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 16세 소녀 집단 성폭행에 사용된 것도 ‘데이트 강간약’국내서도 유통중...해외대행 위장 사이트 통해 ‘GHB’ ‘케타민’ 등
  • ‘데이트약’이 아닌 ‘데이트 강간약’

    지난 17일 캐나다에서 일어난 16세 소녀 집단 성폭행 및 동영상 촬영 사건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티즌들은 이 범죄에 사용된 ‘데이트약’이 무엇인지 찾느라 분주하다.

    이번 캐나다에서 일어난 범죄에 사용된 ‘데이트약’이라는 것은 원래 ‘데이트 강간약’이라고 부른다. 강간을 하려는 자들이 마음에 드는 여성과 만났을 때 상대여성이 한 눈을 판 사이 음료수나 술에 몰래 타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드는 약물을 말한다.

    이런 ‘데이트 강간약’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수만 개 이상이 유통돼 논란이 되었던 ‘GHB(Gamma-HydroxyButrate)’를 비롯, ‘GBL(Gamma-butyrolactone)’, ‘케타민’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GHB’와 ‘케타민’.

    ‘GHB’는 국내에서는 ‘물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산도끼사건의 범인 조 씨도 ‘물뽕’을 자주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GHB‘는 무미무취의 투명한 액체로 음료나 술에 타도 아무런 흔적이 없다. 하지만 이를 복용한 여성은 30분에서 1시간 내에 의식을 잃게 된다. 하지만 24시간이 지나면 약물이 체내에서 모두 빠져나가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이런 점을 악용해 일부 남성들이 ‘GHB’를 나이트클럽에서 ‘즉석만남(부킹)’으로 만난 여성, 애인대행이나 채팅 등으로 만난 여성 등에게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충남 지역에서는 이 ‘GHB’를 사용해 수십 명을 성폭행하고는 동영상을 촬영해 웹하드와 P2P 사이트에 유포한 자도 있었다. 정부는 이런 범죄로 수많은 피해자가 나온 뒤에야 ‘GHB’를 마약으로 지정했다.

    현재 ‘GHB’는 마약이므로 사용자는 물론 구매자와 판매자, 구매를 시도한 자까지도 모두 마약사범으로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최근 엄격한 단속에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신고가 늘어나면서 GHB 사범 검거율이 높아졌다. 때문에 GHB 사용자도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케타민’도 클럽, 술집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흰색 가루 형태인 ‘케타민’은 원래 동물 마취용으로 사용되는 수의용 약품인데 최근에는 마치 ‘여성 흥분제’처럼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케타민’을 복용하게 되면 마약인 ‘LSD’보다 더욱 강한 환각현상을 겪게 된다. 지속 시간은 1시간가량이라고 한다. 이 또한 여성들에게 몰래 복용하게 해 성관계를 유도하는데 오용되고 있다. ‘케타민’ 등은 성범죄자들이 여성에게 ‘피로회복제’라고 속여 복용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알려졌다.

    심각한 부작용 무시한 채 사용하는 자들

    이런 약물들은 여성에게 치명적인 신체적 손상을 일으키지만 범죄자들은 그런 부분은 아예 고려하지도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GHB’를 복용한 여성은 약효가 지속될 동안 기억상실 증세를 겪는다. 깨어난 뒤에도 구토, 출혈 등의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심할 경우에는 발작과 심장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이 ‘GHB’ 오남용으로 수백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케타민’ 또한 마찬가지다. ‘LSD’라는 마약보다 환각증상만 강한 게 아니라 부작용도 더 강하다. 잘못 사용하면 이를 복용한 여성은 기억 손상과 의식 혼탁 등의 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많은 양을 자주 사용하면 신경계의 구조적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케타민’을 과다 복용할 경우에는 운동기능 손상, 비정상적인 혈압 증가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중독성도 마약만큼 강하다.

  • ▲ 한 인터넷 약물구매 사이트의 고객상담센터 캡쳐 화면. '작업용'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 한 인터넷 약물구매 사이트의 고객상담센터 캡쳐 화면. '작업용'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런 위험한 약물들임에도 사용자나 판매자 모두 부작용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단지 여성을 ‘섹스 도구’ 정도로 인식하거나 ‘돈’으로 여자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들,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폭력도 서슴치 않는 자들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약물과 함께 정확한 성분을 알 수 없는 중국제 약품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런 사이트들은 서버를 해외에 두고선 마치 해외구매대행인 것으로 위장해 불법 약물을 국제 특송이나 택배 등으로 판매한다. 이런 사이트에서 약물을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 상대방과의 합의를 통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질의응답 코너에서는 ‘데이트 강간’을 시도하려는 자들에게 사용법, 용량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런 ‘데이트 강간약’을 판매하는 사이트 문제는 이미 UN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국제마약관리국은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고 국제 특송이나 택배로 유통되는 ‘데이트 강간약’이 심각하다며 각국 정부의 주의를 촉구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약물들이 인터넷을 통해 상당량 유통되고 있음에도 정부나 언론 등은 그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런 약물을 사용해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자랑하는 자들이 커뮤니티까지 만들어 활동하고 있음에도 사법당국은 개인정보보호, 수사절차 등 제도적 문제로 인해 ‘데이트 강간약’ 유통망을 발본색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문제다. 따라서 여성들은 낯선 사람이 주는 음료, 술 등은 되도록 삼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