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을 비롯한 경기, 강원 등 중부지역을 휩쓸고 간 수마의 상처는 참혹했다. 기상관측 사상 104년 만의 물폭탄으로 인해 수도 서울의 심장인 광화문과 강남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다.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산사태로 인해 서울의 우면산 부근 주민 16명과 강원도 춘천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대학생 13명 등 6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제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수마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신속한 복구 작업이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진 수재민들을 위로하고, 이들의 고통과 불편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지원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시작되면서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관과 군은 물론 민간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손길과 행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이렇게 민관군이 한마음으로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안타깝다. 이번 수해를 놓고 민주당과 서울시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까지 연계시키며 연일 도를 넘는 정치공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또한 현장을 찾은 일부 정치인들은 수해복구는 뒷전이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내년 총선출마용 기념사진이나 찍는가 하면 당대표의 눈도장 찍기에 혈안이었다고도 한다.

    이번 수해가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은 사실상 폭우 첫날부터 시작됐다. 여느 사회적 이슈 때와 마찬가지로 기록적인 폭우가 시작된 26일 밤부터 인터넷을 타고 근거 없는 ‘폭우괴담’이 무차별 유포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괴담중 하나는 서울시가 수해방지 예산을 10분의 1로 줄여 수해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며 지난 5년간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은 오히려 1,794억원에서 3,436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이 10분의 1로 줄었다는 ‘폭우괴담’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작년 9월 환경운동연합의 보도 자료다. 그러나 문제의 주장을 했던 환경운동연합이 올해 2월에는 이번 폭우의 피해지역인 광화문 광장의 홍수방지를 위해 320억원의 지하배수로를 건설하는 것은 과잉 대응이자 예산낭비라는 논평을 냈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갈팡질팡 입장을 바꿔가며 이번 ‘폭우괴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이번 수해가 예기치 못한 기록적인 폭우에 의한 천재(天災)라고만 할 수는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도시형 수해의 빈발 가능성과 긴 장마 후 폭우에 따른 산사태 위험성 등을 간과한 인재(人災)가 겹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속한 수해복구가 끝난 후에는 피해지역 주민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도 철저한 원인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시대에 대비한 선진화된 맞춤형 수해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기록적인 강우량의 긴 장마와 폭우 속에서도 4대강 사업이 진행된 본류에서는 조경시설 등 일부 보완할 점을 제외하고는 예년에 비해 피해가 거의 없었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강바닥의 준설을 통해 기록적인 강우량을 받아낼 만큼 물그릇이 커진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반면 이번 폭우는 현재의 도시형 수해방지 시스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서울시에는 빗물이 침투하지 못하는 도시 내 면적이 85%가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시대의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비한 하수관거 확충, 지하 저류시설 설치, 빗물펌프장 설치 등 추가적인 수방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또한 전국의 전원주택이나 펜션 등을 건축하면서 산을 깍은 절개지에 대한 산사태 위험성을 점검하고 관리를 강화해가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강우와 이로 인한 홍수피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해에 대비하는 길은 선진화된 수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수해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안타까운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한 이번 폭우가 우리 모두에게 주는 교훈인 것이다.

    <이원호 미퍼스트 국민운동본부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