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불법 입국한 `남조선 주민' 4명을 억류하고 있다고 발표함에 따라 보도가 사실인지, 만약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입북한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우리 공화국에 불법 입국한 남조선 주민 4명을 단속했고 해당 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 억류자의 신원과 입북 경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아직 북측의 발표와 관련한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북측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제하에 상황 파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평양 등지에 정상 절차를 밟아 체류하고 있는 국민 1천54명이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북한이 주장한 `피억류자들'이 북.중 국경을 통해 입북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들의 잇따른 전언 또한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중국 소식통으로부터 들은 얘기"라며 "국경에 있는 중국 군인이 북한 군인으로부터 며칠 전 투먼(圖們)에서 남양(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으로 남한 사람 4명이 `김정일 각하를 만나러 왔다'면서 넘어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북한 주민과 통화해 최근 보위부가 탈북자 몇명을 잡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4명인지는 확인이 안 됐지만 아마도 (북한이 보도한 남한 주민이) 그 사람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억류된 이들이 재미교포 대북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의 경우처럼 종교와 연결된 대북인권 활동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탈북자가 붙잡혔다'는 전언과 관련해서는 4명의 억류자 가운데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국민 외에 남한에 들어와 살던 탈북자가 `안내자' 등의 역할로 섞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런가 하면 다른 일각에서는 탈북자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북한에 남은 가족들을 만나는 일이 공공연했던 만큼 이번에 붙잡혔다는 사람들이 북한 당국의 강화된 단속망에 걸린 탈북자 출신 국민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남한에 살던 탈북자가 다시 들어가 붙잡혀도 북한은 이들을 자국 공민으로 다뤄왔다는 점에서 조선중앙통신이 언급한 `남조선 주민 4명'에 탈북자가 섞여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반박한다.
    반면 탈북자가 섞여 있을 수 있다고 보는 쪽에서는 북한이 미국 여기자 억류 사건을 지렛대 삼아 북미 대화를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었던 전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북한이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탈북자 출신을 `남한 주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거인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