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김미화는 노무현 정권 최대 수혜자
     
    심현섭, 김동건 등 탄압받으며 하차, 조용히 물러나

    김미화, 진중권, 유창선, 문성근 등 친노무현 인사들이 이명박 정권 들어 KBS가 출연금지 인사 블랙리스트를 관리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모두 노무현 정권 시절, 정연주 사장의 KBS, 최문순 사장의 MBC, 심지어 SBS까지 속속 진출하며 정권의 후광을 톡톡히 봤던 인물들이다. 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들이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이 당시 이런 문제에 침묵하며 방송의 달콤함만 취하는데 급급했었다. 과연 노무현 정권 당시의 KBS와 MBC, SBS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2003년도 6월 정연주 사장 취임 후 첫 개편 때의 MC 교체의 최대 화두는 심야토론의 길종섭 대기자와 ‘100인토론’의 정진홍 한예종 교수였다. 길종섭 대기자는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편향되었다는 설이 돌았고, 정진홍 교수는 보수성향의 인물로 찍혀있었다. 당시 정연주 사장과 함께 KBS 개편을 주도했던 김영삼 위원장 체제의 노조에서는 “다른 것은 몰라도 반드시 길종섭과 정진홍만을 잘라야 한다”는 말들이 돌았다.

    실제로 이는 관철되어 심야토론에는 명지대 신율 교수, 100인토론에는 연세대 김주환 교수가 신임 진행자로 임명되었다. 길종섭 대기자는 진행자 지위를 빼앗기며 결국 2005년 퇴사한다. 이외에도 라디오 진행을 맡고 있던 박찬숙 앵커도 자리를 내놔야 했다.

    개그맨 심현섭, 노무현 당선되자 예정된 코메디 최우수상마저 빼앗겨

    물론 정연주 사장 시절 최대의 희생자는 개그맨 심현섭이었다. 심현섭은 2002년 대선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으나 낙선하자 KBS 측으로부터 심각한 수준의 보복을 당했다. 심현섭은 “2002년 대선을 사흘 앞두고 연말 연예 대상에서 코메디 부분 최우수상 수상자로 내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이회창 후보가 낙선하자 연말 시상식에서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며 노무현 정권 당시의 KBS를 비판했다. 그는 결국 KBS에서 더 이상 자리를 찾지 못하고 SBS로 이적했으나, 갑작스런 이적으로 준비를 다하지 못해 하차, 노무현 정권 내내 TV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가장 의혹이 깊었던 사건은 김동건 아나운서의 ‘가요무대’ 하차였다. 김동건 아나운서는 1985년부터 2003년 6월까지 무려 18년 간 ‘가요무대’를 지켜왔다. 그러다 정연주 사장의 첫 개편 때,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제작진으로부터 “다음주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만 받고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김동건 아나운서는 이에 대해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으며 기다리다 최근 ‘가요무대’에 전격 복귀했다. 김동건 앵커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 지나간 얘기라 시시콜콜 거론하고 싶지 않다. 아직 현직에 있는 후배들도 있고…. 사장이 바뀌면 간판 프로그램의 존폐논의와 진행자 교체는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얘기해 두고 싶은 것은 어떤 경우에라도 시청자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인기가 있다고 한들 특정 진행자가 어떤 프로그램을 평생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나 역시 언젠가는 가요무대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교체 통보를 받고 보니 참 당혹스럽더라. 18년간이나 진행해 온 프로그램인데 최소한 시청자한테 인사할 기회는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

    김동건 아나운서의 경우 보수적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설에 결국 노무현 정권과 정연주 사장이 숙청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KBS 예능국의 전직 간부는 “다 아는 이야기이다. 김제동 건 관련 정연주 사장이 탄압을 주장할 때,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김동건 아나운서는 공식적으로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한 적도 없는데 그냥 자리를 빼앗겼다. 이랬던 정연주 사장이 김제동 건 관련 어떻게 할 말이 있는가”라며 정연주 사장을 비판했다.

