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軍, 대북전단 40만 장 살포…30일 민간단체 20만 장 살포군 “심리전 실행 여부에 대한 모호성이 심리적 효과 극대화” 주장탈북자들 “북 상황 고려한다면 대놓고 하는 대북심리전 효과, 더 클 것”
  • 지난 23일 북한군의 연평도 기습도발을 당한 뒤인 오후 11시 경 우리 군은 북한에 40만 장의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2003년 이후 중단됐던 대북심리전을 재개한 것이다. 이에 군은 “대북심리전이라는 건 했는지 안 했는지를 적이 모르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말 그럴까.

    盧정권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대북심리전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3년 전방 지역에 설치된 확성기가 모두 철거됐다. 대북 심리전이 완전히 중단된 건 이 때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더 큰 효과를 가진 대북전단 살포는 2000년 6.15 선언 이후부터 거의 중단된 상태였다고 한다. 노무현 정권의 실세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일부 군 장성들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후로도 대북 심리전은 계속됐다. 민간대북방송 덕분이었다. 2004년 4월 20일 탈북 군인 등이 모여 설립한 자유북한방송과 이후 개국한 열린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등이 그들이다. 그 중 자유북한방송은 탈북 군인 등의 생생한 증언과 대북 심리전에 가까운 콘텐츠로 북한 정권을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때도 정부가 운영하는 대북 방송들은 계속 되었지만 그 내용은 남한 가요 틀어주는 것,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선전 등이 대부분이었다. 북한 주민들은 이 같은 남한의 대북방송에 불만이 컸다고 한다. 이럴 때 민간대북방송의 ‘심리전’은 톡톡히 효과를 봤다. 美북한인권단체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탈북자 중 48%가 이 방송을 청취했고, 방송을 듣고선 탈북을 결심한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 ▲ 여러분이라면 하늘에서 떨어진 200만 원을 버리겠는가. 민간대북전단에는 북한 주민들이 상부에 신고하지 않도록 1달러 지폐를 함께 보낸다. 북한에서 1달러는 한 달 생활비다.ⓒ
    ▲ 여러분이라면 하늘에서 떨어진 200만 원을 버리겠는가. 민간대북전단에는 북한 주민들이 상부에 신고하지 않도록 1달러 지폐를 함께 보낸다. 북한에서 1달러는 한 달 생활비다.ⓒ

    대북전단 또한 민간단체의 힘으로 다시 부활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와 북한인권운동가들이 모인 단체들은 십시일반 돈을 걷어 대북전단을 뿌렸다. 돈이 없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방법도 직접 연구했다. 대북전단과 함께 중국 인민폐나 미국 달러를 넣어 북한 주민들이 전단을 주은 뒤 당국에 신고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연구했다.

    이후 북한 정권은 민간대북방송과 대북전단살포단체 관계자들에 대한 협박은 물론 핵심 관계자들을 암살할 것이라는 루머까지 퍼뜨렸다. 실제 일부 민간대북방송국은 남북회담의 비공식 주제가 되는가 하면, 종북 단체들로부터 온갖 협박편지와 소포를 받기도 했다.

    2008년 세간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민간대북방송과 대북전단살포단체가 정부 지원을 받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우파 정권’이라 여겼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국내외 후원자들은 안심하고 이들 단체에 대한 후원을 줄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들에 무관심했다. 결국 몇몇 민간대북방송국은 휴업 상태이고 대북전단살포단체 또한 대북전단 살포 회수가 크게 줄었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천안함 사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전단과 방송 등 대북 심리전의 효과를 이미 깨달은 우파 진영과 언론들이 대북 심리전 재개가 시급하며, 민간단체의 콘텐츠를 활용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정부와 군은 이를 묵살했다. 군 관계자들은 ‘우리가 전문가’라며 자신 있어 했다(실제 정부 관계자들이 천안함 사태 이후 어떻게 움직였는지 관계자들은 모두 안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지금까지 대북 심리전은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이를 본 탈북자 단체와 북한인권단체 등은 정부의 행태를 보며 속을 태웠다. 그들이 보기에는 민간에서 제작한 대북방송과 대북전단이 핵무기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北정권과 주민 분리 전술이 기본

    탈북자 단체와 북한인권운동단체들의 주장은 이랬다. 북한은 ‘정상 국가’가 아니므로 군이나 정부가 제작한 대북 심리전 콘텐츠는 제대로 먹히지 않으리라 봤기 때문이다.

    90년대까지 우리 군의 대북전단이나 방송 내용은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우리 체제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식이었다. 종종 여자 연예인 사진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그런 내용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수의 탈북자들이 ‘북한은 김일성 일가가 다스리는 신정(神政) 국가’라고 말한다. 여기다 김정일 일가는 90년대 수차례의 쿠데타 이후 유학파는 믿지 않는 습성이 있어 뛰어난 인재들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전했다. 

    한편 김정일 일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통치 자금이 고갈되는 것 ▲전후방 주민과 인민군이 자신을 배반하는 것 ▲외교적으로 완전히 고립되는 것(예를 들어 남한이 미국, 일본, 러시아 등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거나 중국이 자신들을 배신하는 것) 등이다. 이 중 첫 번째는 이미 국제체제를 통해 시행되고 있으나 중국 등 반미 진영과 북한 정권의 커넥션 때문에 빈틈이 있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두 번째를 목표로 한 대북 심리전은 해볼만 하다는 게 탈북자들의 주장이다.

    탈북자들은 이를 위해 몇 가지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또한 전단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포장이라고 설명한다. 즉 2002년 북한의 경제자유화조치 이후 변한 북한 내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 대북 전단과 방송은 김정일 정권과 주민들을 분리시키는데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 ▲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의 정신을 빼놓았던, 일명 '도쿄 로즈'의 모습. 그녀의 목소리는 미군의 향수병을 극대화시켰다. 하지만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녀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심리전술은 주로 전시에 사용된다.ⓒ
    ▲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의 정신을 빼놓았던, 일명 '도쿄 로즈'의 모습. 그녀의 목소리는 미군의 향수병을 극대화시켰다. 하지만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녀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심리전술은 주로 전시에 사용된다.ⓒ

    특히 탈북자들은 전단 살포와 대북방송을 ‘도둑 고양이’처럼 숨어서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고 대외적인 명분을 얻기 위해 대남선전활동도 드러내놓고 한다고 전했다. 이것이 ‘북한식 심리전의 원칙’이라는 것. 북한이 핵개발과 핵실험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군이 숨어서 대북심리전을 한다면 통제와 감시 속에 생활해 온 북한 주민들로부터 오히려 의심을 사 남한에서 보내는 방송, 전단이라는 믿음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대통령이 지시한 ‘민간 자원 활용’ 지금이 적시다

    이런 탈북자들의 지적과 우리 군이 말하는 ‘심리전 원칙’을 비교해 보면, 지금 군은 대북 심리전을 마치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도쿄 로즈’나 베트남전의 ‘하노이 한나’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간대북방송 관계자들은 “지금 우리나라가 하려는 대북 심리전은 누가 어디서 하는 게 다 드러나는, 자유아시아방송이나 미국의 소리방송과 같다”고 지적한다. 군사 매뉴얼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민간 정보 전문가들도 지금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전력뿐만 아니라 김정일 일가가 ‘충격과 공포’에 떨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민간에서 보냈던 ‘대북 전단’과 ‘대북방송’의 콘텐츠다. 군 수뇌부는 이런 ‘민간인’의 지적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천안함 사태 이후 논란이 된 일련의 불량무기 사건, 그리고 이번 연평도 도발에 이르기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은 이미 민간 군사 전문가들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받아왔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민간의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