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東京통신] 헌법을 대하는 한국과 일본의 자세 
    자유민주주의 혁명의 상징인 ‘헌법 제정일’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시킨 한국

     洪熒(前 駐日공사) 

    일본인들이 연중 가장 기다리는 ‘골든 위크’라는 긴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관광업계가 기다리는 계절입니다. 달력에 휴일로 표시된 날을 보면, 쇼와(昭和) 천황을 기리는 ‘쇼와의 날’(4월29일, 昭和天皇 생일), 메이데이(5월1일), 헌법기념일(5월3일), 한국 식목일에 해당하는 ‘미도리(綠=育林)의 날’(5월4일), ‘어린이날’(5월5일)이 이어져, 5월2일(금요일)과 5월6일(금요일) 이틀을 휴가 내면 4월29일부터 5월8일까지 열흘을 쉬게 됩니다. 연말 연시보다 길어서,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열흘을 몰아서 쉽니다.
     
      일본의 ‘헌법기념일’은 1947년 5월3일 시행된 현행 헌법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자유민주체제와 법치국가일 수 있는 근본은 헌법에 근거합니다. 어느 나라나 당연히 헌법기념일을 정중하게 기념합니다. 일본은 明治天皇(메이지 천황)에 의해 제정, 공포(1889년 2월11일)됐던 ‘大일본제국헌법’(=明治헌법)은 1890년 11일29일부터 태평양 전쟁 패전 후인 1947년 5월2일까지 57년 5개월간 시행되었습니다. 主權(주권)이 천황으로부터 국민에게 옮겨지고, 여성에게도 남성과 똑같이 투표권이 부여되는 등 자유민주주의적인 현행 일본헌법은 1946년 11월3일에 공포, 1947년 5월3일부터 시행되어 만 64년이 됩니다. 즉, 한국은 본격적인 근대화 출발에선 일본보다 약 100년 늦었지만,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가진 역사(기간)는 거의 같습니다.
     
      즉, 헌법만을 본다면, 韓日 양국은 민주주의 헌법을 가지는 時差(시차)가 단 1년 입니다. 그러나 헌법을 대하는 자세는 한일 양국이 전혀 다릅니다. 일본정부가 이번 3󈸛 大재해시 상식적인 위기관리에 실패한 것도, 아마도 헌법상의 제약, 혹은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한 무능한 정권이 국가비상사태(긴급사태) 선언을 생각 못했을 수도 있지만, 좌우간 일본헌법의 권위와 지위는 절대적입니다. 반면, 한국은 너무나도 쉽게(공짜로)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얻은 때문인지, 혹은 63년 동안 아홉 번 헌법을 고치다 보니 국가의 최고규범으로서의 헌법을 가볍게 보게 되었는지, 헌법을 수호해야할 대통령부터 일반 유권자들까지 헌법과 법치를 우습게 압니다. 특히 법치를 수호해야할 대통령이 법치를 결정적으로 파괴합니다. 선진국에선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인 선거법을 위반하여 재판에서 일단 유죄가 확정되면 정계를 영영 떠나야 합니다. 한국은 대통령들이 사면권을 남용하여 헌법과 법을 어긴 자들을 풀어주고, 이들이 권력의 핵심에 복귀하는 마피아식 정치가 아직도 횡행합니다. 자유민주 질서를 파괴한 자들을 사면하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은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의 敵(적)입니다.
     
      한국 사회, 한국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상징하는 사건이, 한반도 역사상 최초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탄생과 유지를 가능케 한, 즉 자유민주주의 혁명의 상징인 ‘헌법 제정일’(7월17일)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시킨 일입니다. 즉, 헌법에 도전한 반역적 ‘6󈸟 선언’을 헌법보다 높이고, 반역적인 ‘연방제’ 선언을 평양측과 공동으로 기념, 추진하기 위해, 노무현 정권이 제헌절을 4大 법정공휴일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민주화’를 외쳐 온 세력들에 의해, 제헌절이 무참히 격하된 4년 전에 유권자들은 헌법 수호 차원에서 궐기하지 않았습니다. 한국민에겐 ‘헌법’보다 ‘민족’이 더 중요한 것일까요? 헌법과 제헌절이 이처럼 가볍게 여겨져서야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법치가 건강하게 발전될 리가 없습니다.
     
