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10%가 세금 한 푼 안 내는 북한   
     한국은 상위 10%가 세금의 약 90%를 내지만, 북한은 상위 10%가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세금을 올리더라도, 상위 20%가 소득세의 90%를 내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손해 볼 것이 없다.” (노무현 2006. 3. 23.) 
    정의에는 여러 측면이 있지만, 경제에서는 조세정의(租稅正義)가 핵심이 아닐까 한다. 조세정의가 무너지면 국민은 지배층을 믿지 않고, 지배층은 오로지 강제력으로 국민을 지배하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착취한다. 

    조세정의는 세금을 골고루 내는 것이다. 여기서 ‘골고루’라는 것이 매우 어려운 개념이다. 고대로 갈수록 재산은 일부 계층에 더 집중되어 있었는데, 왕을 비롯하여 귀족과 성직자는 대체로 면세의 혜택을 누렸다. 세금은 오로지 가난한 백성의 몫이었다. 이 경우에도 세금이 소득의 10%가 넘지 않으면 태평세월이라고 백성들이 함포고복(含哺鼓腹)했다. 그런 임금은 성군(聖君)으로 불렸다. 왕조시대에 ‘골고루’의 개념에는 왕과 귀족과 성직자를 뺀 나머지 계층이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나 조선 태조 이성계는 둘 다 이 무너진 조세정의를 바로 세운 왕이었다. 그들은 중국의 예를 본받아 10% 세금의 법칙을 새로 세웠다. 실지로 이것이 전국적으로 제대로 지켜진 적은 없었지만. 

    백성의 조세 부담은 적으면서 국가재정은 튼실한 것이 왕조시대의 이상이었다. 그렇게 하자면 국가에서 인정한 면세전이나 면세물품 외에는 골고루 세금을 부과해야 했다. 이걸 5000년 한국 역사상 통틀어 가장 잘한 왕이 세종대왕이다. 20년에 걸친 치밀하고 끈질긴 노력 끝에 면세 대상을 엄격히 적용하고 중간에 새는 것을 대폭 줄여서 조세를 골고루 적용한 결과 세종은 세율을 5%로 낮췄지만, 국가의 곳간이 넘쳤다. 과학적인 영농을 보급하여 생산도 지속적으로 높였다. 튼실한 국고를 바탕으로 세종대왕은 국방비를 획기적으로 늘려서 대대적인 정복사업을 벌였다. 마침내 세종대왕은 국경을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넓힐 수 있었다. 태종 치세 덕분이긴 하지만 대마도도 즉위 직후 정벌했다. 문치로 유명한 세종대왕은 고려와 조선 1000년간 최고의 정복왕이기도 했다. 그 바탕은 조세정의의 실현이었다. 

    신라든 고려든 조선이든 말기에 이르면, 세율이 10%에서 50% 심지어 70%까지 올라갔다. 백성의 고혈은 가혹하게 짜였지만 국고는 오히려 텅텅 비었고, 백성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는데 귀족과 절(고려시대) 또는 서원(조선시대)의 곳간엔 몇 년 묵은 쌀이 썩어 갔다. 중간에서 다 새었던 것이다. 국가는 세금이 걷히지 않아 관료와 군인의 봉급을 제대로 줄 수 없었다. 군대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했다. 숫자도 터무니없이 적었고 무기도 없고 군량미도 없어서 도적떼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조선말에는 오죽하면 조선군은 일본군이든 청군이든 러시아군이든 동네 패싸움 같은 전투 한 번 못 벌였다. 전쟁 한 번 못하고 나라를 빼앗겼다. 

    중국 역사를 살펴보면 조세정의를 가장 잘 실현한 황제는 옹정제이다. 강희제와 건륭제 사이에서 짧은 기간(1723~1735) 통치했지만, 그는 항간의 무자비한 독재 이미지와는 달리 흐트러지는 청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그에겐 한족 군인 출신 전문경(田文鏡)이 있었다. 전문경은, 산서성의 순무(巡撫)가 질책이 두려워서 중앙에 보고하지 않아 백성들이 굶어 죽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고 상소문을 올려 옹정제의 눈에 띄었다. 황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전문경은 70만 내지 80만의 피난민을 살렸다고 한다. 후에 전문경은 하남성의 순무가 되어 조세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새로운 타협점을 찾았다. 관료의 녹봉이 낮을수록 백성에게 좋다는 이상을 좇아 인구 500만 하남성의 수장인 순무의 녹봉이 연간 은 150냥에 지나지 않았다. 은 1냥은 쌀 한 가마니 조금 넘게 살 수 있었다. 하남성의 조세액은 300만 냥이었는데, 원칙적으로 이것은 중앙에 모두 보내야 했다. 조세법에 따르면 지방 재정은 한 푼도 없었다. 법에는 없지만 관행적으로 조세의 1할3푼을 더 걷어서 이것을 재방재정에 충당했다. 전임 순무는 제 욕심부터 채웠다. 연봉 1300배가 넘는 20만 냥을 쓱싹했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각 순무는 지방세 아닌 지방세를 국세의 2할, 3할도 마구 걷었다. 죽어나는 것은 백성! 

