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가 진중권 "영구 떡밥은 이제 그만…" '라스트 갓파더', 불량품·허접한 음식 비유
  • 진중권 "남들은 한번 실패하면 다들 찌그러지는데…"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심형래 감독의 새 영화 '라스트 갓파더'를 '불량품'이나 '허접한 음식'에 비유하는 독설을 날려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구랍 30일 진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소한(?) 글에서부터 비롯됐다. 진씨는 영화 '라스트 갓파더'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는 팔로워들의 요청에 "유감스럽게도 난 한번 불량품을 판 가게에는 다시 들르지 않는 버릇이 있어서 이번엔 봐드릴 기회가 없을 거 같다"는 짧막한 글로 '심형래표 영화'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드러냈다.

    트위터라는 개인적인 공간에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개진한 것에 불과했지만 진씨가 평소 '독설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것과 '시사평론가'라는 사회적 위치 때문인지, 진씨의 트위터와 관련 글이 소개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봇물처럼 증가하기 시작했다.

  • ▲ 영화 '라스트 갓파더' 스틸 컷
    ▲ 영화 '라스트 갓파더' 스틸 컷

    우선 심 감독과 영화 '라스트 갓파더'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한 네티즌들은 "심형래도 감정이 있는데 영화를 불량품 파는 가게로 비유하는 건 너무 직설적인 표현인 것 같다", "나름대로 자신의 방법으로 할리우드에 도전한 용기와 배짱은 보지 않고 단편적인 결과만 갖고 비꼬는 것 같아 몹시 기분 나쁘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며 진씨의 비판이 다소 자극적이며 결과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 같다는 의견들을 개진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영화 레벨이 떨어지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억지로 웃음을 유발하려는 시도가 구시대적 발상 같다", "영화를 보기 싫어 안보겠다는 진씨의 개인적 의견이 왜 문제가 되는 건지…"라는 댓글을 달며 진씨의 비판이 또 다른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한편 일부 네티즌은 "당신 말을 그 따위로 하니까 사람들이 더 그러지 ㅋㅋ", "'디워' 까면서 정 들었겠지", "X이나 처 드세요 ^^" 같은 인신공격성 글로 진씨를 힐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해당 글을 접한 진씨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님은 딱 심형래 영화 수준이군요", "댁의 가족이 재미있게 봤다고, 남들도 재미있다고 말해야 한다는 어거지는 어느 동네에서 배우셨어요?", "그래요 전 인성을 갖출테니 님은 IQ 좀 갖추세요"라는 글들로 응수,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나아가 진씨는 "팔로워들의 질문에 대답도 못 합니까? 그 빌어먹을 영화, 안 보겠다는데, 그런 말도 못 하고 살아야 하나요? 도대체 무슨 사이비 종교집단도 아니고…"라는 글을 트위터에 게재, 심 감독을 지지하는 팬들이 일제히 자신의 트위터에 욕설과 항의글을 남기고 있는 데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놨다.

  • ▲ 영화 '라스트 갓파더' 스틸 컷

    또한 진씨는 "영화판에서 남들은 한번 실패하면 다들 찌그러집니다. 재능은 있으나 아예 한 번 실패할 기회도 못 잡는 사람들도 수두룩하구요. 근데 님은 허접한 음식 내놓은 음식점에 다시 갑니까? 주인 용기 북돋아주러?"라는 글을 올려 심 감독의 이전 작품인 '디워'와 '라스트 갓파더'를 함께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심빠 여러분, 여기서 자꾸 이러시면 그 영화 확 봐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며 심형래 팬들의 트위터 공격이 계속될 경우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영화 비평'을 게재할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계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진씨의 잇단 비판 글이 의도와는 다르게 특정 영화에 대한 '디스'로 비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한 영화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일부 언론 등에서 영화를 기술적으로 비판한 '비평'이 아닌, 겉핧기식 평론이 이어지며 관객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다소 감정적인 소견에 치우친 진씨의 글 역시 잠재된 관객들에게 네거티브적인 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어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다음은 진중권씨의 트위터에 게재된 주요 발언 발췌.

    "그런데 다른 감독팬들은 까든 말든 다 조용한데, 유독 너그들만은 왜 그러시는 거에요?"

    "자, 영구 떡밥은 이제 그만. 쉰 떡밥 쓴 기사에 낚인 물고기 제위들은 원래 놀던 물로 돌아가주시와요. 전, 이제 나가야 합니다."

    "영화판에서 남들은 한번 실패하면 다들 찌그러집니다. 재능은 있으나 아예 한 번 실패할 기회도 못 잡는 사람들도 수두룩하구요. 근데 님은 허접한 음식 내놓은 음식점에 다시 갑니까? 주인 용기 북돋우어주러?"

    "이번 영화에 140억 지원되거든요. 그 돈이면 재능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영화 못 찍는 감독들 열 댓 명은 지원할 수 있어요. 님 같은 꼴통들이 그 길을 막고 있는 거죠."

    "심형래처럼 훌륭한 사람 되세요. 님, 충분히 그렇게 되실 자질이 있어 보여요."

    "팔로워들의 질문에 대답도 못 합니까? 그 빌어먹을 영화, 안 보겠다는데, 그런 말도 못 하고 살아야 하나요? 도대체 무슨 사이비 종교집단도 아니고…."

    "유감스럽게도 난 한번 불량품을 판 가게에는 다시 들르지 않는 버릇이 있어서, 이번엔 봐 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네요."

    사실 진중권씨와 영화감독 심형래의 '질긴 악연'은 화제작 '디워'가 개봉했던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디워'의 국내외 개봉으로 한창 논란이 시끄러울 무렵 진씨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영화 '디워'가 애국주의와 컴퓨터그래픽, 심형래 개인의 자전적 감동스토리 등에 편승해 국내 흥행을 기록했다"고 평가하며 "지나치게 컴퓨터그래픽에만 집중, 서사적 내러티브가 전혀 없어 비평할 가치조차 없는 영화"라고 혹령을 가한 바 있다.

    당시에도 진씨는 "'디워'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려면 상당한 모험을 감수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이른바 심빠(심형래 팬)들의 인터넷상 움직임이 '황우석 사태'에 비견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때문에 진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맹공을 퍼붓는 네티즌들을 향해 "무슨 사이비 종교집단도 아니고…", "유독 너희들만 왜 그러느냐"는 식의 강한 어조로 대응, 최근에 불거진 논란이 3년 전 발생한 '갈등'과 연장 선상에 있음을 은연 중 내비쳤다.

    한편 심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누적 관객수 121만6077명)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