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서 다수 직장 잃어...자활대책 패러다임 바꿔라강인한 개척자 정신 활용, 다방면 '생산적 주역' 만들어야
  • 대한민국은 11월 15일 기준으로 탈북자 2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1990년대 초 탈북자는 1천명을 넘지 않았으나, 2007년 1만 명을 넘은 후 불과 3년 만에 2만 명을 돌파했다. 탈북자의 규모 증대는 단순한 양적 확대만이 아니라 탈북동기와 탈북의 성격 변화를 함께 초래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의 탈북자는 현역군인과 소수의 무역기관 근무자, 외교관, 그리고 유학생들이 자유를 찾아왔으나,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문제가 심각해진 1990년대 중반이후는 생계곤란으로 생존을 위한 탈북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족단위 입국이 증가하면서 자유와 생존을 위한 탈북만이 아니라 기 입국한 탈북자의 재북가족이 가족재결합 차원에서 입국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탈북자 규모와 특성의 변화에 대응하여 정부는 정착지원 제도를 자립과 자활 중심으로 개선하고 이들의 취업과 경제능력 향상에 주력해 왔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통일부의 탈북자 지원 정책과 서비스는 제도와 인력, 예산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되었다. 현재 제 2 하나원(통일부 운영 탈북자 사회적응교육 시설) 건설이 추진되고 있고, 하나원 퇴소 이후 지역사회 정착교육과 지원을 담당하는 하나센터가 전국 30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하나센터와 민간기관에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소속의 전문상담사가 파견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 9월 기존 법정단체였던 북한이탈주민후원회를 통일부 산하기관인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으로 확대 개편하여, 탈북자 지원정책은 그 정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북자의 실업률은 일반 국민의 3~4배에 달하고, 일부 여성들의 경우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등지의 유흥업소까지 진출하여 충격을 주고 있다. 탈북자 교육과 사회적응을 위해서 정부가 연간 수천억의 예산을 사용하고, 수백 명의 인력이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며, 지원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나, 탈북자의 사회 부적응과 일탈현상은 여전히 한국사회의 주요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를 비롯한 각 정부부처는 경쟁적으로 탈북자 지원제도와 서비스를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있으나, 탈북자 단체와 지역사회 탈북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하나원과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에 근무하던 탈북자 출신들이 대거 직장을 잃고, 탈북자들을 잠재적 간첩으로 몰아가려는 일부의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 탈북자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이제는 탈북자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단순히 기존의 정책을 보완하고 개선하기 위하여 땜질하거나 덧씌우는 방식의 제도개선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탈북자 2만 명 시대를 맞이하여 탈북자 지원정책은 백지상태에서 철저히 효율성과 효과성을 평가하여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개편을 해야 한다. 우선 탈북자 정책의 패러다임은 ‘관리와 통제’에서 ‘자립과 자활’로 변경되었으나, ‘생산적 기여자’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탈북자를 관리와 통제, 그리고 자립과 자활이 필요한 대상으로 인식할 경우 이들은 영원히 한국사회의 부담과 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은 자립과 자활을 넘어서서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생산적 기여자’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맞추어 한국의 노동현장에서 생산을 담당하고 있고, 특히 향후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정보생산과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탈북자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선도하는 북한사회 변화의 실질적 기여자들이다. 탈북자들에게 긍정적인 역할과 자부심, 그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면 그것으로 한국사회 정착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현재 탈북자 정책과 사회적 인식은 사회적 소수자, 사회적 약자로 접근하고 있다.
    이것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잘못된 것이다. 탈북자는 사회적 소수이고 약자이지만 결코 약한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받았으나, 북한의 정치와 경제체제의 모순에 대항하여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난 개척자들이다. 중국 당국의 체포와 단속에도 불구하고 몇 년에 걸쳐서 몽골, 동남아시아 국가, 그리고 그 외 국가의 국경을 넘나들어 한국에 도착한 강인한 정신력과 판단력, 실천력을 갖춘 강한 사람들이다.

     탈북자는 입국 후 신체적 정신적 피로현상이 나타나고, 남북한의 교육과 사회적 수준의 차이로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며, 경제적 사회적 기반의 미비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고 있으나, 이들의 강인한 기본적 토대를 자극하고 자존감을 존중할 경우 한국사회의 중요한 ‘생산적 기여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굶주리고 억압받는 사회에서 살아남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에서도 자신의 삶을 개척해 온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할 합리적 이유는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이들을 지나치게 약한 존재가 아닌, 강인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정책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