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검찰수사 단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함구전략'으로 검찰의 공격에 맞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대개 물증이 없어 관련자 진술이 관건인 뇌물 사건에서 검찰의 신문에는 진술거부권을 내세워 입을 닫고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은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략이 무죄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 총리는 애초부터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소환에 불응하다가 검찰에 체포된 뒤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한 전 총리는 검찰 수사를 받을 때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해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지 관심을 끌었지만 재판부 앞에서도 검찰 신문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공방을 촉발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검사가 피고인을 상대로 질문조차 못하는 재판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서며 대검 차원의 입장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재판장의 지휘를 거쳐 이뤄진 검찰 신문에서도 한 전 총리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 제12조 2항이 이같은 함구전략의 법적 토대가 됐다.
    다만 대법원 판례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진실의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을 때는 더욱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다며 진술거부권의 행사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결같이 5만 달러를 건넸다고 주장해 유ㆍ무죄 전망이 첨예하게 엇갈린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묵비권 카드에 전혀 위험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로서는 처음부터 무죄 입장을 고수한 터라 검찰 신문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빌미를 잡힐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차원에서 진술거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가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 앞서 "검찰의 태도가 수사 전이나 공판 중에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진술거부로 선을 긋고 수사의 부당성을 재차 강조한 점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정연주 전 KBS 사장과 MBC PD수첩 제작진 등 검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신문에 묵비권으로 대응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재판 과정에서도 검찰 신문에 진술거부로 맞선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진술거부권 행사에 대해 여전히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사건이 항소심에 올라가더라도 진술거부를 둘러싼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