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여성 1명 인간방패 역할하다 사망"아프간 산악지역 아닌 파키스탄 호화 비밀기지서 생활
  • (이슬라마바드.워싱턴 AP.AFP=연합뉴스) 알 카에다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미군 특수부대의 기습 작전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새벽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쪽 100km에 있는 아보타바드의 비랄 마을에서 이뤄졌다.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에서 차로 반나절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파키스탄 군 기지가 자리해 있는 까닭에 군 관련 시설과 군인들의 가옥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목표물은 파키스탄 군사학교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한 주택.

    이곳에 빈 라덴이 은신해 있다는 첩보에 따라 미국 대(對) 테러부대원들을 실은 헬기 4대는 이날 새벽 파키스탄 북부의 가지 공군기지에서 출격했다.

    상황을 목격한 현지 주민에 따르면 공격이 전개된 시각은 현지시각 오전 1시15분께.

    헬기들이 빈 라덴의 거처를 향해 접근하자 빈 라덴 측 병사들은 지붕 위에서 로켓식 유탄 발사기를 발사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헬기 1대가 화염에 휩싸인 채 추락했다.

    빈 라덴은 그 후 양측간 총격전의 와중에 최후를 맞았다.

    사살 당시 상황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직 나오지 않는 가운데, CNN은 이번 작전에 정통한 미 의회 소식통과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 빈 라덴이 머리에 총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미측 고위 당국자들에 따르면 총격전 과정에서 빈 라덴의 아들 1명을 포함, 남자 3명과 여성 1명이 운명을 같이했다. 사망한 여성은 인간 방패 역할을 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작전을 통해 빈 라덴이 지금까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프가니스탄 산악지역이 아닌 파키스탄 도시의 한 고급 주택가의 비밀기지에서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빈 라덴의 은신처는 5.5m에 이르는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위에는 철조망을 설치해 담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주택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는 경비원 2명이 지키고 있었고 건물의 3층 베란다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2m짜리 담을 설치했다.

    작전을 진행하기 전부터 이 호화 주택을 감시해온 미 정보당국은 집 내부로 연결되는 전화선이나 인터넷 전선이 없다는 사실을 눈여겨봤다.

    또 이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쓰레기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내부에서 직접 소각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정보 당국은 100만달러에 이르는 이 호화 단지가 5년 전 테러 지도자를 위해 지어진 것으로 추정했으나 거주자가 빈 라덴이라는 사실은 수개월에 걸친 확인 작업을 거친 뒤에야 확신할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작전은 미국 정부 내 소수 인사만이 미리 알았을 뿐 파키스탄을 포함한 어느 외국 정부에도 사전에 통보되지 않는 등 고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다는 게 미국 측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CNN은 파키스탄 고위 정보 당국자를 인용, 이번 공격이 파키스탄과의 협력하에 이뤄졌으며 현장에 파키스탄 정보부(ISI) 요원들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작전을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Navy SEAL)의 소수정예 요원들에게 맡겼으며 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권을 부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