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대 국회.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을 쥐락펴락 했던 주역은 108명(152석 중)의 초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여러 이슈마다 제 목소리를 가감없이 표출했다. 중진 그룹 비판은 물론, 대통령에 대한 공격도 서슴치 않고 해 내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 열우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정제되지 않은 초선 의원들의 주장이다. 일부 의원들은 초선을 "싸가지 없었다"고까지 평했다. 이들의 존재는 당시 여당이 이슈마다 우왕좌왕 하던 가장 큰 원인으로도 꼽힌다. 그러나 긍정적인 평도 상존한다. 어느 국회 보다 여야간 충돌하는 법안이 많았었지만 이들의 역동적인 활동이 야당과의 대치정국을 압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열린당과 4대 법안 처리를 두고 대치할 당시 한나라당 내에선 야성 있는 의원들의 필요성이 많이 제기됐고, 일부 한나라당 재선 의원들 입에선 "(열우당의) ○○○같은 의원 한 둘만 있었으면 이렇게 밀리지 않을텐데…", "우리 당 의원 열명이 (열우당) ○○○ 의원 하나 못당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18대 국회는 상황이 바뀌었다. 구 열우당은 이제 81석의 야당(통합민주당) 입장이다. 17대 국회 때 보다 더 '야성'있는 의원들이 필요한 시점인데 정작 18대 국회에선 두각을 보이는 초선 의원들이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물론 국회가 파행 중이라 이들의 활동 폭이 제한돼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현 정국은 어느 때 못지 않게 굵직한 이슈가 가득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은 물론, 민주당은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체성'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새 지도부에 참여하려는 당권 주자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재창당 수준'으로 탈바꿈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당 노선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니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돼야 하지만 유독 초선 의원들은 입을 좀처럼 열지 않고 있다. '쇠고기 정국'에서 정부·여당과의 충돌도 재선 이상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쇠고기 정국' 속에서 장관 고시 관보 게재 유보와 정부의 추가협상을 이끌어내는 데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민주당 초선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초라한 모양새다. 물론 과거 열우당과 비교할 때 크게 줄어든 의석수 때문일 수도 있다. 현재 민주당의 초선 의원은 21명(지역구 8, 비례 13명)이다. 지난 4·9 총선에서 신인 보다는 현역 의원 위주로 공천을 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그러나 21명의 초선 의원들 조차도 '야성' 있는 의원들 보다 대부분 관료 출신이나 전문가로 채워져 궂은 일을 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게 당내 일반적 평이다. 더구나 대부분 초선이 나이도 많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요즘 초선 의원들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너무 조용하다. 전당대회가 열리고 하면 여기저기서 당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그러면서 시끌벅적 해야 당에도 생동감이 도는데 대부분 초선이 정치보다는 연구하고 공부하러 온 학생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