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대안’ 아닌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으로 여론 환기언론 관심 끌어 여론 분열에는 성공…정책 先手는 뺏겨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했다. 정동영 의원, 이정희 의원, 노회찬 전 의원, 유시민 전 의원 등 좌파 정치인들과 함께 문정현 신부, 문성근 씨, 백기완 씨 등 좌파 인사들도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들 모두 ‘한진중공업 사태’에 ‘숟가락’을 얹고 있다.

    힘을 얻은 좌파 진영은 부산 한진중공업 ‘3차 희망버스’에 10만 명 시위대 동원,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연예인 김제동 씨 등 연예인과 122개 단체 연대 투쟁 등으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좌파 대공세’의 시작은 무상급식 논란과 반값등록금 요구부터다.

  • ▲ 2010년 3월 좌파 진영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내걸고 '투쟁'에 돌입했다.
    ▲ 2010년 3월 좌파 진영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내걸고 '투쟁'에 돌입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 끌어들인 ‘무상급식’

    좌파 진영이 무상급식을 끌고 나오기 시작한 건 2010년 3월 16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 국민연대'를 창설하면서부터. 이후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재선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재 8% 수준인 무상급식 대상 청소년을 점진적으로 3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같은 날 당선된 김상곤 서울시 교육감은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했다. 몇 달 동안의 논쟁 끝에 2011년 1월 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켰고 김상곤 서울시 교육감도 무상급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조례 공포를 거부하고 법원에 무효소송을 내기로 했다. 서울시의회가 시의회 의장 직권으로 조례를 공포하자 서울시는 소송을 제기했다.

    오세훈 시장은 ‘좌파에서 계속 시민, 시민 하는데 그렇다면 주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했고, ‘복지포퓰리즘 추방 운동본부’가 나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찬성하는 서울시민 80만1,263명이 서명한 명부를 모아 지난 6월 17일 서울시에 접수했다. 서울시 의회 등은 ‘서명부 중 26만7,475표가 무효’라며 ‘주민투표 반대’를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주민투표 발의에 필요한 41만8,005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지금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좌파 진영은 ‘지금 서울의 초중고교생에게 무상 급식에 필요한 돈은 700억 원 남짓으로 서울시 연간 예산 20조 원의 0.3%도 되지 않는다. 필요한 돈도 0.6% 수준이다.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면 모든 학생에게, 그것도 유기농으로 무상급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서울시 등 지자체가 지원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시행 중인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같은 반에서 누구는 무상급식을 하고 누구는 유상급식을 하게 되면 위화감이 조성된다’고 주장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장하는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서울시 의회를 장악하고 교육감도 야당족 사람이 됐다는 것으로 이미 시민들의 뜻이 반영된 것인데 150억 원을 들여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건 미친 짓’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이들은 ‘좌파 진영이 주장하는 무상급식 예산 700억 원은 서울시의 부담에 불과할 뿐 실제 교육청 50%, 기초 지자체 20%, 서울시가 30% 담당하는 급식 지원비 중 더 이상 예산확보가 어려운 기초 지자체와 교육청의 부담금을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고등학교를 제외해도 최소 연 4,000억 원이 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급식비 1인당 3만7,000원 안 내겠다고 이건희 손자나 대통령 손녀 같은 아이들도 무상급식을 꼭 해줘야 하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지금도 부분적으로 시행 중인 무상급식이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에서도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무상급식을 시행 중인데 느닷없이 전면무상급식을 주장하는 건 정치적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무상급식 2탄, ‘반값 등록금’

    한편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서울시 주민들의 서명부가 제출될 무렵인 지난 6월 10일 ‘전국등록금네트워크(이하 등록금넷)’라는 단체와 한총련의 후신이라 할 수 있는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이 앞장서 ‘반값등록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수십조 원이 드는 4대강 공사를 중단하고 부자감세정책을 철회하면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 지난 3월 좌파 단체인 '등록금넷' 등이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반값등록금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며 이를 이행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지난 3월 좌파 단체인 '등록금넷' 등이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반값등록금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며 이를 이행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시위는 대학 법인화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던 서울대 학생들의 ‘공부농성(대학본부 점거농성에서 구호와 폭력 대신 시험 준비를 하는 농성)’과 맞물려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동안 등록금 때문에 고통을 겪던 학부모와 대학생들은 이 시위에 관심을 가졌다. 국민들이 관심을 갖자 한대련과 등록금넷 등은 1,000여 명이 참석한 광화문 촛불시위를 주도했다. 이들은 ‘정부는 1,000억 원 규모의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즉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반값등록금’에 관심을 갖는 이도 점점 늘어났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혹자는 ‘GDP의 6% 이상을 교육재정으로 확보하면 반값등록금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북유럽의 사례를 내놓기도 했고 다른 이는 ‘미국을 보라’며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비싼 등록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어떤 이는 ‘장학금 재원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했고 어떤 이는 ‘지나치게 많은 대학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에 쏙 드는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한편 이런 모습을 본 정치권이 그냥 지나칠 리 만무했다. 여야는 6월 하순 ‘반값등록금’ 문제를 국회와 정부 부처로 끌고 가 ‘우리 당이라면 할 수 있다’며 제각기 정책을 내놨다. 여당 원내대표도 ‘반값등록금을 실시해야 하니 정부가 6조 원만 지원해 달라’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부부처는 ‘현재 세수와 예산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반대했다. 정부는 대신 ‘대학 구조조정과 장학금 확충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등록금 부담을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값등록금’을 놓고 정치권이 좌충우돌하는 사이 국민들은 누가 ‘정답’인지를 놓고 지금도 갑론을박하고 있다.