     예전부터 ‘일본인’, ‘일본 사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는 ‘질서’, ‘청결’, ‘예의 바름’, ‘분수’, ‘염치’, 혹은 ‘셉뿌꾸’(할복) 등 어느 쪽인가 하면 구질구질하지 않는 좀 산뜻한 이미지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지저분하고 뻔뻔스런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교육 탓인지, 포퓰리즘 탓인지, 특히 정치인들 중에 자존심과 염치를 접어버린 사람들이 점점 늘어갑니다. 한국 정치를 흉보다가 배운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간 나오토 정권’은 여전히 사고 原子爐(원자로) 대책과 천문학적 배상문제를 민간기업인 東京電力(도쿄 전력)에 미루고 있습니다. 정계에선 권좌에 집착하는 ‘간’' 총리를 끌어내리는 움직임이 여당(민주당) 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현 정권으로는 일본의 장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합의는 충분히 형성되었지만, 구체적 방법, 차기 정권의 형태, 정권교체 과정의 부작용을 줄이는 문제 등을 숙고하는 분위기 입니다.
     
     ‘3.11’이 일본 경제에 미친 충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달엔 광공업 생산이 15.3%, 소비지출이 8.5% 전 달에 비해 각각 감소했다고 합니다. 비교 가능한 기록이 있는 1964년 1월 이래 최악이라고 합니다. 디플레이션 늪에 빠져 고전하는 일본경제가 소비가 더 위축되면 세계 경제에도 나쁩니다. 이전부터 일본 정부는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 긴 휴가와 연휴를 권장해왔었습니다. 이번 연휴를 통해 자숙 분위기가 좀 바뀌기를 바랍니다. 도쿄 디즈니랜드가 지난주(4월23일)부터 야간까지 영업을 정상화했고, 디즈니씨(Disney sea)도 연휴 전날(4월28일)부터 재개 되었습니다. 디즈니랜드 측은 이전에 비해 節電(절전) 대책을 최대한 강구했다고 합니다. 물론 東京디즈니리조트가 정상 영업을 재개해도 방사능 사고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JR東일본(철도)도 연휴 이전에 ‘3.11’로 손상된 동북신칸센을 복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습니다. 東北新幹線은 3.11 大지진으로 전신주, 레일 등 피해가 약 1200개소였는데, 복구 작업 중에 다시 강한 여진(4월7일)로 또 550개소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래도 대지진 49일만에,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4월29일) 동경에서 아오모리(靑森)까지 전 구간을 재개통했습니다. 동경에서도 전철과 역에는 끊어진 철길을 잇자는 ‘일본의 재기’를 다짐하는 광고와 포스터가 넘칩니다.
     
     동경전력 관내의 모든 기업과 학교 등이 올 여름의 電力難(전력난) 극복에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습니다. 여름 절전 대책 중에 핵심은 冷房(냉방)용 전력 줄이기입니다. 여름방학을 늘리고 대신 이번 연휴 중에 강의를 하는 대학도 있습니다. 도쿄대학도 대형 컴퓨터 가동을 줄이거나 멈출 예정이라고 합니다. 절전대책이 교육과 연구에 큰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大재해와 전력난을 통해, 절약이 美德(미덕)이 되는(절약을 권장할 만한) 일과, 절약이 미덕이 될 수 없는 일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워낙 다급하다 보니 무조건 절전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로부터 전력 낭비라고 지목되었던 파친코 업계는, 즉시 관내 약 4000개 업소의 네온사인 간판 등 조명은 물론, 영업일을 줄여서 전력을 25%정도 줄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外食(외식)산업도 전력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냉장고, 조리, 조명 등 모든 게 전기가 필요합니다. 작년 말에 여행했던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의 밤은 정말 어두웠습니다. 캄보디아엔 발전소가 없어서 인접국에서 전기를 사온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산업- 맛사지 업소가 유난히 많이 보였습니다. 베트남 하롱베이에서 새벽에 가 본 재래시장에는 냉장고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생고기를 좌판에 올려 놓은 채 팔고 있었습니다. 하긴, 한국도 서민들이 냉장고를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 즉 불과 한 세대 전의 일 입니다. 인간은 아직까지는 에너지를 무한히 싸게 얻을 수 없음에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에너지에 너무 깊이 의존하여 중독되었습니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고치기 힘든 생활 습관병을 초래하듯, 지나친 에너지 의존과 소비문명이 현대인들을 참으로 참을성 없고 허약한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연휴를 이용해서 방사능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외국으로 쉬러 나가는 일본인들도 많지만, 연휴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재해지역에 자원봉사 하겠다는 희망자도 많습니다. 자원봉사는 연휴 후에 와달라는 요망이 방송되었습니다. 저도 연휴 중에 ‘천 년에 한 번’의 재해지역에 가보려고 합니다. (리버티헤랄드, 5.2/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