    이렇게 보수 혹은 보수로 보이는 인사들이 무수히 잘려나가면서 아예 공개적으로 노무현 정권을 지지했던 정파적 인사들이 대거 KBS에 입성한다. 대표적인 인사가 노사모의 상징인 문성근씨가 ‘인물현대사’ 진행자로 KBS에 들어온 것. 당시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정연주 사장은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관계없다. 방송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친노무현 성향의 인사들에게만 해당될 뿐, 다른 성향의 인사들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

    김미화, MBC 시청자위원 발탁 2개월만에 MC 자리도 꿰차

    정연주 사장 시절의 심각한 수준의 편파 인사는 욕설 개그맨 김구라의 ‘가요광장 MC 기용 건이다. 김구라는 2003년도 당시 서울시장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멸치대가리 XX"라는 욕설을 딴지일보 공개방송을 통해 퍼부으며 친노세력의 주목을 받았다. 그뒤 2004년 탄핵 당시 노래를 개사하여, 탄핵 주도자였던, 조순형, 김경재, 최병렬 등의 정치인은 물론, 오세훈, 전여옥, 박진, 원희룡 등등을 공격, 노골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선거개입형 명예훼손 노래로 바꾸어 불렀다.

    김구라는 결국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압승 직후 같은 해 KBS 가을개편 때 정연주 사장에 의해 음악에 대한 아무런 전문적 활동경력도 없음에도 '가요광장' MC를 맡으며, 사실 상 노무현 정권의 정적들에 대한 인신공격을 퍼부은 보상을 받게 된다. 또한 KBS 폭소클럽에서도 시사풍자 고정 프로까지 얻게 된다. 김구라는 이명박 정권 교체 이후에는 정치인이 아닌 연예인들에 욕설을 퍼부으며 지금까지도 승승장구, MBC 내에서 최다 출연료를 받으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 등이 김구라의 욕설 방송에 문제제기를 하자 김구라 측은 기자들과 만난 사석에서 “어차피 저러다 말 것이니 신경쓰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블랙리스트설을 퍼뜨리고 있는 김미화와 진중권 역시 노무현 정권의 뒷 배경으로 승승장구한 케이스. 또한 둘 다 매우 비정상적인 방송활동을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92년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김미화는 2003년 8월 MBC 시청자위원으로 발탁되었다. 시청자위원회는 방송, 특히 저질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감시 기능을 하는 법적 기관이다. 이런 시청자위원에 현직 개그맨이 들어온다는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재 MBC 홈페이지의 2003년도 시청자위원회 명단에 김미화의 이름은 없다. 왜냐하면 시청자위원회 활동을 시작한지 2개월도 안 된 2003년 10월에 지금의 ‘세계는 지금 우리는’ 진행을 맡으면서 시청자위원을 사퇴했기 때문. 즉 언제든지 시청자위원회의 평가대상이 되는 현직 개그맨을 시청자위원으로 임명한 MBC의 처사가 잘못된 것이고, 김미화는 시청자위원의 지위를 이용, 자리 하나를 차지한 격이 되고 말았다. 김미화는 KBS에서도 ‘TV 책을 말하다’ 진행을 맡았으나 실력 부족 탓인지 6개월도 안 되어 하차했다.

    그 이후 김미화는 엄기영 사장 시절 교체설이 나오게 되었고, 그간 김미화의 정파적 활동을 비판해온 인터넷신문 독립신문에 갑작스럽게 소송을 제기하며 민주화 투사로 포장, 극적으로 자리를 지켜내는 놀라운 정치적 능력을 보여준다.

    진중권, SBS MC 차지하자 노골적으로 노무현 정권에 충성

    진중권의 경우는 2005년도 SBS시사전망대 MC로 캐스팅 되면서 SBS에 홈페이지에 칼럼까지 쓰게 되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진행자가 칼럼을 쓰게 되면 출연 게스트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음에도 SBS에서는 이런 기형적인 시스템을 강행했다. 특히 진중권은 이 칼럼란을 통해 주로 우파인사들을 맹공격하며 노무현 정권의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특히 지자체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에 대해 근거없는 공격을 퍼부은 건,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을 지지한 건 등, 대부분 편향된 칼럼이었다.

