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 한 해 풀어나가야 할 외교정책 분야의 당면과제로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와 이란, 중국, 북한문제 등 10개 현안을 선정, 공개했다.

    10대 과제에는 특히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및 미국의 외교정책과 관련된 수십만건의 기밀문건을 공개해 전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킨 위키리크스 문제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현안 요약.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 파키스탄이 탈레반 지도부와 휘하 병력에 지속적으로 도피처를 제공하는 현실이 바뀌기 전까지는 관련정책이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아프간 정부가 부패하고 신뢰를 상실한 점, 그리고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취약한 아프간 보안군의 역량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이란 = 이란 핵 프로그램을 협의하기 위한 6자회담이 다음달 이스탄불에서 개최될 예정이지만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란은 현재 순도 20%의 우라늄 농축작업을 계속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를 막고자 군사적인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어 이를 껄끄러워하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 중국 정부의 위안화 약세정책은 자국 수출을 확대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미국민의 고용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는 만큼 미 행정부로서는 올해에도 상당히 곤혹스런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갈수록 주변지역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 군사력 증강에 나서는 중국정부의 최근 행보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우려를 가중시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란 및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한 데다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라는 상황 역시 미국이 종전처럼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북한 =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천안함 어뢰공격이 발생한 지 얼마되지않는 만큼 전세계 최악의 불량정권인 김정일 정권이 후계구도 구축과정에서 어떤 일을 저지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북한의 도발 이후 중국에 대북 통제에 나서 주도록 하는데 만족하는 상태지만 중국의 대북 태도변화는 여전히 두고 봐야 하는 사안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 오바마 행정부는 거의 2년 가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직접 협상을 종용해왔으나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런 작업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스라엘은 내부적으로 경제가 지난해 4.5% 성장한 데다 테러 공격도 현재로선 없는 만큼 팔레스타인 측과의 평화협정 체결에 따른 실익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슬람 강경단체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는 위험한 상황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오바마와 미국의 위상 =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중간선거 참패와 아시아 순방의 미진한 성과 등으로 오바마의 영향력이 퇴조하고 있다는 인식이 머리를 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12개월 안에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실제 이행되지 않은 점은 상징성을 넘어선 실제 이행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또 지난해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비준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는 이렇다할 실적을 과시했지만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 하원 등 달라진 의회 구도로 비춰볼 때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역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레바논 = 2005년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대통령의 암살사건 조사결과가 곧 유엔이 지원하는 법정에서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당시 친(親)시리아 정부 퇴진을 이끌어낸 레바논의 민중시위(백향목 혁명. Cedar Revolution)가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들어 시리아 주재 대사를 5년만에 임명하며 친(親) 시리아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시리아 인사들이나 시리아와 연계된 헤즈볼라의 책임이 드러날 경우 미국과 시리아와의 관계는 다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 = 예측대로 `긴축의 해'가 될 2011년은 전세계 경제가 더딘 성장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이 유럽 최악의 경제국가로 간주되면서 포르투갈 경제가 올해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시아 경제의 경우 비록 중국경제 성장이 미국엔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킬 소지는 있지만 여전히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에 많은 투자를 해왔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2012년 정치무대에서 물러나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러시아 정치상황을 눈여겨 봐야 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새 START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러시아 정책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약 비준은 전세계 핵무기 폐기를 지향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웅대한 구상보다 러시아 내부에서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키리크스 파문 = 아프간 및 이라크 전쟁은 물론 미국 외교정책 전반에 걸쳐 수십만건의 기밀 문건을 공개한 위키리크스의 폭로 파문은 2010년을 장식한 커다란 뉴스 가운데 하나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를 추적, 미국 법정에 세운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를 한결같이 비난하는 미국과 달리 다른 곳에서 어산지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어산지에 대한 처리와 기밀문건을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혐의를 받는 브래들리 매닝 일병에 대한 재판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외 이미지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