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7일 사설 '공 교육감 그렇게 아프면 교육감직 수행할 수 있겠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2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아 국감이 파행했다. 혈당 수치가 높아져 전날 갑자기 입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쉽게 믿기지 않는다. 당뇨병은 만성질환이고 인슐린 주사로 언제든 혈당치를 낮출 수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감에게 연락조차 안 된다고 한다. 명색이 교육감이 국감 출석을 피하기 위해 지병(持病) 핑계를 댔다면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공 교육감은 첨예한 교육 현안의 중심에 서 있다. 국제중 설립, 사교육비 절감대책,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고교선택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 전체의 교육정책이 영향을 받는다. 주요 선거공약인 국제중 설립만 해도 평준화의 틀을 깨고 수월성 교육을 강화할 상징적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

    그럴수록 소신 있게 반대세력과 맞서야 함에도 야당의 집요한 추궁이 두려워 ‘도피’했다는 얘기나 들어서야 무슨 일을 하겠는가. 국제중 문제뿐만이 아니다. 여론이 반반으로 갈린 예민한 사안일수록 교육감이 앞장서서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구차하게 서울시교육위원회와 한나라당에 떠넘긴다는 인상이나 줘서야 무슨 정책을 펼 수 있겠는가.

    교육계 안팎에선 “공 교육감이 이번 주로 예정된 서울시교육위원회의 국제중 재(再)심의와 국회 상임위 회의가 끝날 때까진 퇴원하지 않을 것”이란 말까지 나돌고 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공 교육감은 자신에 대한 서울 시민의 신뢰가 바닥임을 알아야 한다.

    지난번 선거에서 서울 시민이 고령에다 이런저런 흠이 없지 않은 공 교육감을 수도 서울의 교육수장으로 선택한 것은 전교조를 비롯한 비(非)교육, 반(反)교육 세력에 맞서 제대로 한번 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선거자금 조달 의혹으로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더니 이젠 칭병(稱病) 시비까지 낳고 있다. 그렇게 아프다면 교육감직을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