    당시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던 진중권이 SBS 진행을 맡은 전후로 친노무현적 성향으로 변했다는 지적에 대해 “보수파가 노정권을 공격하는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도 도와주지 않아 나라도 나서야겠다는 뜻이라며 이를 인정하기도 했다.

    진중권은 KBS에서도 ‘TV 책을 말하다’의 고정 패널로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치, 경제, 역사, 국제, 인문 등 온갖 분야의 책을 다루어야 하는 이 프로그램의 특성 상 진중권은 실력부족으로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책 관련하여 진중권은 “왜 당신들은 좌파라 칭하느냐”고 엉뚱한 질문을 하여 장하준 교수로부터 “우리가 언제 좌파라 그랬냐”는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또한 우석훈 소장의 ‘촌놈들의 제국주의’ 책 관련해서는 역사적 의미에서의 제국주의와 청년들의 해외진출의 도전의식에 대한 개념조차 잡지 못했을 정도였다.

    유창선은 이부영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민주당 전문위원까지 지냈으며 김대중 정권 시절 여권 핵심부가 작성한 ‘DJ가 탐내는 젊은피 300인’에 들어갈 정도로 정치적인 인물이다. 그는 후보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단독인터뷰를 한 적도 있고,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을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

    유창선은 노무현 정권 시절 불교방송의 시사프로그램 MC를 맡고, KBS, MBC, EBS, MBN 등의 단골 패널로 참여했다. 단 진중권과 김미화 등에 비해서는 비교적 큰 혜택을 받지는 못했으며, 노무현 정권 후반기에 노정권을 적절히 비판하는 등 나름대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인정된다. 그러나 좌우를 망라하고 수많은 정치논객이 활동하는 시장에서 자신을 섭외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탄압이라 주장한다는 것은 오히려 객관적이어야할 시사평론가의 직분에 충실치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유창선은 촛불을 예찬했다는 이유로 이병순 사장 시절 KBS로부터 개인 프로그램 편성까지 받은 막걸리집 ‘월향’의 주인 이여영을 감싸고 도는 어처구니없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즉 유창선은 최소한 방송출연과 관련해서는 오직 자기 자신만의 이해 이외에는 전혀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친노세력 정권 탈환하면, 방송계 모든 자리 독식할 것 경고

    결론적으로 문성근, 김미화, 진중권, 유창선 등은 노무현 정권 당시 KBS는 물론 MBC, SBS 등에서 최대 수혜를 봤던 인물들이고, 반대로 길종섭, 김동건, 심현섭, 정진홍 등은 희생양이 되었고, 이들은 한번 하차한 뒤 노정권 내내 TV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블랙리스트(?) 멤버들이 되었다. 지금 KBS 탄압설을 주장하는 친노세력들은 이 당시의 대대적인 숙청과 물갈이에 대해 비판 한번 한 적 없을 뿐더러, 오히려 이를 기회로 자신들의 출세가도의 길을 열어나갔다.

    양자 간의 차이는 보수우파의 경우 묵묵히 물러나준 반면, 친노세력들은 온갖 거짓말과 궤변을 늘어놓으며 탄압설을 퍼뜨려 자기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는 것이다. ‘가요무대’에 복귀한 김동건 앵커는 “방송인들 스스로 정치적으로 불편부당·엄정중립을 지키는 게 중요할 듯해요. 공연히 ‘누구 사람’이라는 오해를 불러서야 대중들이 순수성을 믿어 주겠습니까.”라며 방송 탄압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진중권, 김미화, 유창선, 문성근 등 대부분은 노골적으로 특정 정치세력 특히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며 권력과 손을 잡았던 인물들이다. 인터넷미디어협회 강길모 회장은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는지 놀라울 지경”이라며 “최소한 자신들만이 반드시 방송에 출연해야할 전문실력이라도 입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다짜고짜 무조건 자기들이 잘렸다고 우겨대는 꼴”, “만약 저들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앞뒤 안 보고 친노세력들이 방송계의 모든 자리를 독식할 것”이라려 우파사회에 경고했다. / 변희재, bignews@bi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