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5일 "입학사정관제를 운용하는 대학들은 현재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무늬만 입학사정관제'인 대학은 지원 대상에서 퇴출시키고, 입학사정관 비리가 적발되는 대학에는 정원 감축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입학사정관제가 대학 입시의 주류로 안착하려면 무엇보다 투명하고 엄격한 제도 운용이 전제돼야 하며, 이를 위해 부정이 개입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이 장관은 또 체벌 금지, 두발·복장의 자유는 물론 교내 집회·결사의 자유까지 담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안이 일부에서 거론되는 데 대해 "체벌은 원칙적으로 금지돼야 하지만 집회·결사의 자유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장관과 일문일답.

    --올해 역점을 둬 마무리해야 할 정책은.

    ▲우선 교원평가제 법제화를 마쳐야 하고 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는 시도 조례도 제정해야 한다. 다행히 경기도와 광주에서 최근 조례가 통과돼 다른 지역에서 힘을 받을 것 같다.

    고등교육기관 분야에서도 서울대 법인화법, 사립대 구조조정 특별법, 국립대 재정회계 특별법 등 법제화해야 할 것이 많다. 서울대 법인화는 구성원 의견도 많이 수렴했고, 사립대 구조조정 특별법은 퇴출 대학 오너에게 일부 재산을 환원할 수 있도록 김선동 의원 발의로 법안이 제출돼 있다. 부실대학이 퇴출 안 되면 그만큼 학생들에게 피해가 간다.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하는 대학들이 여전히 편법을 쓴다는 지적이 많은데.

    ▲현재 60개 대학에 예산을 지원하는데 내년부터는 좀 더 과감하게 평가를 하려고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마련한 입학사정관제 공통기준을 어기는 대학에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 아예 지원 대상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다. `무늬만 입학사정관제'가 되지 않도록 학생구성 다양성 지표를 만들고 입학사정관제뿐 아니라 전체 전형을 대상으로 평가하겠다.

    총장들을 만나 입학사정관제의 성공 사례를 확산시키는 쪽으로 설득하고 정부가 촉매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정부는 잠재성·창의성을 얘기하지만 대학은 서로 경쟁을 해야 하니 결국 점수에 집착하는 것 아닌가.

    ▲카이스트, 포스텍, 울산과기대 등은 입학사정관제를 모범적으로 하고 서울대도 상당히 잘하고 있다. 지금은 전환기다. 정부가 방향을 잘 잡고 가야 한다. 대학들도 선택의 기로에 있는 셈이다. 다른 대학들도 좋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믿는다.

    --대교협이 대학들을 감독하게 할 방법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대교협법이 통과되면 대학을 제재하는 수단이 생긴다. 현재 60개 대학이 총 정원의 20%가량을 입학사정관제로 뽑는데 일단 대학 수는 여기서 멈추겠다. 대학이 제대로 된 입학사정관제를 하도록 대교협에서 컨설팅도 강화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를 악용한 신종 입시 비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입시비리와 부정은 입학사정관 제도 운영을 잘하도록 하는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입학사정관 전형과 관련된 비리를 비롯해 입시 부정이 적발될 경우 해당 대학의 입학 정원을 감축하는 등 교과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단을 동원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

    --교원평가제의 보완 방향은.

    ▲올해 전국 단위로 평가를 했는데 가장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교사들은 6개월 장기연수를 하게 된다. 교사들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런 조치다. 일본 같으면 그런 경우 압박 때문에 일을 그만둘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인사·보수와 연계되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외에 교사들의 사기 진작책으로 구상 중인 방안이 있다면.

    ▲최근 진로직업 상담교사 400명을 추가 증원했다. 내년 예산에서 공무원 보수를 3년 만에 5% 인상하기로 해 교사들 보수도 올라갈 것이다. 수당 인상은 관련부처와 협의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사기진작은 결국 교사로 하여금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중심이라는 걸 깨닫게 해야 가능하다. 매주 2회 정도 현장에 나가는데 교사연구회도 방문하겠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에 대한 견해는.

    ▲우리 입장은 국가적으로 통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체벌은 원칙적으로 금지돼야 하지만 교내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안 된다. 큰 원칙을 담은 법 개정이 조만간 있을 것이다. 세세한 대체벌을 두는 건 학교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대한 교육감들의 의견을 수렴해 법제화하고 나머지는 학교장에게 맡기려 한다.

    교과부가 만든 법안에 진보 교육감들이 요구한 내용도 상당 부분 들어 있다. 하지만 집회·결사의 자유는 우리 학교 현실에서는 너무 많이 나간 것이라 수용할 수 없다.

    --한때 명문대로 불리던 지방 거점 국립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서울대를 제외하고는 지방 거점 국립대학들이 과거보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국립대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인화를 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게 다 보인다. 올해 서울대를 법인화하고 적어도 내년에는 지방 거점대 중 상당수를 법인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방대를 살리는 길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방 국립대가 과거 명성을 되찾기 어렵다. 지금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국영수 위주 수업이 편성되고 나머지 과목은 죽는다는 목소리가 있다.

    ▲과목 개편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교과 이기주의가 심해 불만의 목소리도 많이 나오지만 진정한 교육과정 개편은 어느 과목을 줄이고 늘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수업을 얼마나 재미있게 하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과학은 수능시험에도 비중이 준다고 불만이지만 아이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창의력을 키우도록 하는 게 시대에 부응하는 진정한 변화다. 수업 시수를 더 늘리는 게 좋다, 그렇지 않다를 놓고 따지는 건 정말 아니다. 지난 10년간 그런 얘기만 하다 보니 어느 과목도 개선되지 않고 땅따먹기만 했다. 결국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