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國이 절취한 美國의 '핵(核)무기 리스트'  
      
     [해외칼럼] 제임스 R. 릴리 前 중국 주재 미국 대사 
    金泌材    
      
     클린턴 행정부는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핵 기밀자료가 중국에 유출된 사실을 숨긴 채 중국에 대한 이른바 ‘건설적 포용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포용정책은 중국에 대한 적절한 정책이 아니다. 미국은 안보문제에 있어 미국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시키는 정책을 추구했어야 한다.
  •  미국의 대표적 핵탄두 W-88. 잠수함 발사 미사일에 탑재. 

     2,500년 전에 스파이 기술에 관한 책(孫子兵法)을 썼던 중국인들은 '리웬호'라는 이름의 대만계 미국인 과학자가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1]의 비밀 핵 기술 자료를 훔치는 과정에 중국 정부가 연루된 사실을 일체 부인해왔다.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도 중국 정부의 미국 핵 기술 탈취[2]와 관련된 상세한 자료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때 중국의 부인은 거짓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핵기술을 중국에 넘긴 리 박사가 중국 정보기관에 고용된 인물인지, 뇌물을 받았는지, 아니면 스스로 중국 정보기관에 접근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이 없다. 중국의 국가안전부(MSS)와 중국의 군 정보기관이 오랜 세월 동안 중국계 미국인들을 포섭, 미국의 주요 군사 과학 기술을 탈취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중국의 해외 과학기술 자료 획득은 인적교류, 과학논문, 그리고 정규 과학 심포지엄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고도의 핵폭탄 제조 기술, 장거리 탄도 미사일 자료, 전자전 기술, 핵 잠수함 추진 기술, 그리고 해저 미사일 발사 기술 등의 기밀 자료 획득에는 보다 은밀한 방식이 요구됐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1949년 공산화 이후 해외에서 학위를 받은 중국계 과학자 및 공학자들을 대거 귀국시켜, 1964년 핵개발에 성공했다. 1970년대 들어 중국과 미국의 외교관계가 정상화된 이후 중국은 미국의 군사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레이건-부시 행정부 시기인 1987년 중국은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를 통해 토우(TOW) 대전차 미사일, F-14 전투기 설계도, 공대공 미사일 기술 등의 군사기술을 자국으로 빼돌렸다. 그리고 이들 기술의 대부분이 냉장고 부품 등으로 위장되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 당시 사건에 연루된 중국인 가운데 4명의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가 체포됐으며, 1명의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 직원이 본국으로 추방됐다.
     
     ▲1992년 버지니아 주 노포크의 MSS 소속 요원인 중국계 미국인 ‘벤 우’는 중국에 미국의 제2세대 야시경을 밀매하려다 미 정보 당국에 체포됐다. 그는 현재 펜실베니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1985년 CIA 요원 출신의 래리 우타-친이 41년간 중국 정보기관에 미국의 정보를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래리는 MSS가 주도로 CIA침투 간첩을 소탕하는 과정에 붙잡혔다.
     
     ▲1987년 미 국가안보와 관련된 비밀서류를 탈취하려던 중국의 대사관 직원이 체포됐다. 그는 사건직후 바로 중국으로 추방됐다.
     
     이 같은 여러 사례들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발생한 ‘차이나 게이트’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FBI는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방문자들에 대한 신원검색을 강화할 것을 에너지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중국에 미국의 비밀 핵기술을 제공한 리웬호 박사의 경우 FBI에 의해 요주 인물로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의 출입허가를 받았다. 클린턴 행정부 관리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對)중국외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리 박사의 행동을 방관했다.
     
     실제로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의 핵 기술이 중국에 유출된 것을 국가 안보상의 문제로 보지 않고 정치적 문제로 여겼다. 일례로 당시 앨 고어 부통령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도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의 보안이 뚫린 적이 있었다면서 모든 문제가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 발생된 것처럼 행동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의 무기제조 기술탈취와 관련된 700페이지에 달하는 의회 보고서와 중국이 클린턴 선거 캠프에 전달한 불법선거 자금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포용정책은 클린턴 행정부만 시도한 것이 아니다.
     
     닉슨과 헨리 키신저가 그랬으며, 포드-카터-레이건, 그리고 부시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포용정책을 썼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는 1기부터 1996년 대만 해협에서 벌어진 중국과의 군사적 대치 상황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대(對)중국 외교를 실패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고도 군사기술을 불법 탈취한 사실을 덮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인정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어야 했다.
     
     의심스런 인물들을 백악관에 접근하도록 만들고, 중국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받고, 민감한 군사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약화시키고, 주요 군사 연구 시설에 대한 접근 권한을 낮추고, 심각한 간첩 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흐지부지 시킴으로써 클린턴 행정부는 미국의 안보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중국은 앞으로도 미국의 군사기술을 획득하려 들 것이며, 이 과정에서 스파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미국은 이들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목표는 이제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미국의 안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번역-정리 김필재 기자 spooner1@hanmail.net
     
     출처: 미(美)기업연구소 인터넷 홈페이지 1999년 03월17일
     필자: 제임스 R. 릴리 前중국 주재 미국 대사, 2009년 11월12일 타계
     
     [주1]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는 美에너지자원부 산하 28개 연구소 중의 하나로, 뉴멕시코 주 북부의 산타페에서 35마일 가량 떨어진 로스 알라모스의 암석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연구소는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최초의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오펜하이머 박사를 중심으로 가동되던 '맨해튼 프로젝트 Y'의 산실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연구 과제가 핵기밀과 관련되어 있다.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경우 클린턴 행정부 시절 외국에서 온 교환 연구원의 숫자가 1만600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3600명이 중국-러시아-인도에서 온 과학자들이었다.
     
     [주2] 중국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의 핵무기 연구소에 대한 스파이활동을 통해 미국의 핵관련 비밀정보를 절취했다. 이 가운데에는 '열핵탄두' 관련정보와 '중성자탄 설계도', '다탄두 대기권 재돌입체'(MIRV)에 대한 비밀정보가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