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며 눈시울 붉혀…"북한은 주적" 주먹 불끈인터넷서도 명복 비는 추모글 줄이어
  • 유낙준 해병대사령관 "백배 천배로 갚아주겠다"

    우리 해병을 죽고 다치게 한 대가를 반드시 저들이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100배 1천배로 갚아 주겠다. 현역과 예비역 모두 뼈에 새기게 반드시 복수하겠다"

    영하의 날씨 속에 눈과 비가 섞여 내린 27일 오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엄수된 '연평도 전투 전사자' 해병대 연평부대 서정우(22) 하사와 문광욱 (20) 일병의 합동영결식은 영원한 해병을 넋을 기리는 애도로 가득했다.

  • 영결식은 해병대장으로 수도병원 체육관에서 유족과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속에 치러졌다.

    생전 서 하사와 문 일병의 살아왔던 약력이 차례차례 소개되자 유족들은 고개를 떨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식장 곳곳에서는 참석자들의 어깨가 들썩였고 울음소리도 여기저기서 새어 나왔다.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의 자랑이었던 그대들에게 북한은 어찌 이리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나. 우리 해병대는 두번다시 참지 않을 것이다.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100배 1천배로 갚아주겠다"고 애도의 뜻과 응분의 대가를 천명했다.

    서 하사와 문 일병의 어머니는 고개를 떨군 채 먼저 떠난 아들을 떠올리며 연신 눈물을 닦았다.

    이어 서 하사와 함께 생활했던 동료 한민수 병장은 눈물을 애써 참으며 목멘 목소리로 추도사를 이어갔다.

    "이게 무슨 일이냐.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반드시 복수해주마, 사랑하는 정우야, 광욱아, 서북도의 수호신이 되어 연평도를 지키는 우리들에게 힘이 되어 주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애통해했다.

    헌화가 시작되자 서 하사의 아버지와 어머니,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등 서 하사 유족과 문 일병 아버지와 어머니 등 유족들은 굳은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차례로 영정에 국화 한송이를 바치고 분향했다.

    이어 유낙준 해병대사령관과 김태영 국방장관, 미8군사령관, 여야 정당대표, 국회의원, 정부부처 주요 인사 등이 차례로 헌화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시신이 운구되며 식장을 빠져 나가려는 순간 해병대전우회 양평군지회 김봉중(62.해병 440기)씨가 국가를 위해 장렬하게 전사한 해병 전우의 마지막 길인 운구행렬을 멈춰 세웠다.

    그는 "고인이 즐겨 불렀던 영원한 해병가를 선창하겠습니다"라며 해병대가를 선창하자 식장을 메운 해병 장병과 해병전우회원들은 떠나가도록 합창해 주변을 눈물바다로 만들어 숙연케 했다.

    합창한 해병대가 끝나고 조악이 울려 퍼지며 다시 운구행렬이 식장을 떠나려고 하자 식장에 참석한 해병 장병과 해병전우회원들은 못내 아쉬운 지 다시한번 해병대가를 합창했다.

    시신이 식장을 빠져나와 운구차에 실리자 유족들은 관을 부여잡고 발을 구르며 다시한번 목놓아 울었다.

    서 하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관을 두드리며 "우리 정우 어떻해, 엄마야 엄마야, 이놈아, 아빠다. 정우야. 가지마. 문 일병의 유족들도 "우리 관욱이 불쌍해서 어떻해"하며 부여잡은 관을 놓지 않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한민수 병장은 운구행렬이 떠나고 나서 생전 서 하사를 떠올리며 "반합에 함께 밥을 나눠 먹으며 장난쳤던 생각도 나고, 항상 밝고 웃는 녀석이였고, 전공을 살려 꿈을 펼치고 싶다고도 했다. 옷에 관심이 많아 모델도 하고 싶다고 했고..꿈 많은 친구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휴가를 나가 있던 수능날 전화를 해와 23일 휴가가니까 밖에서 보자고 한 것이 마지막 통화가 됐다"며 애통해 했다.

    1시간여 동안 영결식을 마친 두 전사자의 시신은 성남 화장장에서 화장된 뒤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연합뉴스)

    젊은이들 "힘을 합쳐 응분의 대가 치러줘야"

    북한군의 무자비한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해병대 연평부대 서정우(22) 하사와 문광욱(20) 일병의 합동 영결식이 열린 27일 대한민국 전체가 다시 슬픔에 잠겼다.

    지난 4월 천안함 사태의 희생 용사 46명을 비통함 속에 떠나보냈던 국민은 몇 개월 만에 또다시 벌어진 우리 장병의 영결식을 TV와 인터넷으로 지켜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북한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 서울역을 찾은 시민은 영결식이 시작되자 대형 TV 앞에 모여들어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희생 장병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대구에 산다는 김위옥(58.여)씨는 "순국한 장병도 우리 국민이고 나 같은 어머니가 있을 텐데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를 업고 부산의 친정에 내려간다는 임현영(34.여)씨도 "동생 같은 군인들인데 너무 안타깝다. 우리를 지키려 순국했다고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집에서 TV로 영결식을 시청한 시민도 슬픔을 함께 나눴다.

    주부 박주연(49)씨는 가족과 함께 영결식을 보면서 쉴새 없이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그는 "전사자 어머니가 영결식에서 계속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고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해병대 출신들의 전우애는 각별했다. 해병대 출신인 김영훈(32.회사원)씨는 영결식을 보려 주말이지만 일찍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후배의 마지막 가는 길을 TV로나마 보고 싶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싸웠다"고 말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일부 시민은 우리 군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김영서(67)씨는 "왜 당하고만 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젊은 세대가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것도 전쟁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 북한은 어디까지나 주적이다. 확전은 안 돼야겠지만 도발한 지역은 완전히 부숴 버려야 한다"고 했다.

    집에서 TV로 영결식을 지켜봤다는 김상현(53.회사원)씨도 "북한이 도발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천안함 때 응징했다면 감히 육상으로 포격할 생각을 했겠나. 말로만 국방대책을 세울 게 아니라 다시는 이런 도발을 못 하도록 보복공격을 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북한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는 젊은이들도 보였다.

    서울역에서 만난 대학생 김현우(21)씨도 "천안함 때와 달리 민간인의 인명피해가 난 것은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전쟁이 나면 나라를 지켜야 하는 건 우리 또래 몫이다. 힘을 합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휴가를 나온 군인 이모 상병은 "제대할지 군에 남을지 갈등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부사관이 되기로 결정했다"며 "북한의 도발이나 전쟁을 막을 역량이 충분하며 나부터 온 힘을 다해 국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먹을 불끈쥐며 다짐했다.

    인터넷에서도 추모와 위로 글이 쏟아졌다. 아들이 해병대 이등병이라는 네티즌 `최정화'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 자식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하는 이 부모님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기운 차리고 힘내세요"라고 적었다.

    `초건희'라는 누리꾼은 "사람이 태어나서 누구나 돌아가지만 두 분의 전사에 무한한 영예와 영광을 보낸다"고 했으며, `전은지'라는 대화명의 누리꾼도 "고통 없는 곳에서 태어나시기를…, 그대들이 있어 자랑스럽습니다"라며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