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계자 “동기가 진급했다고 다른 사람들이 옷 벗는 식의 구태 버려야”“군 장성 인사 폭 커지면 北, 靑-軍 갈등으로 오판할 수도 있다”
  • 15일 김상기 3군사령관이 신임 육군참모총장으로 내정된 가운데 국방부가 “더 이상의 대장급 인사는 없다”고 밝히자, 군 내부에서는 “이제 한 명이 진급했다고 동기들이 모두 전역해야 하는 구태는 버리고 소폭 인사로 진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감지되고 있다. 

    차기 참모총장 내정자는 MB의 동지상고 후배

    우리 군의 대장급(★★★★) 장성은 합참의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해공 참모총장, 육군 1야전군 사령관, 3야전군 사령관, 2작전사령관 등 모두 8명이다(합참 부의장도 대장급 직위이지만 현재는 중장이 임명돼 있다). 이 중 육군참모총장으로 내정될 수 있는 후보자는 김상기 3군 사령관, 박정이 1군 사령관, 이철휘 2작전사령관, 정승조 연합사 부사령관 등 모두 4명이었다.

    김상기 3야전군 사령관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육사 32기다. 슬하에 3녀를 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후배로 알려져 있다. 특전사령관과 국방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2009년 9월 3군 사령관에 임명됐다가 이번에 육군참모총장에 내정됐다.

    박정이 1야전군 사령관은 충남 홍성 출신으로 육사 32기다. 슬하에 1남을 두고 있다. 2010년 천안함 조사단장을 지냈고, 올해 6월 현재 보직에 임명됐다. 이철휘 2작전사령관은 경기 포천 출신이다. 학군단(ROTC) 13기다.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2009년 9월 현 보직에 임명됐다. 전북 정읍 출신인 정승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육사 32기로 1야전군 사령관을 역임한 뒤 올해 6월 현 보직에 임명됐다.

    군 안팎, "이번엔 어디까지 바뀔까" 관심

    김관진 국방장관 등은 김상기 내정자에 대해 “군 개혁을 추진하고, 육군의 사기 증진, 기강확립, 전투의지를 본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반대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있었다. 15일 박지원 민주당 대표는 “내정된 육군참모총장도 영포라인이라 내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군 내부에서는 “영포라인은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문제로 이미 제거된 데다 참모총장 인사와는 별개의 건”이라며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 군에서는 이보다 대대적인 군 수뇌부의 ‘물갈이’를 우려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연평도 기습도발 당시 군 수뇌부와 청와대 간의 의견충돌이 이번 인사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연평도가 포격을 당하고 있을 때 청와대 참모진들은 항공기 폭격을 주장했으나 군 수뇌부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했다는 것. 결국 이로 인해 군 수뇌부에 대한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의 전역도 사실 이 문제의 연장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탓인지 군 안팎에서는 참모총장 임명 후 줄줄이 이어질 육군 장성급 인사가 어떻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참모총장이 새로 취임하면 육사 동기들은 모두 전역하면서 그 아래 계급 인사들까지 영향을 끼치는 게 관례였기 때문. 하지만 군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이런 ‘관례’가 깨지길 바라고 있다. 북한의 오판(誤判) 때문이다.

    장성 인사, 北 내부 선전용과 군사기 진작 모두 고려해야

    이번 장성급 인사는 정기인사지만 북한의 도발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천안함 사태 당시 정부는 군 수뇌부를 대거 경질하면 북한이 이를 ‘인민군의 승리’로 포장해 선전에 이용할 것이라 생각해 인사 조치를 미뤘다. 하지만 연평도 기습도발까지 발생하자 정부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참모총장을 내정한 뒤 ‘관례’에 따라 대장급을 포함, 대대적인 장성급 인사 조치를 하게 되면 북한은 이를 ‘남조선 군 책임자 숙청’으로 오판(誤判)해 ‘남한에서 군과 청와대 간에 심각한 갈등이 있다’고 오판하기 쉽다.

    북한 정권의 이 같은 오판은 인터넷을 통해 국내에 퍼지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군 내부에서도 ‘만만한 게 군이냐’는 식의 불만도 팽배해질 수 있다. 다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의 전투력과 사기 저하가 ‘지난 정권의 낙하산 인사들에 의해 뒤죽박죽이 된 정책과 제도’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군 수뇌부는 오는 17일 장성급 인사에서 한 사람이 고위직에 오르면 다른 동기들은 무조건 전역해야 하는, 불합리한 ‘관습’을 깨야 한다. 군이 앞서가는 민간 분야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