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구상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달말 취임 1주년에 즈음해 재산 기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방침을 정하고 마무리 준비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재산 기부를 위한 추진위원회 위원장에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내정, 이르면 내주 중 출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지난 대선 막바지 직접 입장을 밝히면서 공론화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2월 7일 선거방송을 통해 "우리 내외가 살 집 한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밝힌 뒤 대선 이후 '조용히' 이를 위한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재산 기부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이 대통령과 김백준 총무비서관, 둘만 아는 내용"이라며 "재산 기부가 지나치게 포장되거나 알려질 필요가 없다는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조심스럽게 논의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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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때 이어 대통령 월급도 전액 기부…'정치적 해석'에는 강한 거부

    이 대통령은 대선 이전에도 재산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지난 1995년 발간한 '신화는 없다'에서 "아내와 나는 재산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술해 이미 10여년 전부터 이같은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또 대선을 앞둔 경선과정에서도 각종 강연을 통해 "아내와 아이들이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말했으며 당 검증청문회에서도 "내 작은 성취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성취라는 선물을 준 사회에 감사하며, 내 성취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보좌해온 한 측근은 "이 대통령은 자신이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가치있게 사용하면 될 것을 굳이 이벤트화하려 하지말라는 뜻을 꾸준히 밝혀왔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을 겪으며 자신의 재산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 '답답함'을 느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대선 1주년경에도 "재산 기부 약속을 빨리 지켜라"는 정치권의 닦달이 이어졌지만 청와대는 "약속한 것은 지킨다"며 원칙적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 월급 전액을 환경미화원과 소방대원 자녀 장학금으로 기부했고 현재도 월급은 주로 복지·문화·교육 분야 등을 살피는 부인 김윤옥 여사를 통해 사회 곳곳에 기부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어느 한 단체를 통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어 과거처럼 하지는 못한다"며 "그러나 이 대통령이 받는 월급보다 더 많은 사비가 매달 기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부 총액 300억원 규모될 듯…오해, 논란 피해 '조용히' 시작
    이르면 내주 중 추진위 출범, 위원장에 송정호 전 법무장관 내정

    재산 기부 방식은 장학재단과 같은 공익재단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여기에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사업도 함께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을 겪었으며, 고학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가난의 대를 끊는 것은 교육", 그리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철학을 밝혀왔다.
     
    지난해 4월 공개한 대통령실 재산등록 현황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재산은 350억원 가량이다. 이 중 서울 논현동 주택(약 50억원)을 제외하면 기부 총액은 무려 3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없애기 위해 조용히 사업을 시작하면서 임기 후에는 기부와 출연을 통해 단계적으로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