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20일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은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에게 논란이 됐던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유족 측은 이에 대해 조 내정자가 현충원에 가서 참배하고 순직 장병들에게 사죄하면 협의회 차원에서 공식적인 사퇴 요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 유족 13명은 이날 오후 3시5분께 서울경찰청 15층 서경마루 회의실에서 조 내정자와 만나 10분가량 공개 면담을 한 뒤 1시간 40분가량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조 내정자는 엘리베이터 앞에 미리 나가 있다가 유족을 맞이하며 고개를 숙여 한 명씩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조 내정자는 '천안함 희생 용사 유가족에게 드리는 사과 말씀'에서 "지난 3월 기동부대 지휘요원 교육시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유가족에게 심대한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표현은 여러분의 비통한 마음을 비하할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천안함 희생 용사들에 대한 경건한 국민적 추모 분위기를 격조 높게 이어가기 위한 바람을 강조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조 내정자는 "발언의 진의와 취지가 잘못 전달돼 당혹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심려를 끼쳐 드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 앞으로 공직자로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절제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날 참석하지 않은 유족에 대해서는 "기회가 주어져 청장에 취임하고 나면 유족분들과 충분히 협의해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유족협의회 이인옥 대표는 면담이 끝나고 "조 내정자와 진솔한 대화를 나눴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과 참석한 가족들 말을 듣는 모습을 봤다. 충분하다고 할 순 없지만 조 내정자가 현충원을 참배하고 장병들에게 사죄하면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족 이정국씨는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격해지기도 했지만 내정자가 변명하지 않고 말 없이 고개 숙여 그 말을 다 들었다"며 "(한 희생장병 부인의 발언에 공감해) 눈물을 흘리고 고개 숙인 채 질타를 묵언으로 청취하는 걸 보면서 다른 뜻이 없었고 비하 의도가 없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유족 대표단에는 희생 장병 15명의 유가족 17명 가량이 참석했으며 면담이 끝나고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