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9일 제3차 한-SICA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파나마를 공식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로보 온두라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도중 한 한국인 얘기를 꺼냈다.
    “우리 국민이 온두라스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각별히 관심을 갖고 챙겨주십시오."
    진지한 이 대통령의 음성에 로보 대통령 역시 진지하게 대답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양국 정상의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화두가 된 한국인은 한지수씨였다.
     
    네티즌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한지수 사건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8년 6월 7일, 한지수씨(당시 25세)는 중미 온두라스로 떠났다. 스킨스쿠버 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였다.
    호주와 영국 이중 국적자인 다이빙 강사 댄 로스의 집에 방 한 칸을 빌려 자격증 준비를 하던 한씨는 8월 22일 댄과 함께 술에 취해 집에 온 네덜란드 출신 다이버 강습생 마리스카 마스트의 사망사건과 마주친다.
    다음날 새벽 화장실에 다녀오다 넘어져 부상한 마리스카를 로스 함께 응급조치를 한 한씨는 다시 잠이 들었는데 잠시 후 마리스카는 생명이 위급한 상태가 됐다.
    한씨가 이웃에 구조요청을 해 국립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마리스카는 곧 사망했고 한씨는 경찰과 법원에서 참고인 진술과 증언을 했다. 경찰에 수감됐던 로스는 영국에서 온 변호사의 도움으로 풀려난 뒤 종적을 감췄다.

  • ▲ 인터폴이 로스를 수배한 내용 ⓒ 호주온라인뉴스 캡처 
    ▲ 인터폴이 로스를 수배한 내용 ⓒ 호주온라인뉴스 캡처 

    한씨는 9월 24일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12월 이집트로 떠났다. 8개월 동안 이집트에서 스킨스쿠버 강습을 한 한씨는 지난해 8월 27일 어머니가 있는 미국 워싱턴으로 가기 위해 카이로 공항에서 여권심사를 받던 중 인터폴에 체포됐다. '살인 혐의'였다. 온두라스 경찰이 지수씨와 마리스카, 댄이 삼각관계이며 한씨와 로스가 살인 공범인 것으로 추정하고 수배를 요청한 것이다.

    한씨는 카이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가 9월 22일 온두라스로 이송돼 라세이바 교도소에 갇힌다. 언니 한지희씨는 동생의 억울함을 인터넷에 호소했고 네티즌들은 ‘한지수 후원 카페’를 통해 구명운동을 펼쳤다.
    "국가가 개인을 위해 신원보증을 서준 경우가 없고 선례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며 한씨의 신원보증을 거절했던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문제가 제기된 뒤 전문가팀을 온두라스 현지로 보냈다. 살인혐의로 체포된 지 3개월 만이었다. 한씨는 지난해 12월 15일 보석금 1만 달러를 내고 가석방 판결을 받았고 온두라스 검찰 측은 즉각 항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같은 한씨의 결백을 밝혀줄 결정적인 단서가 최근 호주에서 나왔다.
    호주온라인뉴스는 현지 언론을 인용, 종적을 감췄던 다이빙 강사 로스가 서호주 퍼스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전했다.
    로스는 사고 당일 숨진 마스트를 집에 데리고 와 같이 술을 마신 장본인. 영국과 호주의 이중국적자인 그는 경찰에 수감됐다가 영국에서 온 변호사의 도움으로 풀려난 뒤 종적을 감췄었다.
    로스가 서호주 피스에 거주한다는 사실은 네덜란드의 범죄 추적 전문기자 페테르 더프리스(53)의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더프리스는 숨진 마스트가 네덜란드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진실을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보도는 더프리스가 지난 20일 서호주 퍼스에 있는 용의자 로스의 집을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더프리스는 동료 여기자와 함께 퍼스 시내 수비아코에 있는 로스의 집을 찾아가 수차례 인터뷰를 시도하다 로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로부터 집앞에서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응, 체포됐다. 이들은 체포된 뒤 보석을 위한 서명을 거부, 하룻밤 수감됐으나 로스에 대한 접근금지 조건으로 석방됐다.
    더프리스는 이날 보석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살인용의자가 경찰의 보호를 받고, 용의자를 찾아내 질문을 던지려는 사람은 체포되고 있으니 세상이 거꾸로 됐다"며 분노를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프리스는 “로스가 조사가 계류 중인 상태에서 영국여권을 경찰에 넘겨주고 출국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석방됐으나 호주 여권으로 출국해 조사를 피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폴이 온두라스 당국의 요청으로 로스를 수배해 왔으나 자신의 조사팀이 수비아코에 있는 로스를 찾아낼 때까지 호주 경찰은 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호주온라인뉴스는 “인터폴이 로스를 온두라스 당국이 수배한 인물로 리스트에 올려놓았지만 호주는 인터폴 수배를 근거로 사람을 체포하지 않는다”라며 “온두라스와 호주는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로스의 거주지가 알려짐에 따라 호주 경찰이 의지만 있다면 로스를 조사, 살인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