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공정방송노조는 KBS 정연주 사장을 비판하는 연재글인 '정연주 5년을 고발한다'를 사원용 온라인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1편 '무모한 팀제, 조직을 붕괴시켰다' 전문입니다.

    특별기획 연재를 시작하며

    제17대 대통령 선거도 끝나고 바야흐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려는 시점이다. 새 정부 출범은 사회 전 부분에 걸쳐 크고 작은 변화와 적응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KBS도 좋든 싫든 이런 변화의 흐름과 무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 KBS 사장이 정치권력의 코드로 임명되었기에 변화는 더욱 필연적이다.
    좌편향 정부라는 비판을 들었던 노무현 정권의 시작과 함께 KBS 경영을 맡아 온 정연주 사장! 그는 지난 5년간 KBS를 어떻게 경영해 왔는가? 그가 남긴 족적은 KBS 35년 역사에 어떻게 기록돼야 할까?

    KBS공정방송노동조합은 오늘부터 정연주 사장의 지난 5년 경영의 적폐를 냉철히 따져보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앞으로 4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2008. 1. 30. 공정노조-

    특별기획 “정연주 5년을 고발한다” 

    1. 무모한 팀제, 조직을 붕괴시켰다


    “동지…”, “스스로 떠나라”

    2003년 4월 28일, KBS 공개홀 TS-1. 

    한겨레 논설위원 출신 정연주 씨가 사장으로 취임하는 날이다. 전임 사장 서동구 씨가 임명된 지 10일 만에, 노무현 대통령후보 언론 특보를 했던 정치적 행적 때문에 도중하차하고, 갓 취임한 대통령이 국회에서 그 자초지종을 해명까지 해야 했던 터라 이날 그의 취임식에는 안팎의 이목이 집중돼 있었다.

    이런 취임식에서 그는 실수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계산된 발언을 한다. 우리 KBS사원들을 ‘동지’라고 불러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가하면 사원들에 대한 적의를 여과 없이 드러내 사원들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한다. 

    ‘동지!’
     
    독립운동을 하는 시대도 아닌 바에야, 정치인이 아니면 일반인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 그의 생뚱맞은 '동지' 타령은 그가 정치인임을,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이미 변했음을 이렇게 내비쳤던 것은 아닐까? 

    또 이제 막 사장에 취임하는 마당에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듣고 왔기에 우리 회사와 사원들에 대해 격한 비난을 쏟아내야 만 했을까? 그는 우리 사원들을 “골프 접대나 받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가 하면,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스스로 회사를 떠나라”고 일갈했다. KBS 조직과 조직원에 대한 적의는 ‘청산의 대상’에 대한 경고를 명시적으로 전달하려는 분명한 의도였던 셈이다. 그의 ‘동지’들은 철저히 제외하겠다는 암시를 담고서 말이다.

    우리 사원들을 놀라게 한 것은 또 있었다. 그가 취임식장에서 ‘KBS 사가’ 제창을 금지한 것이다. 임직원이 함께 ‘KBS의 사명’을 인식하고 의지를 다지는 노래가 ‘사가’일진데, 그는 이렇게 KBS의 역사와 사명과 사원 통합을 부정한 것이다.

    개추단, 조직을 마비시키다

    그는 사장 취임 후 곧바로 ‘개혁 추진단’을 구성한다. ‘독점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으로’, ‘집중에서 분산으로’, ‘폐쇄에서 개방으로’라는 그의 3대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젊은 KBS, 사랑과 신뢰받는 KBS'를 만든다는 명분이었다. 

    KBS의 모든 개혁은 이 ‘개추단’에서 비롯된다. 팀제가 되었건 인사평가제도가 되었건, ‘개추단’은 회사의 주요 결정을 독점적으로 처리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개추단’에서 비롯된다. 전직 노조위원장 등 노조 전임자 출신이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한다. 그 결과 ‘개추단’은 노동조합과 비슷한 목적성을 가지게 된다. 심하게 말하면 ‘개추단’이 노조의 영향력 아래 놓이고, 노조의 의견이 회사의 방침으로 현실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노조 실력자(?) 뜻대로 회사의 정책이 좌지우지되면서 회사의 계선 조직은 무력하게 붕괴된다. 이제 회사의 모든 구성원은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노조와 ‘개추단’만 바라보게 된다.

