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고관절 강화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예방할 수 있어

     207.71이라는 경이적인 점수와 함께 2009 국제빙상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 대회 1위를 차지한 자타공인 피겨의 여왕 김연아! 경기 내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세계 최강의 아름다움을 선보인 그였지만 그 자리에 서기까지 그의 가장 큰 상대는 일본 아사다 마오도 아닌 바로 부상이었다. 작년 2008 4대륙 대회도 고관절 부상으로 불참했어야 했고 이번 시즌 그의 예상 성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연아 선수가 가장 먼저 했던 대답도 바로 ‘고관절 부상이 사라져 컨디션이 좋다’는 대답이었으니 말이다. 그가 피겨의 여왕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그를 가장 많이 괴롭게 한 것, 그의 고질병인 “고관절 부상” 에 대해 알아보자.

    꼭꼭 숨어 있어 통증에 둔감한 엉덩이 관절

    고관절은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관절로, 쉽게 말해 ‘엉덩이’와 ‘다리’를 이어주는 관절이다. 흔히 엉덩이 관절이라고 부른다. 고관절은 무릎 다음으로 큰 관절이며 하체를 골반 부위에 연결시켜 걸을 때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지렛대 역할을 하거나 상체의 무게를 받아 분산시킨다. 이런 이유로 보행시 고관절에 걸리는 하중은 자기 체중의 2.5~5배에 이르며 달리거나 도약할 때에는 약 10배에 달한다.

    고관절은 마치 소켓 모양의 골반 뼈 속에 공처럼 생긴 허벅지 뼈의 골두가 맞물린 것처럼 생겼는데 뼈가 도드라져 보이는 무릎과는 달리, 고관절은 단단한 근육으로 덮여 있어 눈으로는 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고관절 부상을 김연아 선수처럼 특정 스포츠 종목 선수들에게만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고관절은 사소한 생활습관이나 실수로 인해 손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다. 물론 고관절은 강력한 근육과 인대로 엮여있기 때문에 어깨처럼 쉽게 빠지거나 변하지는 않지만 부적절한 자세나 나쁜 습관이 오래될 경우 관절의 변성과 질환을 불러오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관절은 다른 관절과 달리 허벅지 근육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통증에 둔감한 편이라 진단이 어렵고 주위에 질환이 생겼어도 허리나 무릎 부위의 통증으로 느끼는 경우가 있어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고관절 질환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가장 많이 생기는 것으로 고관절 골절, 퇴행성 관절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을 들 수 있다.

    무리한 스포츠 활동으로 인해 생기는 고관절 골절

    일상생활 중 넘어지거나 무언가에 부딪혀 엉덩이 부위에 충격이 가해질 때가 있는데 이 때 고관절 골절이 생길 수 있다. 김연아 역시 점프 연습을 하다 차가운 빙판 위에 넘어지는 경우가 많고, 점프 후 스케이트의 얇은 날로 서는 동작은 체중의 2.5배에 해당하는 충격을 무릎과 척추 관절에 전달하기 때문에 쉽게 부상에 노출될 수 있다. 또한 골다공증이 있거나 뼈가 약한 노년층은 고관절 골절 시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등산이나 배드민턴, 인라인 스케이트 등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층 역시 고관절 골절을 조심해야 한다.

    연골의 마모와 손상, 퇴행성 관절염

    흔히 퇴행성 관절염을 무릎 질환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퇴행성 관절염은 온 몸의 관절에서 쉽게 나타날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뼈와 뼈의 접합부분에 있는 연골이 마모되거나 손상되는 것인데 보통 나이가 들어 저절로 마모되는 경우가 많지만 외상으로 인해 파괴되는 경우도 많다. 만약 오랫동안 서 있거나 걸었을 때, 앉았다 일어설 때 허벅지 안쪽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걸음걸이에 불편을 느낀다면 고관절 퇴행성 관절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고관절 질환의 약 70%를 차지하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가수 김경호로 인해 알려진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고관절에 생기는 가장 대표적 질환으로 허벅지 뼈의 머리 부분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뼈가 괴사되는 병이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고관절 질환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며 사회활동이 활발한 30~50대의 청장년층에서 많고 여성보다 남성환자가 3배 이상 많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친 음주로, 초기에는 사타구니 앞쪽이 뻐근하고 많이 걸으면 고관절이 쑤신다. 그러다 악화되면 통증이 심해져 걷거나 양반다리를 할 수 없게 되고 관절이 주저 앉아 다리가 짧아지기도 한다.

    고관절 강화 운동과 생활 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어

    김창우 정동병원 원장은 “고관절은 일상 생활 중에 쉽게 손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이므로 평상시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많은 사람이 증상을 방치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 인공관절 수술을 요하는 등 큰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고관절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걸을 때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즉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관절은 인체 관절 중에서 두 번째로 큰 관절이라서 치료가 힘들고 회복 기간도 길기 때문에 평소 고관절 강화 운동을 통해 고관절 질환을 예방해야 한다. 김연아 역시 고질병인 고관절 부상을 극복하기 위해 허벅지 근육을 늘리는 체력 훈련에 집중해 마르면서 튼튼한 체형을 만들었고 이는 세계선수권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또 미국의 유명 골퍼 잭 니클로스도 수십년간 고관절 질환으로 고생하다 결국 예순의 나이에 인공고관절 치환술까지 받았지만 끊임없는 관리로 골프제왕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따라서 운동 전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거나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등 생활 습관을 통해 고관절 질환을 예방해야 한다.

     [TIP. 고관절 질환 자가진단]

     1. 가만히 있어도 고관절 부위에 통증이 느껴진다.
     2. 통증이 심해 잠을 설친다.
     3. 약을 먹어도 잠시만 통증이 없어질 뿐, 약 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통증이 시작된다.
     4. 걸음을 걸을 때 너무 아파서 불편함이 느껴진다.
     5. 자고일어나면 관절 부분이 뻣뻣해지고 통증이 나타나 관절을 움직이기가 어렵다.
     6. 양반다리 할 때 통증이 느껴지거나 한쪽 무릎이 바닥쪽으로 반대편보다 덜 내려간다.
     7. 뼈와 뼈가 직접 닿아 소리가 나고,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TIP. 고관절을 강화하는 생활습관]
     1. 계단 두 칸씩 오르기
     2, 걸을 때는 보폭을 크게 만들기
     3, 양반 다리를 하거나 다리를 꼬고 앉지 않기
     4. 운동 전에는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을 철저하게 하기
     5. 지나친 음주는 금물

     도움말/ 정동병원 김창우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