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정승원 부장판사)는 결혼 5개월 만에 파경에 이른 A(여)씨와 남편 B씨가 서로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두 사람이 갈라서고 B씨가 8억7천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혼 전후에 주고받은 예물과 예단은 혼인이 성립하지 않으면 반환하기로 조건이 붙은 증여와 성격이 유사하다"며 "결혼이 단기간에 파탄 난 경우도 혼인이 성립하지 않은 때와 마찬가지로 해제 조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신의칙에 맞다"고 밝혔다.

    이어 "반환 책임자는 일차적으로 결혼 당사자이며 부모나 친족 간에 예물이나 예단이 오고 갔으면 이들 역시 함께 반환 책임을 진다고 보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맞지만, 당사자의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결혼이 파국에 이른 책임이 주로 B씨에게 있다는 전제에서 B씨는 예단비 10억 가운데 A씨의 청구에 따라 8억을 반환해야 하고 실내장식 비용 4천만원, 위자료 3천만원을 A씨에게 줘야 한다고 명했다.

    결혼 직후 B씨 부모가 A씨에게 사준 6천만원 상당의 스포츠클럽 회원권을 돌려달라는 주장은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자신이 제공한 예물이나 예단의 반환을 적극적으로 청구할 권리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와 B씨는 2009년 9월 결혼했는데 이 과정에서 A씨의 부모는 B씨 부모에게 예단비 10억원을 보냈다가 2억원을 돌려받았고 A씨는 신혼집 인테리어 비용으로 4천만원을 지출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예단비를 부모나 친족이 받았더라도 반환 책임자는 기본적으로 혼인 당사자이며 결혼을 했더라도 단기간에 파탄이 났으면 반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 부부는 가족에게 줄 선물의 규모나 금액에 대한 이견, 종교적 갈등,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를 겪다 B씨가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별거에 들어갔고 결혼 과정에서 주고받은 예단비 등을 두고 갈등이 생기자 맞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