    팀제, 밤사이에 운명이 바뀌다

    ‘팀제!’. 각 본부별 대표자도 포함된 ‘개추단’은 팀제를 놓고 의견이 양분됐다. ‘대팀제’냐 ‘소팀제’냐의 선택이었다. PD협회가 대팀제를 강하게 선호했지만 대세는 소팀제로 거의 굳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막판에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몇몇 위원’이 대팀제로 가야한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갑작스런 그들의 ‘위세’에 다른 위원들은 그저 다소곳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KBS를 오늘처럼 반신불수의 조직으로 마비시켜 버린 ‘대팀제’ 결정은 그야말로 밤사이에 운명이 바뀌고 말았다. 그들의 팔에 무슨 완장이라도 있었던가?

    ‘팀제’, 무엇이 문제였던가? 정연주 씨가 업적 1호로 내세우는 팀제, 정부와 공공기관을 통틀어 가장 성공작이라고 일컬어졌던 KBS 팀제가 아니던가.
    ‘국부제’가 됐건, ‘팀제’가 됐건 각기 특징과 소용이 있다. 조직의 존재 이유나 목적, 특성에 따라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채택해 시행하면 그 뿐이다. 그러나 KBS에는 적합성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그것이 조직 전체를 붕괴시켜 버리고 마는 독과수일 뿐이었다.

    2004월 8월 9일. 마침내 ‘팀제(대팀제)’가 시행된다. 차장 이상 간부 1,202명이, 프로젝트 팀장을 포함한 팀장급 186명으로, 약 1/10로 줄었다. 정 사장은 “경험 많은 선배들이 현업으로 돌아와 일손을 도와주게 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둘러댄다. 과연 그렇게 됐을까?

    ‘끼리끼리’ 인사, 실종된 게이트 키핑

    팀제의 성패는, 개인적 지지 여부를 떠나 그 기능성과 효율성 기준에서 판단돼야 한다.
    먼저 기능성 면에서 보자. 팀제 결과 데스크(게이트 키핑) 기능이 실종되고 말았다. 가장 치명적이고 심각한 폐해다. 어느 누구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기가’와 ‘장군가’가 버젓이 전파를 타는가 하면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한 패러디 사진 사건, 그리고 특정 시사프로그램이 끊임없이 편파방송 시비에 휩싸이는 것들이 모두 데스크 기능이 실종된 결과다. 이 조직에 제작자만 있을 뿐 데스크는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데스크 기능의 실종은 회사 내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사외의 여러 이해 당사자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관련 학자들의 반발을 샀다. 수신료 거부 운동이 한편에서 시작되는가 하면 각종 민형사상 고소·고발 사건으로 줄소송을 당하고 있다. 최근 3억 원의 ‘강제 이행금’ 납부와 미국 LA의 한 보도 건과 관련해 US$ 300만(3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고, 최근에는 한 프로그램을 상대로 3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요구 액수가 무려 300억 원이 넘고 있다. 가뜩이나 적자에 시달리는 판에 수신료 받아 손해배상에 다 쓰는 일이야 없어야 하겠지만, 법원의 판결여부에 관계없이 KBS 프로그램이 법의 심판대에 서는 일이 너무 빈번해진 것은 게이트 키핑 기능 실종에 따른 자업자득이 아니겠는가?

    팀제 하에서 게이트 키핑 기능 실종 현상에 또 다른 원인을 제공한 것은 팀장들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즉 데스크 기능을 할 수 없는 그런 일부 사람들을 앉혀 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후배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어떻게 데스크인가”고 드러내놓고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경력이나 능력으로 볼 때 도저히 ‘감’이 안 되는 인물이 있다는 것이다. 본인은 애당초 능력이 없고 후배들로부터는 인정을 못 받으니 게이트 키핑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정 사장의 인사는 누가 뭐라고 해도 문제가 너무 많았다. 하나 같이 ‘코드 인사’에 ‘끼리끼리 인사’였다. 어느 정치인의 ‘뺄셈 정치, 코드 인사’가 정 사장의 KBS에도 코드 인사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노조 간부 출신들 대부분이 보직을 받거나 중용됐다. P, C, C, H, L, K 씨 등은 대표적 사례다. 노조 특정 인맥이 중용됐다는 인사 평이 파다했다. 그래서 ‘노·사의 동침시대’라고 하지 않았던가. 피디 협회장도 보직자에 당연히(?) 포함됐다. 일부 기자 출신들은 특파원으로 선발됐다. 노조 간부 출신과 PD협회장 출신이 중용된 비율은 전체 팀장의 20%에 이른다. 팀제의 진정성이 의심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통 큰 ‘특별 승격’ 잔치

    시민단체와 노조 및 PD협회의 추천에 힘입어 사장이 됐으니 어느 정도 보은은 하리라며 넘어갈 수도 있다. 문제는 정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정 사정은 ‘코드 인사’에도 성에 안 찼는지 ‘특별 승격’을 통한 대규모 발탁 인사를 단행한다. 사실상 ‘동지’들만의 잔치이다.

