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6월 조선·동아·중앙일보에 광고하는 기업들에 대한 광고중단 협박을 주도했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이라는 단체가 다시 광고주 협박에 나섰다. 이들은 작년에 수십개 기업의 명단과 전화번호를 인터넷에 띄워놓고 협박전화를 걸어 영업을 방해하도록 선동했다. 기업들은 욕설 전화로 업무가 마비됐고 직원 가족에겐 "죽이겠다"는 전화까지 걸려왔다. 법원은 지난 2월 주동자 24명 전원에 대해 "정당한 소비자운동을 벗어나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위력으로 제압한 업무방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 판결로 '불법' 낙인이 찍힌 이들은 사법부의 결정을 무시하고 이번엔 "조선·동아·중앙에 광고하면서 한겨레·경향엔 광고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불매운동은 기업들이 조선·동아·중앙 광고를 중단하거나 조선·동아·중앙 광고 금액만큼 한겨레·경향에 광고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대상 기업을 여러 개로 하면 영업방해행위가 분산돼 실적을 올리기 어렵다고 보고 기업을 하나씩 정해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이들이 대상 기업 1호로 지목한 제약회사는 기업순위 900위권으로 크지 않은데다 소비자와 밀접한 드링크제 등이 주력상품이다. 작년의 군소 여행사들처럼 공격에 취약한 회사를 고른 것이다. 그러면서 "1인시위를 하고 소비자 불만을 접수하겠다"고 했다. 법망을 피해보려는 작전이다. 이 제약회사는 비난 전화가 폭주하고 홈페이지가 다운되면서 하루 만에 "한겨레·경향에 광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광고 테러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기업들은 광고할 매체를 고를 때 광고비만큼 광고효과가 있는지부터 따진다. 그러지 않고 아무 매체에나 광고하는 회사라면 금세 거덜나고 말 것이다. 협박꾼들은 기업들에 이런 광고의 기본원칙을 무시하라고 공갈을 치고 있다. 이들의 협박이 먹히면 이득을 볼 한겨레신문은 9일 협박 대상 기업의 실명과 생산 제품들을 보도했다. 유괴범에게 납치된 희생자의 신분을 공개해 유괴범의 공갈이 먹히도록 협조하는 행태 그대로다. 신종 테러범 '언소주'는 이들 언론의 광고 판매촉진 담당 사원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공생(共生) 관계는 범죄적 공생 관계다.

    작년의 광고주 협박범들을 벌할 수 있었던 것은 피해 기업들이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검찰에서 피해를 밝히고 법정에서 증언한 덕분이다. 당장 괴롭다고 기업들이 보다 지능적이고 비열해진 이번 협박에 타협하면 선동꾼과 협박꾼들이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일이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협박꾼들은 지난 2월 법정에서 "사법부는 죽었다"며 소란을 피웠다. '언소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판사가 양심에 어긋나는 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사법부도 안중에 없는 이들로부터 법질서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키는 방법은 더욱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