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외국인 유학생 문제와 한국의 영어교육 문제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우리 재단의 콜센터에 걸려 오는 외국 유학생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정부 초청 장학생의 학교 배정 혼선부터 대학의 영어 강의 커리큘럼 부족사태까지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어떤 유학생들은 입국 초기 상담안내 미비나 문화충돌 완충장치 결여로 애를 먹다가 한국에 등을 돌린 채 귀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생활비를 대주는 '한국정부 초청장학생 제도'는 1967년부터 고등교육의 국제화 일환으로 시작됐다. 숫자는 2005년 연간 70여명 선에서 2008년에는 245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심정일 때가 있다. 가령 카자흐스탄에서 입국한 카티아의 경우 금년 7월 서울의 S대학이 우수학생 유치 의욕이 앞선 나머지 사전에 합격발표를 해버렸고, 사전 합격발표 금지 원칙을 고수하는 국립국제교육원과 정면 대립하는 바람에 자신의 입학 자체가 취소될 것 같으니 중재해 달라고 호소해왔다.

    또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빅토리아나 마리나 같은 학생을 비롯 상당수 외국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영어로 강의하는 전공과목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재단에 호소해오는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목이 어떤 것인데 이에 맞는 영어 강의 대학을 찾기가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내용들이어서 재단은 현재 영어 강의 대학을 리스트업 해놓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과는 별도로 재외동포재단에서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중국,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30여명(2009년도)의 석·박사 과정 초청장학생을 들여와 공부시키고 있다. 그러나 초청된 장학생들은 국내 대학의 여건 미비에 대해 애로를 토로하고 있다. 국제교육원이 장학생을 배정하는 35개 대학 가운데 25곳이 외국인 학생이 드물고 영어 강의가 적은 지방대라는 점도 초청 장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대학이 외국인 장학생을 받으려 애원하고 있으나 정작 외국인들은 영어전용 강좌가 뛰어나지 않은 지방대에 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초청기관의 대학 지정 때 3지망까지 받는 등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기들 나라보다 한국이 훨씬 선진국이며 개방적이면서도 의외로 '영어 불통'인 현실에 답답하다는 얘기들이다. 실제로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낮으며 정치·사회적 통제가 심하다고 우리 국민이 피상적으로 느끼고 있는 유라시아 국가 장학생들뿐만 아니라 재외동포재단 등의 초청으로 한국어를 배우러 온 일반 단기 연수생들도 한결같이 뛰어난 영어를 구사하고 있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키르기스스탄 사립 고등학교의 경우 영어시간은 물론 수학·화학·생물 등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며, 공립은 영어시간에만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지만 대학에서는 졸업 때까지 4년 내내 영어를 필수로 수학해야 한다. 카자흐스탄에서도 고교 영어 수업은 물론 대학에서도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이들이 닮고 싶고 배우고 싶어 열망했던 한국에서, 특히 대학에서, 영어 불통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이다. 이는 뭔가 교육정책이나 교육방식이 크게 잘못돼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으며 재조명과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많은 돈을 들여 초청하는 정부나 산하기관의 초청장학생에 대한 학교 배정과 수학과정 그리고 사후관리 등이 개선돼야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귀국 후 이들을 중요한 친한(親韓) 우호 인적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