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칸첸중가 등정, 정말 조작됐나?

조광형 | 최종편집 2010.08.23 10:30:59

지난 4월 여성으로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미터급 14좌 완등에 성공해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산악인 오은선이 '등정 조작설'에 휘말려 충격을 주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21일 '정상의 증거는 신(神)만이 아는가- 오은선 칸첸중가 등정의 진실'편을 방송하며 "지난해 5월 6일 히말라야 14좌 중 10번째로 해발 8586m 높이의 칸첸중가를 정복했다"는 오은선의 주장에 대해 산악인들 사이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관련 보도와 증언들을 소개했다.

우선 오은선의 라이벌로 꼽히는 스페인 산악인 에두르네 파사반은 "오은선은 칸첸중가 정상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방송에서 파사반은 "제가 만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쉽겠지만 이 의문은 저뿐 아니라 다수의 산악인과 언론이 제기한 문제"라면서 "지난해 5월 6일 오은선이 칸첸중가를 오르는 모습을 아래 베이스캠프에서 지켜봤는데 더디게 올라가던 오은선의 모습이 해발 8400미터 손톱바위 주변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파사반은 "그 지점 이후로 강한 바람 때문에 오은선을 볼 수 없었는데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녀의 동료들이 완등 소식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오은선의 칸첸중가 정복 이후 "오은선이 사라졌던 손톱바위부터 정상까지 등반로가 길고 험해 그처럼 빨리 정상에 도착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산악인들 사이에 제기되기 시작한 것.

오은선이 공개한 등정 기록에 의하면 손톱바위부터 정상까지 3시간 30분 만에 도달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 구간은 거대한 암벽이 버티고 있는 난코스로, 산악인 박영석조차 지난 1999년 산소통을 메고도 5시간이 걸려 통과한 곳이다.

따라서 남들보다 느린 속도로 해발 8000m 지점에 도달한 오은선이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 남보다 짧은 시간에 도착했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 산악인들의 주장.



또 파사반은 "자신이 직접 정상에 오른 뒤 오은선이 정상에 가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오은선이 증거 사진으로 공개한 정상 사진에는 바위가 보이지만 실제 칸첸중가 정상 인근에는 바위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칸첸중가를 정복한 다른 산악인들의 사진 속에선 오은선의 옆에 있었던 바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오은선은 칸첸중가 등정에 성공했다는 증거로 단 2장의 사진만을 공개했는데, 당시 더 많은 사진이나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에 대해 "날씨가 좋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날씨가 안좋을 경우 △GPS에 고도를 인식시키기거나 △특별한 표식을 남기는 등의 정상 인증 절차를 밟는 것이 통례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

하지만 오은선은 파노라마 샷으로 정상 아래의 풍경을 찍는 등 기본적인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특히 "정상 부근에 있던 셀파가 아래쪽에 있던 자신을 찍었다"는 오은선의 주장과는 달리, 오은선이 제출한 사진을 분석한 황선규 서울예술대 교수는 "이 사진은 아래 쪽에서 위를 보며 찍은 것"이라고 설명,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당초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반을 인정했다고 알려진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도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선 "오은선의 사진은 어디에서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며 "증거로 삼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정반대의 의견을 내놨다. 산악인들은 홀리 여사가 발간하는 '히말라얀 데이터베이스'의 인정을 '히말라야 등정' 공식 인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외에도 오은선이 등반 도중 잃어버렸다고 주장한 '빨간 깃발'이 후발 등정대에 의해 발견된 것도 오은선의 '등정 의혹'을 부추기는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오은선보다 12일 늦은 지난해 5월 18알 칸첸중가에 오른 산악인 김재수는 "네 개의 주먹만한 돌에 눌려 평면으로 펼쳐진 상태로 있던 수원대산악회 깃발을 오은선이 구름에 가려 사라졌다는 손톱바위와 정상 중간 부근에서 발견했다"면서 "오은선이 정상에 가질 않고 이곳에서 사진만 찍고 내려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시했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오은선의 칸첸종가 등정 의혹이 갈수록 짙어지자 대한산악연맹은 지난해 11월 엄홍길 대장을 위시, 국내를 대표하는 산악인들과 오은선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칸첸종가 등정 의혹을 풀기 위한 이른바 '오은선 청문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오은선은 손톱바위에서 칸첸중가 정상으로 오르는 데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가파른 '협곡'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은선이 등정 당시 데리고 있었던 셀파들 역시 등정 성공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 역시 '조작설'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얼마 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칸첸중가 등정 당시 정상으로부터 150m 아래에서 되돌아왔다"고 밝혔던 셀파 누르부는 "나는 안 된다고 했고, (오은선과 다른 셀파)그들은 된다고 해서 싸웠다"면서 "정상까지 가야 정상"이라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었다고.

누르부는 "당시 다른 일행에 앞서서 길을 걷고 있었는데 뒤에 있던 오은선 일행이 (자신을)손짓으로 부르더니 이곳에서 정상 촬영을 하고 내려가자고 말했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반면 오은선과 동행했던 또 한명의 셀파 옹추는 "등반 과정에서 싸운 적은 없었다"고 누르바의 주장을 반박한 뒤 "아마도 누르바가 등반 이후 (오은선에게)돈을 기대했던 것 같다"며 되레 누르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한편 이같은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오은선은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틀림없이 칸첸중가의 정상을 밟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오은선은 지난 연말 기자회견과 최근 방송됐던 KBS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연약한 여자입니다", "저는 신을 속인 적이 없습니다"라는 다소 추상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며 관련 의혹들을 전면 부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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