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가 사는 길 죽는 길  
      
    김정일을 딱 잘라 반대하면 살고, 김정일을 반의반만 신뢰해도 죽는다. 
    최성재    
      
    2004년 3월 12일 정치깡패가 신성한 국회를 장악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를 유린했다.
    김근태, 정동영, 유시민 등은 기관총 협박과 화염방사기 패악으로 국회의원 3분의 2라는 꿈의 다수를 단숨에 쥐구멍에 몰아넣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여야 국회의원은 어사또 출도에 혼비백산한 탐관오리처럼 뿔뿔이 흩어졌다.

    국민의 눈과 귀 방송이 죄다 정치깡패의 국회 쿠데타를 역사적 민주혁명이라 찬양하며 12시간 연속으로 현장 중계했다. 이성과 토론과 다수결이 사라진 국회에서 천사가 악마되고, 악마가 천사되는 것은 그처럼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웠다. 군인이 탱크로 국회의 문을 가로막는 것보다 고약한 일이 벌어졌다. 군인이 헌정을 중단하면 방송은 마지못해 주어진 원고를 읽느라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지만, 정치깡패와 한 패거리인 방송은 진심으로 그에 동조했기 때문에 온갖 감정이 다 실렸다. 이수일과 심순애의 신파조에서 <가을동화>의 멜로물을 거쳐 평양방송의 엽기적 발악에 이르기까지!
     
    정치깡패에 의한 국회와 방송의 완벽한 장악은 그 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까지 계속되었다. 북에서는 인민이 가장 행복한 태양절이라고 난리였고, 남에서는 신생 깽판 정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넘었다고, 위대한 국민이 승리한 날이라고 법석이었다. 그들이 호언장담한 3분의 2는 한참 못 미쳤다.

    홀연히 나타난 박 다르크 때문이었다. 박 다르크는 국민의 눈과 귀가 온전히 장악된 상황에서 호화당사도 숫제 나라에 기부해 버리고 화장실도 수도도 없는 천막에 기거하면서 무기라곤 오직 하나 하얀 붕대를 손에 감고 일제시대처럼 말과 글을 빼앗긴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손을 꼭 잡고 어깨를 꼭 끌어안고 눈과 눈을 마주쳤다. 그들에겐 말이 필요 없었다. 얼과 얼이 바로 통했다.
    “민주주의를 살립시다. 자유민주를 살립시다.”
    “나라를 되찾읍시다.”
     
    정치깡패들은 방송과 인터넷과 신문을 총동원하고 자발적 홍위병을 있는 대로 긁어모아 공포 분위기 선거를 통해 국회를 장악하고 동시에 사법부에 무차별 협박을 가하여 한 달 후 연금된 꼭두각시 장군도 구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완전히 짓밟을 수는 없었다. 갖은 협박과 저열한 선전선동에 굴하지 않고 국민이 3분의 1이 넘는 자리를 박 다르크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박 다르크는 그 후에도 크고 작은 전투에서 전승을 거두었다. 40전 40승!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 밀려났다. 적은 가까운 데 있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뻐꾸기에게 둥지를 고스란히 빼앗겼다. 그 후 박 다르크는 더 이상 박 다르크가 아니었다. 인민재판 화형을 간신히 면하더니, 선문답이나 일삼는 제3자로 전락했다.
     
    광화문이 100일 동안 무법천지로 변할 때도 숨어 있었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조롱당할 때도 숨어 있었고, 적화공작(赤化工作)이 민주항쟁으로 뒤바뀔 때도 숨어 있었고,
    두 번 세 번 김정일이 서해로 어뢰와 대포를 쏘아 무고한 생명을 오락하듯이 살상할 때도 숨어 있었고,
    부산의 영도에 절망분뇨차 때문에 악취가 하늘을 찌를 때도 숨어 있었고,
    제주의 강정마을이 친북친중 사대주의의 소굴로 변할 때도 숨어 있었고,
    천막당에서 아방궁당으로 바뀐 여당에서 유아 무상복지와 대학등록금 반액을 내세워도 아리송한 복지를 내세우며 숨어 있었고,
    무상복지를 반대하는 깃발을 들고 정치 생명을 거는 사람이 나와도 알 듯 말 듯 미소를 띠며 숨어 있다가
    그가 장렬히 전사하자 조문은커녕, 의분을 느끼기는커녕 도리어 삐쭉 핀잔을 주었다.

    이따금 구름 밖으로 얼굴을 반쯤 내밀고 압도적 1위의 인기곡선을 흘낏 쳐다보고 멀리서 차가운 손을 흔들 뿐이었다. 그러다가 이제 그 동안 정치색을 안 띠고 인기관리만 하던 사람이 저쪽에 포섭되어 고작 6일간 정치판을 흔들자, 약 180주 연속 1위의 인기가 순식간에 흔들리자, 자기도 모르게 표독스러운 말을 내던지며 어리둥절 눈을 끔벅이고 있다.
     
    박근혜가 사는 길은 하나다.
    악의 괴수 김정일을 딱 잘라 반대하고 이전처럼 탈북자 모임에 가끔 얼굴을 내미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대변하는 UN의 인권위원회처럼 북한인권을 대놓고 외치면 된다.
    김정일을 미워하고 북한주민을 사랑하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긍지를 느낄 수밖에 없고 자유민주를 애오라지 지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헌법을 능멸하는 6.15선언은 한 마디 말할 필요도 없이 폐기하지 않을 수 없고, 망국적 복지는 언감생심 추진할 수 없고, 대기업과 공기업의 초과이익을 독점하면서 입으로만 온갖 거룩한 소리를 내뱉는 귀족노조는 편들 수 없고, 인구 3천만 이상 국가에서 세계 10대 선진부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능멸하는 불법 난장판 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

    어차피 386운동권에 세뇌된 30%는 어떤 미소와 손짓에도 넘어오지 않는다. 손을 내밀어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들은 자국민 50여 명이 바다에서 일시에 순국해도 악의 괴수를 옹호하려고 별의별 궤변을 다 늘어놓는다. 그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말고 정통우파의 길을 뚜벅뚜벅 가면, 정치에 신물이 난 사람들도 우르르 따라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돌아섰던 일당백 정통우파 우군을 되찾게 된다.
     
    박근혜가 죽는 길도 하나다. 악의 괴수 김정일을 신뢰하는 것이다.
    반의반만 신뢰해도 김정일에게 머잖아 코가 꿰인다. 그 전에 바야흐로 둥지를 떠나기 직전인 뻐꾸기처럼 ‘장군 만세’ 참새떼에게 철저히 농락당한다. (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