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이정희는 이성의 향기, 나는 야성의 열기” 
      3류 카피. 유시민-이정희, 정치권의 로맨스 커플?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정체성은 없고, 권력만을 위한 정치공학의 결과물 
      
     말 많고 탈 많았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두 사람이 함께 엮은 대담집 ‘미래의 진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두 사람은 책에서 양당 합당에 대한 관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머리글에서 이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노무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표현은 내가 동료 또는 동료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을 대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했다. 유 대표는 “이 책을 ‘말 걸기’로 받아들여 달라”고 썼다.
     
     그러나 이 둘의 출판기념회는 온갖 정치적 의혹에 휘말려 수차례 걸쳐 연기가 되었던 행사였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의 통합안에 합의한 뒤에, 이들의 시각으로는 자유주의 정권의 계승자라는 참여당이 갑자기 통합판에 뛰어든 격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대 쟁점 사안인 한미FTA에 대해 유시민 대표가 수차례 사과를 하면서 좌파진영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노력을 해야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좌파를 표방하는 진보신당은 유시민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진보신당은 유시민 대표의 한미FTA 사과발언 이후에도 강상구 대변인을 통해 성명서를 발표하여 "바로 얼마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에 대한 사과 요구를 양심의 자유에 침해가 되는 것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과를 하고 있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유 대표의 사과는 진짜 사과가 아니고 조직적 성찰과 거리가 먼 것은 물론이다"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유시민의 신자유주의 사과는 악어의 눈물일 뿐”
     
     강 대변인은 "유 대표는 비정규직 관련 입법이 신자유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했고 상황 판단을 잘못했다고 했으나,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양산법 자체가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라며 "노동유연화를 이겨낼 수 없다고 보고 타협했다고 했으나 노동유연화를 결정적으로 밀어부친 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자유주의를 주도해 놓고,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려 했던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가해자가 피해자라 우기는 꼴"이라며 "유 대표의 악어의 눈물에 감동 받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진보신당이 유시민의 결합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애초에 민노당과의 통합조차 동의하지 못하는 다수의 대의원들의 여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과의 통합도 난항을 겪고 있는 판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신자유주의 정권이나 다름없는 노정권의 후계자까지 통합에 참여하려 하니, 통합안 자체가 전당대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진보신당 측이 과도하게 유시민 대표와 이정희 대표 측을 비판하면서, 정통좌파로서는 격에 맞지 않는 선정적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고문은 “결혼 날까지 잡아놓고 바람을 피우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회찬 고문은 또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약혼을 하고 양가부모의 허락을 받으러 갔는데, 다른 쪽을 또 만나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꼴이 돼버린 거죠. 그래서 이것은 좀 예의도 아니고, 정치의 도리에도 어긋난다는 뜻으로 한 얘기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비판 수위를 높여나갔다.
     
     조승수, “유시민은 부부의 재결합을 방해하는 3류 유랑극단 가수”
     
     조승수 대표 역시 “부부(민노당과 진보신당)가 재결합하려는 데 유랑극단 3류 가수(유 대표)가 추파를 던져 불편하다"며 3류 찌라시 수준의 표현으로 유시민 대표와 이정희 대표를 비판했다.
     
     노회찬 대표와 조승수 대표의 선정적 비판은 가장 강력한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진보신당의 기준으로는 성폭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진보신당 내에서도 이들의 선정적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진보신당 당 게시판의 아이디 ‘고도를 기다리며’는 진보신당의 장혜옥 여성위원장의 “조승수대표가 그렇게 말했다구요? 당근 성폭력적 언어지요. 더구나 공당의 대표가 타 공당의 대표에게 그렇게 험한 말을 했다니....제가 다 부끄럽군요. 후폭풍이 불 것 같군요"라는 말을 전하며, 조대표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조승수 대표와 노회찬 고문의 선정적 발언 이전에, 오히려 이정희 대표와 유시민 대표 스스로 마케팅을 위해 선정적 표현을 자초한 부분도 있다. 이들은 서문에서 마치 연인들끼리나 쓰는 표현을 주고 받으며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는데 주력했다.
     
