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독일 베를린 방문시 대북 메시지 발표할 지 주목靑은 "별도 선언이나 깜짝 일정은 없다"고 공식적으로는 부인
  •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외국 순방길에 뭔가 ‘작품’을 내놓곤 했다. 정국이나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빠졌다 싶었을 때 더욱 그랬다. 이슈를 선점하면서 선언의 폭발성을 감안했을 수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장소는 달랐지만 비슷한 정치적 선언이나 발언을 내놨다. 김 전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이었고, 노 전 대통령은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였다. 김 전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으로, 노 전 대통령은 ‘LA발언’으로 불렸다. 내용은 닮은 꼴로 북한 관련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8일부터 14일까지 유럽 3개국을 순방한다. 독일과 덴마크를 거쳐 프랑스를 찾는 바쁜 일정이다. 그 중 첫 방문지인 독일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외에 통독 주역 초청 조찬 간담회가 일정에 잡혀있다.

    분단국가인 우리 대통령들은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을 방문하면 뭔가 대북 관련 한마디를 하고 싶어한다. 김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3년째인 2000년 3월 베를린을 찾아 ‘북한 경제 회복 지원, 한반도 냉전 종식’을 천명한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이후 북한과의 베이징 비밀 접촉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전격 발표했다. 베를린 선언 후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이런 전례가 있어 이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과 그 일정이 관심을 끌고 있다. 벌써 그런 얘기가 언론의 한 자락을 탔다. 이 대통령이 베를린 방문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담은 '베를린 선언' 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고 남북 대화를 모색하는 방안을 담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전제한 것이지만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담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임태희 대통령실장 후임으로 송정호 전 법무장관이 거론되는 점이 관심을 모았다. 이 대통령과 친구 사이라 임기를 함께 마무리 짓고 임기 말 ‘모종’의 역할을 할 적임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도 베를린 선언 이후 북한과의 물밑 접촉은 정부 공식라인이 아닌 당시 박지원 비서실장에게 맡겼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는 부인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별도 선언이나 이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선언을 위한) 별도 일정이나 깜짝 일정도 없다”고 김 대변인은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 대통령이 독일 순방 중 독일 통일 전문가들과 조찬을 하고 통독의 상징인 부란덴부르크를 방문하기로는 되어있다”고 밝혔다. 이때 남북 평화공존 필요성이나 통독 후 동-서독 공존에 따른 교훈은 없는 지에 대해 자연스런 얘기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