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여단- 정찰여단, 화학-세균무기 기습...사이버 테러까지AN-2 자살테러, 공기 부양정-500MD 헬기-반잠수정등 만반태세
  • 지난 11월 23일 북한군의 연평도 도발 후 남북한 전쟁에 대한 불안이 거세지자 ‘북한군 비대칭 전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언론과 학계 등에서 ‘북한군 비대칭 전력’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정작 그 실체를 속 시원히 밝히는 곳은 드물다.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 비대칭 전력의 위험성을 주로 전시 상황으로 한정해 설명한다. 하지만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이나 특수전 연구가, 정보관계자들은 평시 상황에서 오히려 더 위협적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은 평시에 어떤 '비대칭 전력'을 사용하려 할까.  

    ■ 가장 위협적인 정찰총국 부대들

    북한군의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은 특수부대다. 미군도 북한군의 가장 위력적인 무기는 특수부대라고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은 특전사와 해군 56전대(UDT/SEAL)를 주축으로 약 2만여 명의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북한군은 11군단(舊경보도 지도국)과 정찰총국에 20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질과 양에서 압도당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우리가 상상하는 특수부대는 아니다. 북한 특수부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보병 여단과 군단 직속 정찰여단은 우리 군의 특공연대, 수색정찰대와 유사한 경보병 부대들이다. 최근 북한은 경보병 여단들을 재편성, 사단으로 만들어 전방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병력은 7개 사단 5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한미 연합군 후방에 침투, 기습공격을 한다.

    전쟁 시작 전에 남한에 침투, 각종 암살, 교란을 일으키는 병력은 저격여단이다. 저격여단은 해군 각 함대사령부마다 1개 여단 씩 총 2개 여단(해상저격여단)이, 공군에 2개 여단(항공저격여단)이 있다. 해상저격여단은 주로 남한의 항만, 각종 중화학 공업시설, 해군기지 등을 노리며, 항공저격여단은 남한의 공항, 공군기지를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저격 여단은 3500~4000여 명의 병력으로 구성된다. 각 저격여단은 5개 저격대대와 직할대, 각 대대는 4개 저격중대와 직할중대로 구성되며 기본무장은 소화기 중심이다. 공용화기로는 ‘7호 발사관(RPG-7 대전차 로켓)’과 ‘화승총(휴대용 지대공미사일)’, 기관총 등이다. 빠른 기동성과 타격이 장점이므로 중화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 ▲ 제3국을 통해 수입한 500MD 헬기 내부를 둘러보는 김정일. 북한은 80년대 후반 특수부대 침투용으로 80대 이상의 500MD 헬기를 입수했다. 지금도 이 헬기들 중 다수가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제3국을 통해 수입한 500MD 헬기 내부를 둘러보는 김정일. 북한은 80년대 후반 특수부대 침투용으로 80대 이상의 500MD 헬기를 입수했다. 지금도 이 헬기들 중 다수가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에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특수부대도 있다. 이들은 평시에는 남한에 침투해 첩보수집과 간첩을 지원하기도 하는, 정찰총국 소속의 정찰여단이다. 전체 병력은 약 7500여 명으로, 3개 여단으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찰총국에는 직속 4개 대대(24, 69, 71, 72대대), 전방 군단에 파견된 4개 대대, 해군과 공군에 파견된 대대, 훈련소, 월북자 부대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찰여단은 평시에는 남한과 주한미군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명령에 따라 암살, 테러, 사보타지 등을 수행한다. 북한군은 이들을 90년대 중반까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국가에 ‘뇌격정찰조’라는 이름의 군사고문단으로 파견, 외화벌이를 시키기도 했다. 당시 일부 고문단은 반미 테러 조직들을 교육하기도 했다.

    북한 특수부대의 전시 침투수단

    이런 북한 특수부대들은 전쟁 전 남한을 기습공격, 전방 부대들을 타격하게 되는데 이때 사용되는 수단들로는 잘 알려진 AN-2 목제 수송기와 ‘공방급’ 공기 부양정, 80년대 독일 등을 경유해 사들인 500MD 헬기, 반잠수정 등이 있다.

  • ▲ 북한 항공저격여단, 경보병여단, 정찰여단 등이 사용하는 AN-2 수송기. 동체는 나무, 날개는 종이로 돼 있어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
    ▲ 북한 항공저격여단, 경보병여단, 정찰여단 등이 사용하는 AN-2 수송기. 동체는 나무, 날개는 종이로 돼 있어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

    AN-2 목제 수송기는 지나치게 구식이라서 오히려 하이테크 기술을 기만할 수 있는 역설적인 무기다. 동체는 나무로 되어 있고, 날개는 천으로 되어 있다. 순항속도가 200km/h 남짓에 불과해 초저공비행도 가능하다. 게다가 이착륙 거리가 짧아 고속도로나 국도, 들판만 있으면 뜨고 내릴 수 있다. 최대 수송 인원은 10여 명이다. 북한 특수부대는 이 AN-2를 남한의 골프장이나 국도에 착륙시키는 침투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대수는 300대 이상이다.

