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리 웨스트우드 1위 올라서
  •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5.미국)가 5년 넘게 지켜온 세계 랭킹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2005년 6월12일부터 281주간 세계 1위를 지켜온 우즈는 1일 새로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리 웨스트우드(37.잉글랜드)에게 밀려 2위로 한 계단 내려섰다.

       지난해 11월 우즈가 호주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을 때만 해도 우즈는 랭킹 포인트 16.17점으로 선두였고, 5위였던 웨스트우드는 5.92점으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으나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웨스트우드가 우즈를 앞질렀다.

  •    2009년 11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드 자택 근처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를 낸 뒤 여성 편력이 잇따라 불거지며 골프와 인생 모두에서 내리막을 걸어온 우즈는 올해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이혼까지 하는 등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바람을 피운 상대 여성이 하나둘씩 드러나며 무기한 골프 중단을 선언했던 우즈는 4월 마스터스부터 9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BMW 챔피언십까지 12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최고 성적은 마스터스와 US오픈 공동 4위에 그쳤다.

       또 4월 퀘일할로 챔피언십에서는 컷 탈락, 8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최종합계 18오버파를 치는 망신도 이어졌다.

       새로운 세계 1위 웨스트우드는 올해 마스터스와 브리티시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6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세인트주드 클래식에서도 우승했다.

       지난해 유럽프로골프투어 상금 1위, 올해의 선수 등 주요 부문을 휩쓸었고 유럽투어에서만 통산 20승을 올렸다. PGA 투어에서 2승, 일본 무대에서도 네 차례 우승컵을 가져갔다.

       특히 웨스트우드는 2001년 세계 4위에서 2003년 5월 말 266위까지 내려가는 부진을 겪다가 다시 1위로 치고 올라오는 저력을 보여줬다.

       1986년 남자골프 세계 랭킹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웨스트우드는 베른하르트 랑거(독일),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 그렉 노먼(호주), 닉 팔도(잉글랜드), 이언 우스남(웨일스), 프레드 커플스(미국), 닉 프라이스(짐바브웨), 톰 레먼(미국), 어니 엘스(남아공), 데이비드 듀발(미국), 비제이 싱(피지), 우즈에 이어 13번째로 세계 1위에 오른 선수가 됐다.

       또 1994년 팔도 이후 16년 만에 유럽 선수가 세계 1위에 올랐고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이 세계 1위가 된 것은 웨스트우드가 네 번째다.

       우스남과 커플스, 듀발이 메이저 정상에 오르기 전에 세계 1위가 먼저 됐고 그 이후에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웨스트우드는 "누구나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을 꿈꿀 것이다.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내 생애 최고의 목표 달성이다"라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지구 상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이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웨스트우드가 1위 자리를 언제까지 지킬지는 지켜봐야 한다.

       4일부터 나흘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WGC HSBC 챔피언스(총상금 700만달러)에 웨스트우드와 우즈, 마르틴 카이머(독일), 필 미켈슨(미국) 등 랭킹 1∼4위 선수가 모두 출전하기 때문이다.

       이 대회 결과에 따라 네 명은 모두 세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카이머는 1일 스페인에서 끝난 유럽투어 안달루시아 마스터스에서 2위 내의 성적을 냈더라면 1위가 될 수 있었으나 공동 21위에 그쳐 다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