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 두고 기뻐하여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샀느니라. (마태복음 13:44) 

     기회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온다. 일생일대의 기회는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정면으로 다가온다. 황금의 기회는 다가오자마자 온 몸을 던져 정면에서 끌어안아야지, 잠시 지켜보다가 옆에서 소매를 잡거나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뒤늦게 깨닫고 뒤에서 덜미를 잡으려고 하면, 소매는 떨어지고 덜미는 바스라진다. 

     MB는 기회를 포착하는 데 도가 튼 사람임을 자부할 것이다. 현대건설의 사장에 임명된 것이나, 6.3동지회 회장에 피선된 것이나,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기회 포착에 동물적인 감각을 타고 난데다가, 한번 잡은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는 집요함 덕분이라고 자부할 것이다. 그의 그릇은 거기까지다. 

     대통령, 대단하지만 누가 되어도 반드시 된다. 누가 되어도 되게 마련인 대통령되는 것 자체가 목표라면, 그는 소인배다. ‘나의 꿈은 대통령’이라고 책상머리에 크게 써 붙인 자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와 민족에 해악만 끼친다. 그에게는 그것이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뭘 할 줄 모르고 머리 좋은 아랫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또는 독선과 위선과 오만으로 군림하다가 국가의 운명을 낭떠러지로 몰고 간다.

    대통령직선 이후에 한국엔 이런 자들이 우르르 당선되었다. 국가의 비극이요 국민의 불행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얼마나 위대한 일을 이루느냐, 그것이 중요하다. 사실, 대통령 자체가 목표가 아닌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매우 어렵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밀투표에서 대통령이든 수상이든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 큰 그릇이 당선되는 것은 선진 자유민주 국가에서도 3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다. 

     국가가 절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에야 비로소 국민의 눈이 바로 떠져서 사탕 대신 보약을 주는 지도자를 뽑는다. 한국은 외환위기도 국민의 눈을 뜨게 할 만큼 대단한 위기가 아니었다. 특정 개인에 대한 맹신과 광신을 버릴 만큼 대단한 위기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맹신과 광신을 부추겼다. 위기를 위기로 보지 못하게 만들었고 위기를 더 키웠다. 

     세계 10대 부국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위기는 무엇인가. 하루아침에 쪽박 찰 위기는 무엇인가. 하루아침에 자유와 재산, 사랑과 쾌락을 잃을 위기는 무엇인가. 하루아침에 이웃이 원수가 되고, 가족이 남이 되고, 친구가 적이 될 위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적화통일의 가능성이다. 김정일이 통일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한때 휴전선 이북에는 통일대통령이라는 가로세로 100m의 대형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6.15 공동선언 무렵이었다. 

     말과 글과 조직이 새 천 년에 접어들 무렵에서 10년 사이에 거의 90% 그들에게 넘어갔다.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방송과 포털과 신문, 인터넷과 시위와 휴대폰을 통해서 1억 분의 1의 확률을 1억분의 9천9백9십9만 9천9백9십9로 만들고, 99.99999%를 0.00001%로 만들 수 있다. 두 달도 길고 보름도 모자라지 않는다.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라는 꿈의 의결도 그들에겐, 자다가 놀라서 괜히 짖는 강아지 소리에 덩달아 온 동네 똥개란 똥개는 다 짖는 그 개 소리만도 못하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헌법재판소도 위협하고, 살벌한 악다구니로 국민도 세뇌하여 새 세상을 만든다. 

     2010년 3월 26일 김정일은 누차 공언한 대로 2009년 11월 10일의 참패를 귀신도 탄복할 방법으로 천 배 만 배 복수했다. 태평양이 아니라, 미국 앞 바다가 아니라 대청도와 연평도 바로 옆이었다. 2010년 5월 20일 국제합동조사단은 1번 물증을 제시하며 북한 소행으로 결론지었다. 

     김정일은 딱 잡아떼며 10만 군중을 모았고 한국과 미국에게 위협의 미사일과 공갈의 어뢰를 날렸다. 북풍은 즉시 적벽의 무역풍으로 돌변하여 거세게 MB에게로 불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성냥을 긋자 불은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010년 6월 2일, 불과 며칠 전 비장한 어조에 곁들여 승리의 미소를 살짝 짓던 MB는 참패했다. 

     MB는 처음부터 북풍에 당혹스러워했다. 특이동향 없다느니, 예단은 청와대만 하겠다느니, VIP 메모를 전달하느니, 군 보고체계를 스스로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도리어 국방장관을 질책하느니, 하면서 북풍 차단에 여념이 없었다. 북한의 비파곶 잠수함 기지에 대한 미국의 인공위성 사진이 아니었으면, 그는 유야무야 영구미제로 밀고 갈 생각이었던 것 같다. ‘듣보잡’ 최첨단 어뢰 공격이 전 세계 바다를 지키는 미국의 군함에 미칠 영향에 화들짝 놀란 오바마가 북한도 북한이지만 중국을 겨냥하고 국제합동수사의 압력을 가하지 않았으면, MB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6.2지방선거에 미칠 역풍을 염려하여 46전사자를 준 전사자로 대우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청와대습격 미수 사건이나 도끼만행 사건이나 이승복 어린이 생죽음에 입을 꾹 다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보였던 단호하고 실천적인 자세와 비교해 보면, MB가 얼마나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인 사건에, 전 재산보다 귀한 보물에 도리어 당황해 하고 귀찮아하고 기껏 김치 국물이나 먹을 생각이나 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치솟는 여론조사의 파란 곡선에 도리어 당혹감을 느끼고, 이미 사라진 북풍을 차단하려고, 선거와 연관 짓지 않으려고 당과 정부를 통하여 은근히 관심을 딴 데 돌리려고 애썼다. 여론조사가 금지된 바로 그 시점에 노란 곡선이 파란 곡선을 집어삼키고 하늘 높이 치솟는 걸 MB는 하루나 이틀 전에야 겨우 안 모양인데, 그 때는 이미 0.00001%의 진실이 민족을 살리는 진리로 둔갑되어 있었다. 

     6.2 지방선거는 끝났고, 천안함 46전사자는 잊혀졌다. 최대의 승리자는 민주당도, 유령 열린우리당도, 민노당도, 민주주의도, 국민도, 민심도 아니다. 최대의 승리자는 통일대통령을 따 논 당상으로 생각하는 김정일이다. 지금까지는 예행연습, 본 경기는 이제부터다. 저들은 2012년 한미전시작전권 이양에 흠이 갈세라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