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인간은 쉴 새 없이 ‘손’을 사용한다. 밥을 먹을 때도, 일을 할 때도, 하다 못해 가위 바위 보를 할 때도 손을 쓴다. 이는 인간이 손동작의 유연성에 얼마나 많이 의지하며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다.

    사람 손은 손가락뼈 14개와 손바닥뼈 5개 손목뼈 8개 등 27개 뼈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쪽 손을 합치면 총 54개의 뼈, 즉 사람의 뼈 중 4분의 1가량이 손에 있다. 또한 손에는 이 많은 뼈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수많은 힘줄과 인대가 존재하며 손목에는 힘줄과 인대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있다. 그런데 만약 힘줄과 인대가 과사용으로 인해 염증이 생기거나 붓게 되면 이 통로를 지나는 것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손동작이 힘들어지는 손목 질환이나 손 질환에 노출 될 수 있다. 정동병원 김창우 대표원장과 함께 다양한 손목 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 초보 엄마들의 손목을 노리는 엄지병, 드 쾨르뱅!
    손목에는 엄지를 벌리고 펼 수 있게 하는 힘줄(장무지외전건, 단무지신건)이 엄지방향 뼈 위를 지날 때 일정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게 도와주는 일종의 통로가 있다. 드 쾨르벵 병은 힘줄을 싸고 있는 통로의 인대가 염증 반응으로 두꺼워지면서 통로가 좁아져 인대가 지나갈 때 뻗치는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대개 주먹을 쥐거나 물건을 잡고 쥘 때 손목을 돌리거나 비틀 때 자지러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자. 엄지 쪽 손목에 부기가 나타나거나 이 부위에 낭종(물주머니)이 동반되기도 하며 드물게는 엄지를 움직일 때 어딘가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심해지면 힘줄 위에 놓인 신경을 자극해 엄지와 검지손가락의 손등 쪽이 저릴 수도 있다.

    드 쾨르뱅 병은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감싸 주먹을 쥔 상태에서 새끼손가락 쪽으로 손목을 젖히는 휭켈스타인(Finkelstein)씨 검사법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때 심한 통증이 발생하면 드 쾨르뱅 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출산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엄마나 손주를 돌봐주는 노인들처럼 아기를 안고 돌보기 위해 손과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30대에서 50대 여성에게 주로 발병한다.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약 5%가 드 쾨르뱅 병 환자이며 산모 10명 중 6명이 드 쾨르뱅 병에 걸린다.

    김 원장은 “통증을 계속 방치하면 엄지를 잘 못쓰게 되는 관절염에 걸리거나 관절 자체가 굳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드 쾨르뱅 병 환자의 대부분은 휴식과 간단한 약물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특히 임신과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분만 후 수개월 이내에 증세가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통증이 지속된다면 뼈 주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번 주사로 1~3개월 이상 증상이 가라앉는데 1~3회 정도 투여해서 완치되는 환자가 약 60%다. 그러나 2개월 이내에 재발하면 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드 쾨르뱅 병 수술은 힘줄을 조이고 있는 통로를 절개하여 넓혀주는 것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입원하지 않고 국소마취만으로 몇 분 내에 시술이 가능하다.

    ◆ 직장인과 청소년들의 고질병인 손목질환, 손목터널증후군!
    손목터널증후군이란 쉽게 말해 손으로 가는 힘줄과 신경, 혈관이 손목의 좁은 부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마비 현상이다. 반복되는 손목 사용으로 인해 손목 인대가 두꺼워져 손목 터널 안의 압력을 높여 손목 신경을 누르면서 발생한다. 주로 엄지 검지 장지쪽 손가락과 손바닥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며 손이 붓거나 손가락이 뻣뻣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픈 쪽 방향으로 손목을 1분 정도 구부렸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보통 30~60대 주부들에게 많이 나타나던 손목터널증후군은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되면서 직장인과 청소년에게 많이 발병하고 있다. 더블클릭과 타이핑을 쉴 새 없이 하는 사무직 종사자들이나 컴퓨터 마우스로 작업을 하는 웹 디자이너와 같은 직업군에서 많이 발병하고 휴대폰으로 문자를 많이 주고 받는 청소년에게도 많이 발병한다. 일반 직장인과 주부 환자의 경우 손이 저린 증상만 있지만 청소년의 손목터널증후군은 손이 저리면서 엄지손가락의 관절 통증이 함께 수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로 가능하고 증상이 심하다면 손목 신경을 유착된 부위에서 분리해주는 수술을 실시한다.

    김 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을 방치하면 저리고 아픈 증상이 팔꿈치나 어깨, 팔 전체로 확대될 수 있고 잠에서 깰 정도로 통증과 저림이 심해지며 근육 힘이 약해질 수도 있다”며 “평소 무리한 손목 사용을 피하고, 적당한 휴식과 스트레칭으로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통증과 손 저림 증상이 심해진다면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손목 터널 중 인대가 누르고 있는 부위를 작게 절개해 신경을 압박하는 부분을 끊어주는 손목인대절개술을 받는 것이 좋다. 최소 절개법인 이 수술은 간단하기 때문에 10분 가량이면 시술이 끝난다.

    ◆ 요리사와 운전수를 괴롭히는 손가락병, 방아쇠수지 (Trigger finger)
    방아쇠수지는 손가락을 구부리고 펴는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고 약간의 힘을 줘야만 딸각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펴지는 증상으로 마치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저항감이 느껴져 붙여진 이름이다. 손가락을 구부리게 하는 힘줄은 정상적으로 ‘활차’라는 이름의 터널을 지나게 되는데 이 터널 크기는 힘줄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따라서 터널이 좁아지거나 힘줄이 굵어지면 터널 통과가 어렵게 되는데 방아쇠 수지는 각 손가락의 힘줄을 싸고 있는 막이 붓거나 결절이 생겨 터널을 쉽게 통과하지 못해 발병하는 것이다. 주로 약지 장지 엄지에 많이 발생하며 손가락을 펴고 구부리는 것이 어렵고 손바닥 아래쪽 부분에 작은 염증이 생겨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칼질을 많이 하는 요리사나 운전을 오래 하는 택시 운전사, 버스 운전사, 또는 골프채를 꽉 잡는 초보 골퍼들에게 발병하며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어야 하는 주부들에게도 많이 발병한다. 유전적인 원인으로 인해 영아 소아들에게 발병하기도 한다. 어른과 달리 영, 소아 방아쇠수지의 특징은 손가락이 구부러진 채 펴지지 않고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 원장은 “방아쇠수지는 특별히 수술을 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 없이 살 수는 있지만 방치해두면 관절인대가 그대로 굳어버려 계속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콤플렉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영 소아 환자는 운동 치료만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고 일반 환자도 초기에는 찜질이나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주사 요법과 간단한 수술이 필요하다. 방아쇠수지 수술은 간단한 수술로써 인대가 걸리는 부위의 터널을 조금 찢어 넓혀주거나 기능을 방해하는 힘줄을 절개하는 수술이다. 그러나 방아쇠수지 수술은 힘줄 괴사나 신경 손상 등 부작용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정동병원 김창우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