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무슬림, 환영-슬픔 교차아랍국 대체로 환영 속 무장정파는 美 비난
  •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2일 이슬람권의 무슬림들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반응을 보였다.

    서방의 일방적 패권주의에 저항한 투사로 빈 라덴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한 반면, 이슬람을 테러리즘과 동일시하게 만든 주범이라고 여기는 이들은 빈 라덴 시대의 종말을 반겼다.

    이슬람권 각국은 빈 라덴의 죽음이 테러리즘의 끝을 여는 장이 되길 바란다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 아랍권 무장정파들은 미국의 사살작전을 비난했다.

    ◇무슬림, 애도-환영 교차 = 무슬림 사이에서는 빈 라덴에 대한 개인적 평가에 따라 그의 죽음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빈 라덴의 고향인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익명의 한 시민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빈 라덴이 실제로 숨졌다면 너무나 슬픈 일"이라며 "그는 나에게는 영웅이자 진정한 지하디스트(이슬람근본주의자)였다"고 말했다.

    반면 사우디 국적의 마무드 사바그는 트위터를 통해 "빈 라덴이 이슬람에 입힌 피해는 끔찍하면서도 부끄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다른 사우디 국민도 "빈 라덴이 이슬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결한 사상을 지녔을진 모르지만 그의 이행방식은 잘못된 것이었고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를 더 많이 불러일으켰다"며 "그의 죽음은 사람들을 평안하게 만들고 테러리즘의 우물을 마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무슬림들은 또 빈 라덴이 과거의 인물에 불과하다며 그의 죽음이 이슬람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집트 국적의 타나 알-아트루시는 "빈 라덴 사망 소식에 놀라긴 했지만 그와 관련된 뉴스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그는 9.11테러로 무고한 시민들을 숨지게 한 이상한 신념의 소유자로 알-카에다 구성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슬람권 국가, 빈 라덴 사망 환영 = 이슬람권 각국은 대체로 빈 라덴의 죽음을 환영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빈 라덴이 그의 행실에 대한 벌을 받은 것"이라며 그의 최후 운명을 보고 탈레반 세력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관리들도 빈 라덴의 죽음이 테러리즘과 싸우는 국제적 노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알-카에다 조직을 분쇄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국영 뉴스통신 SPA가 전했다.

    빈 라덴 가문의 고향인 예멘의 대통령실 관계자도 "(미국의) 작전이 성공한 것을 환영하며 전 세계 테러를 종식시키기 위한 모든 정책들이 제대로 수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은 외무부 성명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테러리즘 척결이라는 미명 아래 중동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켜온 구실이 사라지게 됐다"며 "중동지역 내 미군 철수가 역내 평화와 안보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람권 무장정파, 美 맹비난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빈 라덴을 `아랍의 성스러운 전사'로 치켜세우며 그를 사살한 미국을 비난했다.

    하마스 행정부의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는 "우리는 아랍의 한 성스러운 전사를 살해한 행각을 비난한다"며 "(빈 라덴의 사살) 뉴스가 사실이라면, 아랍인과 무슬림을 억압하고 유혈을 가져오는 미국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최대의 야권그룹인 무슬림형제단은 빈 라덴이 제거됐으니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즉시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슬림형제단의 에삼 알-에리안은 "빈 라덴의 사망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사태의 한 원인이 제거됐다"며 "오바마는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미국과 서방군의 점령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슬람 과격단체 회원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오사마는 죽었더라도 `지하드(성전)'에 대한 그의 교시는 절대 죽지 않을 것", "미국인들이여, 우리가 당신들의 목을 치는 것이 여전히 합법적이다"라는 글들을 올리며 보복 공격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