료 수집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몽골 국립대학의 바타르빌레그 교수는 15년 전의 가뭄과 유사하거나 더 심각한 가뭄이 다시 올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북한 사막화의 진행이 곧 과학적으로 밝혀질 것 같다.

    다음 달 창원에서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총회가 개최된다. 이와 관련해서 논의될 주제는 사막화, 토지황폐화 및 가뭄이다. 이에 따라 의장국인 한국은 북한의 심각한 토지황폐화 상황과 함께 중국·몽골 등 동북아 사막화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킴으로써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낼 예정이다. 동시에 그동안 한국의 산림 관련 ODA(공적개발원조) 사업과 성과도 알릴 기회를 맞은 셈이다.

    발리에서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이번 총회에서 다뤄질 의제들을 지역별 당사국들이 검토하는 아시아지역 그룹회의에 참석한 북한의 UNCCD 대표단은 주요의제들을 검토함과 동시에 북한 토지황폐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공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번 UNCCD 제10차 총회에 북한 대표단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으며 국제기구 차원과 민간기구들을 통해 북한의 이번 총회 참석을 유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UNCCD 총회에서 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에 북한 사막화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힘을 합해 조림(造林)을 포함한 사막화를 막을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아무리 폐쇄적인 북한이라도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산림 훼손을 막자는 진솔한 마음은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