     유시민, “이정희는 이성의 향기, 나는 야성의 열기” 3류 광고 카피 수준의 서문
     
     이정희 대표는 “유 대표는 자주 유쾌하지만, 종종 눈매가 몹시 날카로워진다”며 “재벌대기업의 횡포에 못 참아할 때, 위선의 논리를 가차 없이 동강낼 때, 나를 앞에 놓고도 그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 눈매는 매우 놀라운 힘으로 ‘같은 편’의 마음을 끌어당긴다”며 “나도 날카로워질 때가 있다. 평소 무척 부드러우나, 이거 뭐야, 하고 한 번 끓어오르면 사정 없이 밀어붙인다. 그런 모습을 보신 분은, 두 사람이 비슷하다고 여길 수 있겠다”고 인상평을 하기도 했다
     
     유대표는 아예 3류 광고 카피 수준의 발언을 서문에 적기도 했다. 유대표는 “마지막 대담을 마친 후 든 느낌은 이랬다. 나는 불온한데 그는 선량하다. 그는 일관되게 모범적이지만 나는 가끔씩 일탈을 저지른다. 그가 많이 사랑받는 것과 달리 나는 곳곳에서 미움 받는다. 그에게서는 이성(理性)의 향기가, 내게서는 야성(野性)의 열기가 풍긴다. 그는 진보를 말했고 나는 자유를 말했다. 이 모든 느낌을 뭉뚱그려 말하자면, 그는 둥그렇고 나는 각이 졌다. 우리는 확실히 서로 달랐다”고 이정희 대표에 대한 인상 평을 정했다. ‘이성의 향기와 야성의 열기’라는 표현은 정치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카피’이다.
     
     이렇게 유시민, 이정희, 조승수, 노회찬 등의 선정적 광고 표현을 주고받다 보니 주로 진보신당 당원들 내에서도 또 다른 선정적 표현으로 이들의 행태를 풍자하고 있다. 진보신당 당게의 아이디 ‘후후’는 이들 사이의 관계를 ‘춘향전’에 빗대어 다음과 같은 독설을 적어놓았다.
     
     이정희와 유시민이 춘향이와 이몽룡, 심상정과 조승수는 향단이와 방자
     
     “아래 이정희의 유시민 관련 글을 보니, 김문수 식으로 표현하면,
     이정희와 유시민이 춘향이와 이몽룡이고,
     심상정은 향단이, 노회찬과 조승수는 방자...
     딱 이 짝이군..
     실제 통합은 이정희와 유시민이 할 건데,
     노심조가, 향단이와 방자 역할하며, 분위기 띄우고 있는 꼴..“
     
     이에 대해 댓글에도는 다음과 같은 글도 게시되어있다.
     
     “심상정이 향단이는 맞는데,
     노회찬과 조승수는 방자라기 보다는,
     변학도가 맞지 않나..
     어차피 차일 애들이, 이정희에 추근덕대는 꼴들이 말이야“
     
     이정희의 민노당, 유시민의 참여당의 통합 관련하여 3류 로맨스 드라마나 광고 카피에서나 볼 수 있는 선정적 단어들이 난무하는 이유는, 이들이 당의 정책과 노선보다는 오직 총선과 대선에서 권력을 잡겠다는 정치 공학적으로 통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친북좌파 노선의 민노당과 자유주의 노선의 노무현 정권과는 통합은 물론 연대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노선의 괴리가 크다.
     
     유시민 대표는 노정권 열린우리당 시절 “우리당(열린우리당)이 중도노선의 당이라서 왼쪽으로 가려면 민주노동당과 타협해야 되는데, 한나라당과의 타협을 위해 오른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왼쪽으로 이동해야만 (민노당과) 협의가 가능하다"며 "이렇게 되니까 타협의 정치적 비용이 훨씬 더 민주노동당 쪽과 할 때 많이 들어간다"고 노골적으로 민노당과 선을 그엇던 인물이기도 하다.
     
     민노당, 참여당, 진보신당, 이어 민주당까지, 정확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오직 선거 승리만을 위해 통합을 시도한다면, 언론에 보도되는 이들의 행태를 보도하는 언론, 이를 비판하는 정당의 표현 역시 선정적일 수밖에 없다. [변희재, pyein2@hanmail.net http://bi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