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미미야 ⓒ 이준헌 조선일보 객원기자
    ▲ 아미미야 ⓒ 이준헌 조선일보 객원기자

    아마미야 카린은 르포 작가이자 가수이며 청년 실업 문제를 세상에 알리는 사회운동가다. 트럭에 대형 스피커를 싣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사운드데모를 벌이고 책을 쓴다.

    고등학교 졸업 후 5년 동안 '프리타'(프리랜서+아르바이트의 일본식 합성어)로 온갖 일을 전전했던 그는 극우파 록밴드 보컬로 활동하다 좌파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하면서 전향하는 극적인 인생을 살아왔다. 2007년에 쓴 '살게 하라! 난민화하는 젊은이들'은 일본저널리스트 회의상을 받았다.

    검은 티셔츠에 검은 레이스 치마, 검은 군화, 검은 모자로 온통 새까만 옷차림에서 '한때의 록 보컬리스트' 취향을 강하게 풍기는 그가 서울에 왔다. 5월 1일 홍대 앞에서 열리는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노동절' 잔치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청년 실업 문제는 결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도 10년 전 버블 경기가 무너지면서 '취직빙하기'를 겪었습니다. 글로벌 경제체제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대체 가능'한 1회용 인력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답게 일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문제의식을 넓히는 게 이번 잔치의 뜻입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여 길게 늘어뜨리고, 펑크족 같은 옷차림을 한 사회 운동가는 한국 사회에는 아직 낯선 존재다. "2000년대 들어 이렇게 입고 있습니다. 이게 저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프리타로 살면서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할 때 그는 극우단체 '돌격대'에 들어갔다.

    "자기 책임을 말하는 그들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 '새로운 신-포스트 이데올로기'의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으며 그는 사회운동가로 변신했다. "지난해 한국에 와서 청년 실업과 임시직 취업, 홍대 앞 '인디 문화' 현장을 보고 일본이 겪었던 문제와 너무도 똑같은 데 놀랐습니다. 기시감(旣示感·전에 본듯한 느낌)을 느꼈을 정도입니다."

    그는 "젊은이들이 인디 밴드를 만들고, 자유롭게 살면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건 자신의 현실을 감추는 말"이라고 했다. "일본에도 그렇게 '프리타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허위의식이 있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적어도 아기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임금은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에서 성취감을 얻고 성숙해 가지 못하면 자포자기가 생깁니다.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군인으로) 일자리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로 일본 사회에서 청년 실업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도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 젊은이들이 겪는 취업난과 불안을 취재해서 최근 '성난 서울'(꾸리에)이란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