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니, 이 기저귀도 다 돈이야. 엄니 좋아하는 돈이라구요."
    "나는 이꽃을 울엄니꽃이라고 살며시 불러봤습니다."
    "병원의 치매클리닉 앞에서 어머니는 크게 화를 내셨다."
    "제가 아프면 어머니 못 만나게 될까 걱정이거든요."

  •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최근 알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다정다감하게 느끼게 된 용어가 하나 있습니다. 위쪽 두 가지 예문에 나오는 '엄니!', 처음에는 '언니'를 잘못 표현했나 했습니다. 한데 같은 분들이 블로그에 쓴, 아래 두 가지 예문을 보고 '엄니'가 평소에 지칭하던 '어머니' 그것도 '시어머니'를 부르는 며느리들의 호칭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뜻하는 '엄니'는 경기·경남·전남·충남 지방에서 부르는 말로 두루 쓰는 방언입니다. 주로 맘씨 착한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다정하게, 혹은 애틋하게 부를 때에 '엄니'라는 표현을 많이 하더군요. 정감이 가는 말이다 싶어서 서울뜨기인 저도 어머니 기일 제사상 앞에서 뇌어봤습니다만 어색하기만 합니다.
    한 블로거는 ‘어머니’를 ‘엄니’라 하는 이유에 대해 "육식동물에서의 엄니(송곳니)는 자신을 방어하는 동시에 먹이 사냥의 중요한 무기다. 마찬가지로 자식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바로 그 송곳니 같은 보호자로써의 역할 때문은 아닐까"라고 그럴듯하게 풀이해놓았더군요. 재미있어서 노트와 인터넷을 뒤져보았습니다.
    사전들은 '엄니(tusk)'를 '육식동물의 송곳니(the fangs of a carnivorous animal)'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호랑이·사자·멧돼지·개 따위 포유동물의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말합니다. 뿐 아니라 코끼리의 길게 돌출한 앞니도 '엄니'이며, 옛날 지구에 살았던 '매머드'도 3~5미터나 되는 엄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포털사이트 백과사전에 매머드를 "홍적세 중기부터 후기까지 빙하기에 걸쳐 생존한 장비목의 포유류이다. 어금니는 엘레파스라는 능판이 모여 빨래판 모양이고, 굵으며 나선상으로 휘어졌다."고 설명해 '굵고 나선상으로 휘어진 어금니'가 '엄니'를 지칭하는 건지, 착각할 수도 있게 기술했더군요. 바로잡았으면 합니다.
    <덧글> 공룡처럼 먼 옛날에 지구에 살았던 mammoth를 일본 사람들은 철자 따라 '맘모스' '마모스'라고 발음합니다. 이 말을 우리나라 식자층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였고, 그 영향으로 많은 언중이 아직도 '맘모스'로 잘못 쓰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도 '맘모스'를 '매머드의 잘못'이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올바르게 써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