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미소금융 이사장 "소외서민 패자부활시키는 최고 보람”"종교단체-기업들 많이 참여를...젊은이들, 베푸는 마음 배워야"
  • '돈 장사' 아닌 '돈 봉사'..."내 생애 이런 기쁨이..."

  • ▲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을 맡은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을 맡은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미소금융 사업을 맡으면서 40년 이상 금융인으로 일하면서 소외된 서민들을 배려하지 못했던 점을 자성하게 되었습니다. 미소금융을 통해 저신용 계층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생애 최고의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일반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 서민을 대상으로 자활을 돕는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미소금융과의 만남의 의미를 이 한 마디로 표현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신용 좋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주고 어떻게 많은 수익을 올릴까만 생각했는데 미소금융 사업을 펼치면서 그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소외계층에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는 일임을 절감했다”고 실토했다.
    금융기관의 휴면예금, 그리고 은행과 6대 대기업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저신용 계층의 자활 의지를 돕기 위해 탄생한 미소금융재단 출범 9개월을 맞아 30일 <뉴데일리>가 김승유 이사장을 찾았다. 김 이사장은 일반 금융기관에 기댈 수 없는 소외계층을 돕는 미소금융 사업은 꼭 지속되어야 할 사업이라며 40년간 은행에 몸담은 금융인으로서 서민금융에 대한 철학을 털어놓았다. 이날 대담에는 인보길 뉴데일리 대표이사 사장, 방민준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뉴데일리>(이하 <뉴>) 미소금융재단이 출범 9개월째를 맞았습니다. 재단 이사장을 맡으신 회장님께서는 그동안의 미소금융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부에서는 ‘왜 이렇게 실적이 없냐’고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기본 인프라 갖춘 9개월..."일수꾼도 사라진답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하 김) 지난 9개월은 미소금융 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를 갖추는 기간이었습니다. 지점을 늘리고 전산시스템도 통합했습니다. 이중수혜자를 찾아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했고요. 최근에는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들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미소금융 봉사단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도 만들고 미소금융 상품도 20여 가지나 개발했습니다. 
    물론 대출 실적이 부진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없지 않습니다. 언론에는 2조 원이 넘는 기금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9월 말까지의 대출실적이 8,100여명에게 506억원으로 미미해 보이기 때문이죠. 2조원이란 규모는 휴면예금 4400억 원 외에 대기업들이 향후 10년 동안 출연하는 기금을 합한 것입니다. 당초 올 대출목표를 700억 원으로 잡았는데 하반기부터 대출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으니 올 목표는 초과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뉴> 최근 미소금융의 등장으로 전통시장에서 일수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 ▲ 이날 대담에는 인보길 뉴데일리 대표이사 사장, 방민준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 이날 대담에는 인보길 뉴데일리 대표이사 사장, 방민준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 저희 재단을 기쁘게 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대전의 ‘도마 큰 시장’이라는 재래시장에서 있었던 일인데, 상인들이 미소금융을 이용하면서 일수하는 분들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원래 일수꾼 서너 분이 활동을 했었는데 금리가 4.5%에 불과한 미소금융이 나타나고는 자취를 감췄다고 하더군요. 제 손을 잡고 고맙다고 하던 시장 상인회 회장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런 사례가 다른 재래시장은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창업자 80%가 1년내 문닫는 상황..."현장 심부름 합니다"

    <뉴> ‘찾아가는 미소금융’이란 캐치프레이즈가 실감날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는데.

    <김> 상인들에겐 시간이 곧 돈입니다. 잠시라도 시간을 비울 수 없는 상인들을 직접 찾아가야 애로사항이 뭔지, 원하는 게 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예로, SK미소금융재단에서는 차량을 개조해서 이동하며 각종 상담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창업지원도 좋습니다만 그건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습니다. 자영업 창업자 80%가 1년 이내에 문을 닫는 상황이라 그런 것보다는 자활 지원 같은 실질적인 도움이 더 효과적이더군요. 대학생들이 현장에 가서 일손 거들고 블로거들이 찾아와 사진 찍어서 홍보해주는 것들이 오히려 도움을 주더군요.

    <뉴> 지역이나 시장 특성에 맞는 특화된 금융상품을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한 상품을 비롯해 다문화가정, 화물차주 등에 대한 밀착형 서비스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 저신용 서민들에겐 금융권 문턱이 너무 높습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서민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상품은 물론 대상도 특화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다문화 가정이나 탈북자 등 우리 사회가 도와야 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개발했고 화물차로 수입을 올리는 자영업자에게는 그 화물차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기도 합니다. 이런 대출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는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 ▲ 이날 대담에는 인보길 뉴데일리 대표이사 사장, 방민준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뉴> 마이크로 파이낸스가 서민구제에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그 지속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소금융도 재원 걱정 없이 유지하려면 상업성과 공익성이 적절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그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것입니다. 저희 미소금융 같은 경우 그 재원이 휴면예금과 은행 및 대기업이 출자한 자금입니다. 첫 시작도 정책적인 면이 강합니다. 따라서 공익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미소금융을 해보니 몇 년 하다가 말 사업이 아니더군요. 지속성이 중요하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대출금을 떼이는 것, 즉 ‘대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금융기관의 논리라면 상업성을 외면할 수 없지만 무조건 상업성만 추구한다면 미소금융의 의미가 실종되고 말지요. 대손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지속성을 유지하는 접점을 찾는 게 숙제입니다.

