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지난 12일 무산된 추가경정예산안 재처리 방침을 결정하고, 홍준표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 문제는 추후 논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선 추경안 처리, 후 홍준표 재신임 여부 논의'로 가닥을 잡은 것.

    16일 오후 2시부터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원내지도부의 '유임'과 '사퇴'를 두고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홍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얼굴만 내비친 후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맞다. 의총에서 결정하는대로 하겠다"고 말하며 바로 퇴장했다. 이 자리에서 진수희 정태근 김용태 권택기 의원 등은 홍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주문한 반면, 이인기 권영진 박종희 손범규 의원 등은 '유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결과를 놓고, 당내에서도 '사퇴'라는 의견과 '유임'이라는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정현 의원은 "재논의한다고 하지만 추경안 끝났다고 다시 관두라고 하게 되겠느냐"며 홍 원내대표가 재신임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해진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 원내대표가 독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추경안이 통과될 경우 원내지도부를 향한 당내 질타는 수그러들 분위기로 전환될 가능성도 적지 않으나, 이날 발언한 18명의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의원들이 홍 원내대표 사퇴에 무게를 실은 상황에서 홍 원내대표가 '자리 보존'을 하는 것은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박희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견을 모은 대로 결자해지 한다는 차원에서 추경예산안 처리 문제는 홍 원내대표가 맡아서 완결짓도록 하고, 인책 문제는 그 이후에 논의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대변인은 "의원들 모두가 박수로 박 대표의 의견에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추경안 처리무산 책임론을 둘러싸고 당내 기력을 소진하느니보다 당력을 집중할 시기라는 데 공감한 셈.

    조 대변인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다수 의석을 차지해 그에 걸맞은 시스템이 부족했던 것을 인정하자는 의견과 이번 시행착오를 일신의 계기로 삼자는 의견도 개진됐다"면서 "경제 상황, 북한 상황 등 여러 불안정한 상황이 있고, 이명박 정부의 추진입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첫 정기국회인 만큼 큰 항해를 앞두고 선장을 내리게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