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견들에 대해 잠시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제18차 라디오 및 인터넷 연설에서 마치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DJ처럼 국민들의 의견을 하나 하나 소개한 뒤 답변하고 직접 대책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한 의견도 열심히 보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많은 분들이 도대체 언제쯤 경제와 생활이 좀 나아지겠느냐고 묻는다. 사실 그것 때문에 제가 가슴이 아프고 또한 마음이 무겁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지난 15일 17차 연설에서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평소보다 10배 이상의 의견이 올라와 저 자신 꼼꼼하게 챙겨 보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재차 인터넷 소통을 언급한 것이다.

  • ▲ 라디오 및 인터넷 정례연설을 위해 녹음중인 이명박 대통령. ⓒ 뉴데일리<자료사진> 
    ▲ 라디오 및 인터넷 정례연설을 위해 녹음중인 이명박 대통령. ⓒ 뉴데일리<자료사진>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라디오 정례연설을 시작한 이래 4월 12차부터는 '라디오 및 인터넷 연설'로 공식 명칭을 바꿨다. 이미 첫회부터 인터넷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세계적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게재도 실시하게된 만큼 공식적으로 인터넷 소통을 강조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해 12월 5차 연설에서도 이 대통령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봤다"면서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한 여중생의 사연과 대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둔 40대 가장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글을 읽고 정말 마음이 무거웠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청와대 홈피 게시자 10명 실명 일일이 거론하며 인사와 답변

    청와대 참모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소통 강화라는 것이 실제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올라오는 서민들이 실생활에서 느끼고 있는 점을 나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국민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대화를 하듯 사연과 입장을 차례로 전한 것은 이 대통령의 소통의지를 강하게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이 대통령이 서민들의 목소리에 소상히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더욱 인터넷 소통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정부의 실체적 모습과 외부에 알려진 이미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도 평가된다. 실제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소개하면서 "이런 글들을 읽으며 정말 가슴이 답답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의 벽이 너무 높구나'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게시물에 대해 사회적 주요 현안은 물론, 서민들의 개인적 사연까지 보고받으며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직접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견을 읽고 난 뒤 대책을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연설을 통해 밝힌 셈"이라면서 "인터넷 상에서의 이 대통령 이미지가 마치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듯 일부 오해되는 부분이 있지만 사실은 구체적 방안을 갖고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국민들의 실명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친밀한'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정근영씨를 포함해 많은 분들은 4대강 살리기에 대해서 이름만 바꿔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또 김철우씨 등 적지 않은 분들은 '20조 가까이 들여서 건설사들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고 따지셨다"고 소개하면서 "대운하의 핵심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인데 우리 정부에서는 그걸 연결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고 제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며 '중대 결단'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임기 내 대운하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부가 역점을 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운하 논란에 휩싸여 정쟁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네티즌 제안대로 생계형 직업 운전자 특별사면 적극 검토"…'깜짝' 발표도

    이 대통령은 이어 "소통 및 국민화합과 관련해서도 많은 의견을 주셨다"면서 "박재영씨는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일하겠다던 취임식 때 선서를 잊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고 박정주씨 등 많은 분들께서도 우리사회의 분열과 갈등에 대해 걱정하는 글을 남기셨다. 정말 저는 고마운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우리나라 사회갈등 비용이 GDP의 27%에 해당된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 저도 깜짝 놀랐다"며 "이 정치적, 사회적 갈등과 분열상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선진화되기 참 어렵다고 저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아마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실 줄로 안다"며 공감대 형성을 이어갔다.

    특히 이 대통령은 "힘겨운 서민 생활에 대해 하소연 하신 조민정씨와 이 록 씨 등 많은 분들의 글도 잘 읽었다"고 전하면서 "제안하신대로 벌점 등으로 면허가 취소된 생계형 직업 운전자들에 대해서는 특별 사면을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렇지만 제 임기 중에 일어난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차례 밝힌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원칙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밖에도 보육비나 사교육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하신 송진숙씨, 서기정씨 등 많은 분들, 취업 준비생의 답답함을 호소하신 김민규씨, 중동에서 일하던 시절의 가슴 찡한 경험을 일깨워주신 한태교씨의 글도 잘 읽었다"면서 일일이 거론한 뒤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