    철산군 기지, 원산 기지 등에 배치된 ‘공방급’ 공기 부양정은 서해처럼 조수간만이 심한 곳에서는 궤도차량이나 배가 다니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침투수단이다. 최대 속도가 80km/h 이상인데다 자체 무장도 하고 있다. 50명까지 수송할 수 있는 이 공기 부양정은 간조 시 서해도서나 김포, 강화, 인천, 한강 하구 지역 등의 주요 시설을 노리고 침투하게 된다. 보유대수는 140대 내외로 추정된다.

    500MD 헬기의 병력 수송능력은 적다. 하지만 기동성이 우수해 남한의 정부 주요 시설과 대공 미사일 기지를 습격할 때 사용하기 좋다. 특히 북한군은 90년대 말부터 남한의 대공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때 2대의 헬기를 이용, 한 대가 단거리 대공 미사일을 유인하면 반대편에서 다른 헬기가 나와 이를 파괴하는 훈련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500MD 헬기는 美육군 160 특수항공단(SOAR)에서 사용하는 ‘AH-6 리틀버드’와 모양이 흡사해 미군을 교란할 때도 사용한다. 보유 대수는 80±10대로 추정된다.

    반잠수정은 해상저격여단이나 정찰여단이 후방에 침투할 때 주로 사용한다. 몇 년 전부터는 어뢰까지 장착해 타격력도 갖췄다. 반잠수정은 속도가 50노트 가량으로 매우 빠르고 보통 때는 파도의 높이보다 선체가 낮아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 또한 유사시 수심 20m까지 잠수도 가능하다. 북한 해군은 이 반잠수정으로 남한 해군기지나 항만 시설, 미군의 물자증원시설 등을 타격할 계획을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대수는 40±5대로 추정된다. 

    북한 특수부대, 다른 비대칭 무기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어

    이런 침투수단은 한미 연합전력으로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특수부대는 그 특성상 전시보다 평시에 더 위협적이다. 북한 저격여단과 정찰여단 등은 후방침투 및 교란, 요인암살, 적 종심타격 등을 수행하는 건 서방 특수부대와 같지만, ‘김정일 일가 명령 수호’와 ‘대남적화’에 모든 중심이 맞춰져 있으며 ‘자살공격임무’를 ‘명예롭게’ 여기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이들은 김정일의 명령만 내려지면, 직접 전염병 보균자가 되거나, 화학무기를 소지하고 제3국을 경유해 남한에 침투해 교란작전을 펼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남한을 교란할 경우 우리 측에서는 쉽게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중국인 불법체류자로 위장할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로 남한 사회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 ▲ 2009년 7월 국내 주요 사이트가 DDoS 공격을 받았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등의 조사 결과 DDoS공격에 사용된 좀비 PC들은 웹하드-P2P 등 공유사이트에서 음란물, 불법콘텐츠를 다운로드받으면서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 2009년 7월 국내 주요 사이트가 DDoS 공격을 받았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등의 조사 결과 DDoS공격에 사용된 좀비 PC들은 웹하드-P2P 등 공유사이트에서 음란물, 불법콘텐츠를 다운로드받으면서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자폭 임무’가 아니라도 위험하다. 이들은 다른 비대칭 전력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바로 ‘사이버 테러’와 ‘심리전’이다. 이들은 10년 이상 철저히 ‘남한 사람’이 되도록 교육받는데다 각종 심리전 기법도 익힌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만약 중국인 불법체류자, 또는 중국계 미국인 등으로 위장해 남한 사회에 잠입한 다음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할 수 있는 ‘테러’는 그 범위가 대단히 넓다. 한국 사회에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한 점을 악용해 2009년 DDoS 공격과 같은 ‘사이버 테러’를 일으키는 건 이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다.

    또한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각종 폭발물 제조 기술도 익히고 있기에 맨 몸으로 남한에 침투한 뒤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재료를 구해 폭발물을 만든 다음, 남한 내 고정간첩망 등과 연계해 지하철, 전력시설, 도시가스 시설, 대기업 본사, 금융 정보망 등에 대한 테러를 감행할 수도 있다. 북한 특수부대들이 남한사회 교란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대남사업기관’ 요원의 숫자가 3만 명이 넘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북한 특수부대가 이런 식으로 후방교란을 실시할 경우 남한 사회가 겪을 고통과 분노는 ‘연평도 도발’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된다. 특히 전철이나 도시가스와 같은 사회 인프라 테러, 인터넷 악성 코드 유포, 전염병 확산 등은 누가 언제 어디서 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탓에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가중되고 여기에 악성 루머들까지 퍼지면, 심할 경우 소요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생긴다. 북한은 이런 점을 노려 핵무기보다 특수부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下]北비대칭 전력 막으려면: 한미 연합군의 ‘비대칭 전력’ 활용”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