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작전개념은 아직도 미군의존...김정일을 몰라돈만 퍼부으면 안전빵? 북한식 입장서 '박살작전' 짜내야
  • 지난 23일 오후 연평도를 휩쓴 북한군의 포격에 해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희생됐다. 이에 온 국민이 북한의 행패에 분노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 원유철 위원장은 26일 연평도를 방문하기에 앞서 “군은 돈 신경 쓰지 말고 연평도를 보호할 수 있는 철저한 계획을 짜내라”고 말했다. 연평도 습격 후 국방부가 밝힌 2,600여억 원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돈을 아무리 들이부어도 지금과 같은 전략전술로는 연평도가 안전해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바로 군 지휘부의 '전략전술' 때문이다.

  • 연평도 습격 때 드러난 고질적 문제

    23일 북한군의 해안포와 방사포 습격 당시 우리 해병은 K-9 자주포로 대응했다. 이때 2문이 포탄의 충격으로, 1문은 훈련 중 불발탄으로 고장났다. 이후 1문은 고쳐서 대응사격에 합류했지만 80발 밖에 쏘지 못했다. 북한군의 포병 진지를 타격하기 위해 도입한 대포병 레이더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인과 언론, 고위층은 이 문제에만 집착했다. 그러면서 ‘군은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느냐’는 질타를 쏟았다. 하지만 이는 ‘우리 군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지 않았기에 나올 수 있는 지적이다.

    연평도에 배치된 해병대 무기는 적을 타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적이 연평도에 직접 상륙하려 할 때 대응하기 위한 무기들로 구성돼 있었다. M-47 전차포를 개조한 90mm 고정식 해안포, 20mm 발칸포, 미스트랄 대공미사일, KM-101 105mm 견인포 등은 모두 사거리가 12km 안쪽이다. 반면 북한군의 포진지는 최소한 14km 떨어져 있다. 유일한 대응무기인 K-9 자주포 또한 해안포 갱도를 공격할 수는 없는, 단순한 ‘포’다.

    반면 연평도는 백령도, 대청도와 함께 다른 NLL에서 북쪽으로 쑥 들어가 북한군 진지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이런 곳에 ‘빈약한 무장’과 함께 해병대만 주둔시킨 것은 군이 연평도를 ‘공세적 진지’로 활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인계철선’ 또는 ‘희생타 역할을 하는 저지선’으로 삼겠다는 것임을 드러낸다.

    이런 개념은 냉전 당시 우리 군이 미군과 함께 정보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군이 전면전 준비를 하는 것을 72시간 이전에 파악하고, 이에 전군이 ‘데프콘 3’에 돌입한 뒤 미군의 모든 전력을 한반도로 투사할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래야만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의 주민을 피신시키고, 주둔한 전력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뜻을 따를 필요가 없는 북한군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북한군은 오히려 연평도와 백령도를 ‘고립무원’으로 봤다. 지난 10년 간 자신들을 ‘돌봐준’ 남한 정권 덕에 군 또한 ‘교전규칙’ 때문에 함부로 대응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아는데다 연평도에 배치된 전력도 인터넷을 통해 이미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자신들이 연평도를 기습공격 했을 때 남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북한 후방을 타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군만 따라가는 군의 전략전술 개발

    이 같은 점은 군이 민간의 군사연구가들이나 탈북군인들의 말만 충분히 청취했어도 이해할 수 있음에도 지금까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군사문제에 대해 민간에서도 목소리를 내게 된 후 우리 군의 전략전술에 대해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가 ‘한반도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군의 장비 도입이나 전략전술, 교범 등을 살펴보면 거의 다 미군을 모방하는 것이다. 포병도 기갑도 공병도 보병도 ‘세계 최강’인 미군만 따라간다면, 그 절반만 돼도 북한군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살았다.

    하지만 미군은 우리 군이 그리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전략전술을 사용하는 나라가 아니다. 전 세계를 작전범위에 넣고 수천 km 밖에서 도심 속의 군사시설만 골라 정확하게 타격해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장병들은 최소한 5년 이상 근무한다. 이때 꾸준한 훈련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높인다. 장병들에 대한 대우도 틀리다. 정찰위성이 1개 소대의 작전을 지원해주고, 적진에 고립된 1개 소대를 위해 항공모함까지 동원하는 나라다. 우리 군이 이런 미군을 그대로 따라하려 해도 그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반면 우리의 적인 북한군은 ‘인명경시’와 ‘김정일에 충성하는 총폭탄 정신’, ‘대민피해’를 당연하게 여기는 지휘관들이 60년 동안 이끌어온 ‘군대 아닌 군대’다. 이들은 남한을 공격할 때 민간인 피해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누가 맞던 남조선이 피해를 입었으면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군 수뇌부는 자기 부하 수십 명이 희생되어도 한국 사회가 조금만 흔들리는 분위기를 보이면 ‘대승을 거뒀다’고 보고한다.

    북한군 입장에서 대비책 생각해야

    이런 점을 고려하면 우리 군이 어떤 전략전술을 개발하고, 어떻게 북한군의 기습에 대응해야 하는지 ‘감’이 잡힐 것이다. 적의 해안포를 한 방에 날려버리려면 이제는 미군 따라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서해 5도에 어떤 무기가 필요한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북한군의 대함미사일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우리를 기습하면 북한군의 레이더 기지, 방사포 진지를 날려버려야 한다. 안 되면 ‘현무’ 미사일이나 MLRS라도 배치해야 한다. ‘땅굴 속 두더쥐’를 포병으로 쉽게 잡을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제대로 된 대비책’을 갖출 수 있다. 

    국회 국방위에서는 ‘돈 걱정 하지 말라’고 하고,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무기를 장비하라’고 지시했다. 군은 이 같은 지시에 따라 ‘서해5도 사령부’니 ‘K-9 자주포 증강배치’니 하는 말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이런 보도를 듣고선 더 화가 치밀었다. 지금 병력 늘이라는 게 대책일까. 사령부 만들면 또 '별'자리 만드는 거 아닌가.

    국방부, 특히 '별'들께서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이 있다. 국회와 대통령이 이런 지원의사를 밝힌 이유는 군 수뇌부가 잘 대응해서가 아니라 아깝게 희생당한 장병들, 삶터에서 내쫓긴 주민들 때문임을 말이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새겨듣지 않는다면 '연평도 기습도발'과 같은 '분한 일'이 또 생길 것이다. 북한군 수뇌부가 볼 때 한국군은 '토끼가 사자떼를 이끄는 모습'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