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람보다 더 믿었는데...독침이라니..."
  • ▲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자료사진
    ▲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자료사진

    “그가 간첩이라고? 난 국정원 직원보다 그를 더 믿었었다.”

    북한 간첩으로부터 ‘독침 테러’ 위협을 받은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16일 ‘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사건 당일까지도 그가 간첩일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나에게는 단지 고마운 사람일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국정원은 최근 북한의 지령에 따라 박상학 대표 등 남한 보수 인사들에 대한 테러를 기도한 40대 후반의 안모씨를 체포해 국가보안법 6조 잠입ㆍ탈출 등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박 대표는 안씨에 대해 “지난 2001년 탈북자동지회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안씨는 대한민국 특전사에 해당하는 ‘항공육전대’와 북한의 최정예 간첩요원 양성소로 알려진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을 나왔다”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첫 만남 이후로도 안씨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안씨가 지난 2006년 돌연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10년 전 탈북해 국내에서 활동하다 수년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점에서 미뤄 볼 때 (안씨가) 국내 입국 이후 북한에 포섭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중순께 안씨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고 한다. “대북전단 활동을 도와줄 후원자를 구했으니 만나자”는 제의였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박 대표는 “당시 안씨가 간첩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후원자를 연결해주려는 고마운 분으로 판단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안씨가 검거되는 과정에 대해 “평소부터 국정원은 안씨의 행색을 수상하게 여겨 그를 항상 경계ㆍ감시해왔다”면서 “지난 3일에도 서울지하철 논현역에서 안씨를 만나기로 약속했었지만 국정원 측에서 나가지 말라고 해서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홀로 약속장소에 나간 안씨가 이날 국정원 직원들에게 붙잡힌 것 같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당시 안씨의 옷에는 독침이 감춰져 있었다. 독침은 최근 중국 동북3성 지역에서 확인되고 있는 대북 선교사 등 국외의 반북(反北) 인사 피습ㆍ피살 사건 등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 공격 수단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안씨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국정원 직원들을 원망했었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지금은 국정원 직원들이 나에겐 은인이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박 대표는 또 ‘안씨를 왜 그렇게 신뢰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보통 남파간첩에게 10년 동안 임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주위의 경계심을 허물어트리기 위한 것이다”라며 “탈북자로 위장한 안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당시는 안씨를 의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현재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구체적인 당시 상황 등을 밝힐 순 없지만 수사가 끝나는 직후 언론에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