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발생(7.11) 20여 일만인 3일 공식 보도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도 자신들의 '정당성'을 중심으로 사건을 알리기 시작했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아침 방송에서 배경 화면 없이 여성 아나운서가 '조선인민군 금강산지구 군부대대변인 특별담화' 내용을 읽는 형식으로 금강산 피살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보도했다.

    중앙TV 아나운서는 담화 전문을 소개하며 북한군이 향후 대응 조치로 제시한 불필요한 남측 인원 추방, 남측 인원.차량 군사분계선 엄격 통제, 사소한 적대행위에 대한 강한 군사적 대응 등을 엄숙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북한의 대내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도 이날 아침 같은 내용을 처음 소개했고, 조선중앙통신과 대남방송인 평양방송도 일제히 이 소식을 내보낸 이후 뉴스시간마다 반복 보도하고 있다.

    북한은 사건 발생 하루만인 지난달 12일 오후 7시 중앙통신이 피살사건에 대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의 담화를 처음 내보낸 데 이어 같은 날 저녁 평양방송을 통해 두 차례 반복했으나, 북한 주민들이 청취할 수 있는 중앙방송과 중앙TV에서는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중앙통신은 대내외 기관.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북한 주민 개인이 수신할 수는 없다. 북한이 이처럼 북한군의 강경 입장을 담은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의 담화 발표를 계기로 금강산 피살사건을 주민들에게 공개한 것은 남측의 '과잉대응론'을 차단하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담화에서 남측이 "마치 우리 군인이 군사통제구역에 들어온 침입대상을 이른 새벽에 산책하는 비무장관광객인줄 뻔히 알면서도 '과잉대응'한 것처럼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며 사건 발생지역이 "우리 군대의 엄격한 군사적 대응조치가 정황에 따라 즉시적으로 취해지는 최전방지역"이라고 강조한 뒤 "넘어서는 안될 경계울타리를 벗어나 관광객이 우리측 군사통제구역 안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죽음을 당하는 일은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아울러 "우리 군대가 취한 정정당당한 군사적 조치가 북남사이에 체결한 금강산관광법이나 관광지구의 출입.체류에 관한 합의를 난폭하게 위반한 것처럼 법석 고아대고 있는 이유"를 "북남관계를 더 험악한 지경으로 몰아가려는 (남한 정부의) 고의적인 반공화국(반북) 대결책동"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이번 사건을 국제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는데다 해외출장자나 방북자 등을 통해 어차피 주민들에게도 알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냥 숨기기 보다는 오히려 남측 관광객의 피살 원인과 북측 조치의 당위성을 주민들에게 적극 선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의 사고방식으로 미뤄볼 때 "군사통제구역 안에 들어온 불청객은 그가 누구이던, 더욱이 근무 초병의 지시에 움직이지 않을 때는 총을 발사하는 것이 마땅하며 특히 '적'인 남쪽과 대치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더더욱 군사규칙대로 엄격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인명경시풍조"가 농후한 북한 사회에서 북한의 이런 주장은 주민들에게 상당한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