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사 1주년을 맞은 우리의 자세
  • 지난해 3월 26일 21시 22분,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은 21세기에도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에 극심한 고통을 준 한국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 불행한 참사이며 또한 커다란 경고이기도 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 참변은 그 때  우리에게 새롭지도 않은 중요한 몇 가지 교훈을 아주 새삼스럽게 일깨워주었다. 그의 첫 번째 가 바로 우리는 지난 60년 전 한국전쟁의 휴전상태에 살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김신조의 청와대 습격사건을 비롯하여, 아웅산 사건, 대한항공 폭파사건, 1996년 무장공비의 강릉침투, 1999년의 연평해전에 이어 작년의 천안함 폭침과 8개월 후 11월의 연격도 포격 등 계속되어온 북한의 도전 속에서도 우리는  ‘평화’ 라는 단 꿈속에서 살고 있었다.
    두 번째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우리에 항상 너무 큰 ‘부담의 실세’ 로서의 중국의 존재를 다시 실감하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 아주 명백한 사실도 ‘사슴을 말 이라고 우기듯이(指鹿爲馬)’ 북한의 입장에 서는 중국을 보아야했다. 이는 ‘입술과 이’의 관계로 표현되는 지리적인 접경이나, ‘조선을 도와 미국에 대항한 전쟁(抗美援朝戰爭)’으로 규정한 한국전쟁개입의 역사적 혈맹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우리의 민주화시기이후 오늘에 이르면서 너무 첨예하게 대립되는 우리 사회의 내부적 갈등을 다시 아프게 확인하게 된 점이다. 스스로 진보적 성향을 자처하는 좌파성향의 일부 인사들은 천안함 사건의 원인에 대한 국제조사단의 과학적 조사를 부정하고, 그에 대한 정부의 처리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며, 우리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이미 명백해진 북한의 소행을 애써 부정하는 등의 심각한 이견으로 여론을 오도하였다. 그런데 바로 8개월 뒤인 11월 23일에 일어난 북한군의  연평도의 포격으로의 이 위에서 지적한 몇 가지의 교훈을 더욱 확실하게 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친북 좌파인사들은 아직도 천안함 사태와 연경도 포격에 대해서조차 우리의 정부를 불신 비판한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 고  하면, 미국과 전쟁을 도발하려는 ‘호전적’ 이라며, 국민을 선동하고 기만 한다. 이에 많은 양식 있는 국민들은 이들에게,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 이래 언제 전쟁을 일으킨 적이 있었는가?” 라고 묻고 싶다. 우리는 침략을 당했기에 그들에 대항해서 싸웠을 뿐이다. 그러므로 침략당하고 공격받은 우리를 호전적이라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며 심한 자기기만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천안함 푹침 1주년에도 “특대 형 모략극”이라고 적반하장 적 억지 주장을 펴면서 ‘백두산 폭발’ 문제를 내세워 ‘천안함 비껴가기’를 획책하고 있다.        
    그러므로 천안함 폭침에 의한 46명의 고귀한 희생을 잊거나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우리의 각오를 더욱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평화로운 삶과 안녕을 지키기 위한 안보태세를 더욱 학고하게 대비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점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안전을 위해 순국한 46위의 호국정신은 미래의 역사로 부활하여 우리의 수호신이 될 것을 굳게 믿는다. 특히 지난 30일 진해루의 공원에 세워진 천안함의 영웅, 고    한주호 준위의 동상에서 또한 불굴의 군인정신과 희생정신을 본다. 천안함 참사 이후 해병대의 지원이 늘고, 젊은 세대의 안보의식이 높아진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아울러 중국을 비롯한 우리의 주변국들과는 우리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항상 의연하면서 실리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의 안녕과 평화는 우리에게 누가 갖다 주거나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명을 걸고 싸워서 지켜야한다는 교훈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생생하게 체험하였다. 최근 일본의 참혹한 대지진이나 원자로의 사고를 보면서도 우리는 항상 위함에 대비해야한다는 절실한 교훈을 얻는다. 
    오늘날의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 에서 안보태세를 정신적자세의 확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20세기 중반, 혼란 속에서 건립된 대한민국의 국제정세의 시대적 적합성과 민족의 역사적 정당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정치적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및 경제적 빈곤에서 고통 받는 북한을 보면서, 이러한 대한민국의 국가의 정체성 확인을 바탕으로 반세기의 싸우면서 지켜 온 60년의 빛나는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하지 않겠는가?
    경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