    금리 차별화 필요...재원 3조로 키워야

    수백만 명이 넘는 저신용 계층들을 위한 사업이 바로 미소금융이고, 이들은 다른 금융기관에 기댈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상업성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사업 지속성을 위해서는 사람에 따라 금리를 차별화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이용자 중 제 때 돈을 잘 갚으면서 자활의지를 보이는 사람들과 ‘공돈’이라고 생각해 돈을 갚지 않는 사람을 추후 금리 등을 통해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런 면에서 5년으로 돼있는 대출기간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민과 저신용 계층의 자활을 돕는 사업인데 소액을 긴 기간 대출해 주면 ‘공짜로 얻은 돈’이라고 오해할 여지가 많습니다. 미소금융을 이용한 사람들에게 신용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해주고 이를 통해 스스로 신용도를 쌓게 해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대출액도 최대 5천만 원에서 조금 낮춰야 할 거 같습니다.

    이런 숙제를 풀기 위해 해외 사례를 수집해 비교해 보고 있습니다. 저희가 알기로는 현재 전 세계에 1만여 개의 마이크로 파이낸스가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 단기 소액 자금 대출 위주로 활동합니다. 재원 마련 방법도 다양합니다. 어떤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50%는 펀드로 구성하고 나머지는 예금을 받아 활용합니다. 즉 기부금 등으로 만든 펀드로 대손을 충당하고 나머지 자금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벌인다는 식입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나라의 마이크로 파이낸스 상업성을 강조하면서 금리를 70%까지 올리기도 한다는데 그러면 고리대금업자와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인도의 한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습니다. 증시 상장이라는 건 거기서 뭔가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점 때문에 마이크로 파이낸스의 창시자로 불리는 유노스 총재 같은 분은 최근 서민지원금융이 지나치게 상업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상황에서 이런 상업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저희는 이런 여러 가지 사례를 종합해 바람직한 개선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10년 동안 2조5000억 원을 마련키로 되어 있는데 재원을 다양화하고 자금을 더 불려서 3조, 그 이상까지 재원을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대학가에 '마이크로 파이낸스' 과목 개설 바람

    <뉴> 얼마 전 연대에서 특강을 진행하셨고, 부산대를 포함해 세 곳에서 마이크로 파이낸스에 관한 과목이 개설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에서는 마이크로 파이낸스에 대한 반응이 어떻던가요. 

    <김> 사실 미소금융을 소개하는 특강이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미소금융의 취지와 사례 등을 말해주고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묻는 겁니다. 요새 사회통합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 사회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하자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그게 연세대에서 특강하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다른 대학도 다음 번 학기에 개강이 되면 알려줄 겁니다. 이번에도 부산대, 순천향대 등에 마이크로 파이낸스 관련 과목이 개설이 되었다고 하는데 한 번 가볼 계획입니다.
    참고로 미국 유명대학들마다 이런 과목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하버드大나 콜럼비아大 등에서는 교양과목 수준이 아니라 대학원 과정까지 있습니다. 이 과정을 마친 엘리트들은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로 봉사활동을 떠나기도 합니다. 그런 엘리트들의 봉사가 나중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교실에서 몇몇 과목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게 더 큰 교육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세대 강의에는 아예 현장봉사활동도 포함돼 있습니다. 수강생들은 주말에는 현장을 돌고 리포트를 만들어 와야 하죠. 그래서 과목을 개설할 때 인원 제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이런 게 필요하다 싶어 고려대에 부탁을 했더니 불과 서너 달 만에 개설이 됐다고 합니다.

    스스로 자활의지 가져야 패자부활전 성공

    <뉴> 미소금융의 성공으로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단기간 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각종 서민금융에 대해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서민금융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요.

    <김> 일종의 패자부활전이라고 할까요. 우리 사회에도 패자부활전이 있어야지 않겠습니까. 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소금융과 같은 서민금융이 없다면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우리나라가 사회보장제도로 실시하는 것들 중 기초생활수급대상자라든가 차상위 수급대상자를 지원하는 정책이 있습니다. 신용불량이 된 사람들의 자활을 위해서는 신용회복위원회가 있죠. 지역신용보험이 이들에게 보증을 서줍니다. 이때 전제조건은 스스로가 자활의지를 갖고 있어야 하고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들 중 신용이 낮아 제도권 금융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 그래서 대부업이나 일수를 쓰는 사람들을 돕는 게 미소금융의 일입니다. 대부업이나 일수는 이자가 최소한 30% 이상입니다. 급하다고 그런 돈을 쓰게 될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번 돈 대부분을 이자로 내게 됩니다. 돈을 모을 수 없죠. 그러면 망하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돕자고 만든 것이 바로 미소금융입니다.
    그동안 은행들은 신용 좋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돈을 빌려 주고 수익을 얻을까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저 또한 40년 이상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소외된 서민들을 배려하지 못했던 점을 자성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미소금융을 통해 저신용 계층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맡게 된 게 저한테는 큰 보람이고 기회입니다. 또 이 미소금융사업을 하면서 보니 꼭 지속되어야 할 사업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돈 쓰는 법' 교육시켜야죠"

    <뉴> 미소금융사업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십시오. 