    ‘무상’과 ‘반값’을 가로막는 ‘현실’

    좌파 진영이 내세운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이라는 이슈는 우리 사회에 이렇다 할 결론도 내지 못한 채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사실’과 ‘선전’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우선 ‘무상급식’부터 살펴보자. 논란이 시작된 서울에서는 ‘부분 무상급식’을 시행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일부 무상급식을 도입한 학교는 전국 1만1,329개 초·중·고교 가운데 5,711개교(50.4%)로 초등학교 4,703개교(79.8%), 중학교 803개교(25.4%), 고등학교 205개교(9%)다. 서울에서는 25개 구 가운데 강남·서초·송파·중랑구는 초등학교 1~3학년, 그 외 21곳 초등학교에서는 1~4학년에 대해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 중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서울시 교육청이, 4학년은 자치구에서 부담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전면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좌파 진영의 주장은 현재의 무상급식 예산이 교육청이 50%, 기초 지자체가 20%, 서울시 등 광역지자체가 30%를 맡고 있는 구조에서 시작한다. 현재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기초 지자체들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0%도 채 되지 않는다. 때문에 서울시는 기초 지자체에 교부금을 지급해 구청 재정을 꾸려나가도록 돕는다. 이런 상황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기초 지자체는 필연적으로 재정 부족을 겪게 되면서 서울시에 손을 벌리게 된다.

    서울시 교육청의 예산은 풍족할까. 서울시 교육청의 2011년 예산 규모는 약 6조4,000억 원이다. 규모만 보면 ‘전면 무상급식’을 하고도 남을 듯하다. 하지만 이 중 5조6,000억 원이 초중고교 교사들의 인건비 보조금, 5,000억 원 가량이 학교 시설지원금이라는 걸 알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상곤 서울시 교육감 등 좌파 진영은 ‘예산 재구성을 통해 1,000억 원 가량은 지원할 수 있다. 이 돈이면 전면 무상급식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기초지자체와 서울시, 교육청이 맡은 부분 중 교육청의 ‘몫’일 뿐이다. 늘어나게 되는 기초지자체와 서울시의 부담금은 계산하지 않은 것이다.

    예산을 마련해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다고 해도 다른 문제가 걱정이다. 바로 급식업체 선정과 급식의 질 문제다. 흔한 학교 비리 중 하나가 급식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로비다. 여기다 급식업체가 재료값 상승을 핑계로 ‘형편없는 급식’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반값 등록금도 정부예산으로 보조를 해주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률은 평균 7~8% 이상 수준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몇 년 동안에는 10%를 훌쩍 넘겼다. 이런 식으로 하면 지금 등록금을 ‘반값’으로 만든다 해도 10년 뒤면 지금 수준으로 복귀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과거처럼 치솟을 가능성은 없기에 부담 또한 지금만큼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 때도 다시 ‘반값등록금’을 외쳐야 한다는 것이다. 

  • ▲ 전경련 산하기관인 자유기업원은 무분별한 '무상정책'은 나라를 무너뜨릴수 있다며 반대한다. 사진은 2010년 8월 대한상의와 함께 연 세미나 모습.
    ▲ 전경련 산하기관인 자유기업원은 무분별한 '무상정책'은 나라를 무너뜨릴수 있다며 반대한다. 사진은 2010년 8월 대한상의와 함께 연 세미나 모습.

    정부 예산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 정부 예산은 연간 300조 원. 이 중에서 교과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돈은 5조7,000억 원 가량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광역지자체에서 초중고교에 지원하는 지원금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 지원금까지 포함하면 연간 교육예산은 30조 원을 훌쩍 넘는다는 게 중론이다. 반값등록금을 위해 예산을 증액하려면 최소한 7조 원에서 최대 10조 원이 필요하다. ‘등록금넷’이나 ‘한대련’ 주장대로 하려면 ‘부실대학’에도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재단 적립금’도 사용하지 않는 대학들이 정부 지원금을 제대로 학생들에게 ‘전달’할 지도 의문이고, ‘가짜 재학생’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 같은 다양한 지적들이 나오면서 '정책적 이니셔티브'가 정치권(특히 여당과 정부)으로 넘어가자 좌파 진영은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투쟁 수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동원되는 단체 인원들도 크게 줄었다. 대신 새로운 ‘투쟁 장소’를 찾았다. 바로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