    전문경은 국세의 1할3푼인 지방세를 합법화하고 청렴을 지키는 양렴은(養廉銀)이라 하여 순무의 근무지 수당으로 연봉의 200배인 3만 냥(20만 냥의 7분이 1)을 공식적으로 떼 주자고 제안하여 황제의 재가를 얻었다. 대신 세금징수를 엄격히 시행했다. 개간지도 조사하여 조세대상으로 확정했다. 하남성은 조세정의로 온 나라의 부러움을 샀고, 옹정제는 전문경 아래의 관리들을 전국으로 보냈다. 

    공산주의자들이 처음에 3.7제(3할 세율) 주장한 것은 당시에 세계적으로 백성들은 적어도 4할 보통 5할 이상을 뜯겼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토지개혁 후 왕조시대의 이상이었던 1할의 3배인 약 3할의 현물세를 걷어 간 것도 당시로서는 크게 선심 쓴 것이다. 

    조세정의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자본주의 국가에서 멋지게 실현되었다.
    첫째, 골고루 정책이다. 선진국일수록 세금을 안 내는 지하경제가 줄어들어 15% 이하다. 한국은 아직도 25% 정도이다. 둘째, 누진세 제도다. 왕조시대나 독재정권일수록 재산과 소득이 가장 많은 상위 10%는 세금을 거의 안 낸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는 소득이 많을수록 가혹할 정도로 세금을 많이 낸다. 대신 빈곤층은 아예 세금을 면제 받는다.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대로 한국은 상위 10%가 대부분의 세금을 부담한다. 법인세는 상위 10%가 96%를 낸다. 2008년 전국의 39만 8000법인이 법인세 37조 3068억 원을 납부했는데, 상위 10% 기업이 35조 8575억 원을 납부했다. 하위 80%는 1.7%인 6442억 원밖에 안 냈다. 영세업자 약 40%는 1원도 안 냈다. 근로소득세도 비슷하다. 근로자는 총 1408만 명이었지만, 이 중에서 연봉 약 2천만 원 이하인 면세자가 610만 명(43%)이나 된다. 세금 납부자는 798만 명밖에 안 되었다. 그 중에서 전체 근로자의 6%가 14조 2635억 원 중 9조 1699억 원을 납부하여 64.3%나 담당했다. 상위 15%가 90%를 납부했다. 세금 납부자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납부자 중 상위 10%의 소득은 납부자 중 하위 10%의 소득에 비해 5.7배에 지나지 않지만, 세금은 766배나 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세금으로 나라 살림을 꾸리는데, 그 혜택은 전 국민에게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이 돌아간다.

    반면에 북한은 개성공단의 근로자든, 리비아의 근로자든, 만주의 식당 종업원이든, 시베리아의 벌목공이든, 50달러에서 200달러 정도의 월급 중에 갖은 명목으로 90% 이상 세금으로 원천징수당한다. 한국 같으면 전원 면세 대상 액수다. 말 그대로 벼룩의 간이다. 북한의 중동 근로자가 받는 월급 200달러라고 해 봐야 연봉으로 2400달러밖에 안 되는데, 그것은 300만 원도 안 된다. 한국에선 그보다 약 7배 많아도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북한의 재산과 소득은 형식상 공동재산이지만 실은 인권유린 장군 김정일 일당의 것이다. 원칙적으로 공동재산이므로 북한은 겉으로야 세금이 없다.
    “세금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따라서 상위 10%는 상대적으로 한국의 졸부 부럽지 않은 재산과 소득을 갖고 있지만,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김정일으로부터 벤츠 한 대 받았다고 자진해서 세금 낼 리가 없다. 평양의 은덕촌에서 100평짜리 아파트를 배정 받았다고 세금 한 푼 낼 리 없다. 개인금고에 삥땅한 수십만 달러를 간직하더라도 세금 한 푼 낼 리 없다. 한국 같으면 돌멩이 맞아서 문어 사촌이 될 천인공노할 짓이다.
    세상에 지배층으로선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한국이 퍼 주고 중국이 밀어 주는 한 김정일 일당이 개혁하고 개방할 이유가 없다. 조선말에 양반들이 죽어도 개방하지 않고 개혁하지 않은 것과 똑같은 논리다. 

    한국은 대기업일수록, 고액 소득근로자일수록 세금을 단일세율 적용시보다 중소기업이나 저소득 근로자에 비해 수십 배 심지어 수백 배나 내므로 이들이야말로 매일 TV에 초청되어 입에 마르도록 칭찬을 받아야 할 애국자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대기업이라면 무슨 마약을 판매하는 조직폭력단이라도 되는 양 무조건 성토하고 고액 소득자라면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던 탐관오리라도 되는 양 눈자위를 희번덕거리는 사람들이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아서 흥청망청 쓰고 세금 한 푼 안 내도 위대한 인물로 온통 카메라 세례를 받는다.
    이런 자들일수록 북한은 조세정의가 정약용이 개탄하던 것보다 한층 심해진 조선시대 말기보다 엉망이라는 것은 모른다.
    도리어 북한에 무슨 평등이 있다고, ‘한국의 자유와 북한의 평등을 합치자!’고 외친다. 세금 한 푼 안 내는 세계최고 갑부이자 인권유린 장군인 김정일로부터 크게 칭찬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