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만루포, 쉴 틈없는 투수들
  • 최근 들어 프로야구에서 예상치 못했던 '깜짝' 만루홈런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평소 홈런보다는 정확한 타격에 집중하는 타자들이 '그랜드 슬램'을 터뜨리는 광경에 팬들의 즐거움이 늘었다.

    SK의 베테랑 내야수 권용관(35)은 1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 전에서 0-0으로 맞선 4회말 1사 만루에서 좌익수 뒤 펜스를 넘기는 아치를 그려 팽팽하던 승부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권용관은 LG 소속이던 2006년 4월29일 현대전 이후 무려 5년 만에 데뷔 두 번째 만루 홈런을 신고했다.

    권용관은 지난해까지 13시즌을 뛰면서 통산 37개의 홈런을 터뜨려 장타와는 거리가 먼 타자로 인식됐다.

    2005년에 9개의 아치를 그리며 잠시 펀치력을 과시한 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안정된 수비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선수다.

    특히 올 시즌에는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으나 마수걸이 홈런을 그랜드 슬램으로 장식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권용관이 환호하기 바로 전날에는 LG의 만능 내야수 서동욱(27)이 데뷔 첫 만루포를 가동해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서동욱 역시 타격 재능보다는 스위치 히터라는 희소성과 내야의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다.

    지난해까지 7시즌을 뛰면서 터뜨린 홈런이 8개에 불과하고 2루타 6개, 3루타 1개를 치는 등 장타력에서는 특출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주전 내야진의 공백을 메우며 데뷔 후 가장 많은 86경기에 출장해 홈런 6개를 치는 등 숨겨둔 재능을 꽃피웠다.

    엿새 전에는 한화의 외야수 김경언(29)이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만루 홈런을 기록했다.

    2005년 8월30일 마지막 홈런을 친 김경언은 이달 4일 대전 롯데전에서 5년 만의 홈런을 날리고 사흘 만에 만루 아치까지 그리면서 '장타 기근'을 쓸어냈다.

    만루 홈런은 앞선 타자들이 조건을 만들어 줘야 칠 수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1주일 사이에 기대하지 않은 타자들이 연달아 터뜨리는 장면은 이례적인 일임은 분명하다.

    31개의 만루 홈런이 나왔던 지난해에는 10개가 생애 첫 기록이었다.

    최희섭(KIA)•최진행(한화), 박정권(SK), 이성열(두산) 등 기회가 늦게 찾아온 장거리 타자들을 제외하면 '깜짝 만루포'라 부를 만한 선수는 강귀태(넥센•5월)와 박종윤(롯데•5월), 이용규(KIA•7월), 이영수(KIA•9월) 정도다.

    이렇게 하위 타선에 포진한 선수들이 만루포를 펑펑 터뜨리면서 각 팀 투수들의 긴장 수위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집중력이 잠깐 흐트러져 만루 홈런포를 허용하면 순식간에 점수 차가 벌어지기 때문에 투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