    <김> 제대로 된 경제교육과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요새 학생들은 장학금을 준다고 해서 고마워하지 않습니다. 일부는 너무 적다고 투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경제교육이 너무 형식적으로 흐른 때문이죠. 돈 쓰는 법을 배우는 게 경제교육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교육이랍시고 생활과는 관계도 없는 통계수치나 전문용어들을 외우고 있습니다. 경제교육이라는 게 자기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 그게 첫 출발입니다.
    이런 젊은이들이 미소금융 현장에 함께 가서 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느냐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가진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배워야 합니다. 이런 배려하는 마음, 소비를 관리하는 습관을 발전시키고 확대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미소금융을 돕는 분들 중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그런 열정을 가진 분들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소금융의 현장창구에서 일하는 분도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사업을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소금융에 대해 강의할 때 모습ⓒ
    ▲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소금융에 대해 강의할 때 모습ⓒ

    이런 교육은 어렸을 때, 가정에서부터 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사회봉사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릴 적 부모의 사회봉사 활동을 보고 배운 아이들이 성장해서도 가장 많이 타인에게 봉사하고 기부한다고 합니다. 미소금융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것이 이런 경제교육에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 당장 몇 년 내에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일단 씨는 뿌려야 한다고 봅니다.

    다문화 가정 학교, 사랑봉사단도 창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다문화 가정, 저출산 초고령 사회, 사교육 등 이런 문제가 따로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출산의 원인이 보육환경, 교육비 문제라고 합니다. 아이를 낳아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제대로 키우지 못할까봐 못 낳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은행장이 되자마자 시작한 게 사내 보육 사업입니다.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을 위해서 학교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들어 보려고 하나고등학교를 설립했습니다. 노인 요양원, 하나금융재단도 만들었습니다. 하나사랑봉사단도 창설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저 혼자가 아니라 직원 모두, 그리고 그 자녀들까지 사회적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만든 것입니다. 이런 활동에 직원들이 스스로 참여해 보면 그게 자식들에게도 전달될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즉 우리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그 자녀들에 대한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언젠가 저희 하나금융에서 북한 신의주 용천역 사고 지역에 학용품, 생필품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직원 자녀들을 불러 포장을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마 그 때 참여한 직원 자녀들은 그 경험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직원 자녀들에 대한 교육이죠. 이런 식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모두 '측은지심' 발휘하면 사회통합 됩니다"

    미소금융과 같은 사업은 어떤 기관, 대형업체들끼리 하는 것 보다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게, 그리고 참여가 점점 더 확산되어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6대 그룹들만 참여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종교단체나 개인도 기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미소금융 재원은 휴면예금과 6대 그룹의 기부금인데 이런 분위기를 확산시켜 종교단체나 일반인들의 후원금도 받을 수 있도록, 향후 미소금융 재원을 다원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그 전제는 기부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겠지요.  
    최근 경영학계에서 말하는 ‘지속가능경영’이라는 것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이 그들이 소속된 사회와 어떤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는데 그 해답이 바로 미소금융과 같은 것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게 단순히 사회에 금전 기부하는 게 아니라 사회와 기업 구성원이 연결되었을 때 기업도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경영학자들도 계속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말하는 측은지심이라는 것, 이게 인간 본성의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이걸 제대로 활용하면 결국에는 더 크게 돌아온다고 믿습니다. 그게 바로 지속가능경영입니다.

    영원히 살아있는 '여수 부자(富者)의 교훈'
     
    여수의 한 부자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집안은 여순반란사건 때도 무사히 견뎠다고 합니다. 여수의 웬만한 곳이 그 집안 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양반이 아침에 나가면 자기 땅 임대료 받으러 다니는 게 아니라 ‘누님, 성님’하면서 임차인들 일손 돕고 어려운 이야기를 들으러 다닌답니다. 임대료 못 내는 사람이 있어도 닦달하지 않고 ‘그럼 장사 잘 하셔야죠’하면서 격려한답니다. 그러다보니 임차인들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에게는 꼭 임대료를 내려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오랫동안 살아남는 부자가 된 거 같습니다.

    미소금융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에도 그 같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소금융을 통해 서로 돕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사회통합, 빈부격차 등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정리=전경웅 기자 · 사진=이오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