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노빠' 무소속 유시민 의원의 낙선 결과를 놓고 말들이 많다. 선거가 끝난 후 "선전했다"는 자평 속에 낙선 사례, 지지자 모임 등을 알리는 데 유 의원측이 주력하면서, 유 의원이 득표한 '2만3000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유 의원 지지자가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낙선사례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떠돌며 관심을 얻기도 했다.

    지난 11일 유 의원은 낙선인사를 한 후 한 선거운동원에게 "2만3008표면 월드컵 경기장 3분의 2에 해당하는 숫자"라면서 "다음에는 낙선인사 대신 당선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을 지지하는 팬클럽 시민광장은 각 지역별로 감사 현수막을 만들어 오는 이벤트를 13일 벌였고, 대구지역 팬클럽은 현수막 슬로건을 '다음엔 한 표 꼭 찍어주이소'로 정했다.

    이처럼 유 의원측이 강조하는 2만3000여표(32.59%)가 과연 유 의원이 나타낸 득표력일지는 의문이다. 4.9총선에서 대구 수성을 지역에는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 유 의원, 그리고 평화통일가정당의 신귀남이 후보 등 3명이 출마했었고, 주 의원이 4만6131표(65.35%)를 얻어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신 후보는 1445표(2.04%)를 얻는 데 그쳤다.

    전통적 '야도' 성향의 대구에서 새 정부의 내각 인선 파동과 한나라당 공천 갈등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양자 대결 구도로 치러진 선거에서 유 의원의 득표수나 득표율은 특이할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 대구시당측은 "유 의원이 얻은 표에는 '친박' 바람을 탄 영향이 크다"고 풀이했다. 한 시당 관계자는 "수성을은 친박 후보가 없었고 주 의원과 유 의원과 맞대결 양상이었다"면서 "오히려 유 의원이 얻은 표는 예상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이 출마한 대구 북갑 지역과 비교하며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 이 의원은 3만323표(52.58%)로 당선됐지만, 무명에 가까웠던 친박연대 박영민 후보가 약 35%의 득표력을 보였던 것. 그는 "북갑에서 이 의원 외에 지역인지도가 높은 다른 후보들이 나섰지만 '친박 바람'이 그대로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5명이나 출마한 지역에서 '친박' 후보가 얻은 35%에 비하면 양자 대결 상황에서 유 의원이 얻은 32%는 오히려 낮은 득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 관계자는 "유 의원의 개인 득표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분석은 지난 17대 총선과 비교할 때도 설득력있게 보인다. 2004년 총선에서 주호영 당시 후보는 6만2927표(66.49%)로 당선됐으며 열린우리당 윤덕홍 후보는 2만534표(21.69%), 무소속 남칠우 후보는 1만81표(10.65%)를 얻었다. 득표율로만 따졌을 경우 이번 총선과 큰 변화가 없다. 남 후보는 지난 2005년 10.26 대구 동을 재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이강철 후보측 선거대책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았었다. 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대구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몰표를 주지 않는다. 항상 30% 가량 견제세력을 선택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의 대구 출마가 과거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며 부산에서 출마해 낙선했던 노무현 당시 후보의 정치경로를 따라 한 '정치쇼'라는 냉소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