    ‘특별 승격’은 2003년과 그 이듬해 연속 단행된다. 첫 해인 2003년 5월 9일 무려 12명이 명단에 올랐다. PD가 6명으로 절반을 차지한 가운데, 기자가 4명, 행정과 기술직 각각 1명씩이었다. 그리고 다음 해 2월 10일 2차 ‘특별 승격’에서는 8명이 혜택을 받았다. PD가 3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기자·아나운서·행정·사서·IT직에서 1명씩이었다.

    인사권자의 숨은 의도가 무엇이 됐건 발탁 대상자는 동료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구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혜 인사의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특별 승격’되는 영광을 누렸는가? 그리고 그런 대규모 승격 잔치를 벌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나머지 사람은 도저히 쓸모없는 사람들이거나 공적이 없단 말인가?

    KBS에서는 적어도 그 전까지는 그야말로 ‘특별한 공적이나 증명된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특별 승격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자주 있지도 않았고 대상자도 많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1995년부터 2002년까지(홍두표, 박권상 사장 재임) 8년간 1직급에서 관리직급 직위로의 특별 승격자는 7명에 불과했다. 1년에 1명꼴도 안 된다. 그만큼 엄격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 사장은 지난 8년 치보다도 3배나 많은 사람을 취임 후 단 1년 사이에 승격시켜 버렸다. 전례가 없던 통이 큰 승격 잔치를 벌인 것이다. 게다가 특별 단축된 기간도 통상적인 3-4개월이 아니라 훨씬 길었다. 6개월 미만인 경우가 8명으로 전체의 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는 짧게는 1년, 길게는 무려 2년 5월을 단축시켜줬다.

    이들 특별 승격자 20명 가운데 PD가 절반가량인 9명을 차지했다. 가히 PD들의 승격 잔치라 할만 했다. 그 가운데서도 징계 중인 모 PD를 특별 승격자에 포함시켜 우리 모두를 아연케 했다. 이것은 사규에 위배되는 인사권 남용이다. 정 사장은 사규와 사원들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단 말인가?

    신문사 근무가 방송 경력?

    정 사장이 부임해 온 이후 사원 채용과 관련해서 새롭게 시행한 것이 있다. 지역국 신입기자 선발에서 해당 지방대학 출신자를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경력 기자 선발제다. 지방대학 선발제가 기자 자질 면에서 일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 일찍부터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 문제는 논외로 하겠다. 대신 왜 그런 제도를 도입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경력 기자 문제만 보기로 한다.

    경력 기자는 방송(언론)계 경험을 가진 사람을 그 경력을 인정해 주면서 사원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KBS에 들어와 방송 현장에서 ‘즉시, 그리고 기존 멤버보다 어쩌면 더 훌륭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구비하고 있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구태여 경력 사원을 뽑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들을 훈련이라도 시켜서 활용해야 할 처지라면 무엇 때문에 경력 기자를 선발해야 한단 것인가?

    그럼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채용됐을까? 회사는 이에 관한 자료 공개를 한사코 꺼린다. 특히 출신 회사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신입 사원에 대해 출신 학교를 묻는 것과 경력 사원에 대한 전 소속사를 묻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출신 학교를 따지는 것이야 피해야 할 일이지만 경력 사원으로 입사한 이상 전 소속사를 밝히는 것이 어째서, 무엇이 비밀이라는 것일까?

    공정방송노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006년부터 경력사원을 채용했다. 2006년에 총 16명, 2007년에 모두 30명이다. 첫 해는 전원 기자 직종이었고 지난해는 기자, 촬영기자, PD, 방송기술까지 포함됐다.

    그런데 그들의 전 소속사를 보면 회사가 자료 공개를 꺼리는 이유를 알만도 하다. 지역국 경력 기자의 경우 2007년도 수도권 기자 4명 전원이 신문사 기자 출신이었다. 지역국 기자의 경우 약 40% 정도가 역시 신문사 출신이다. 그리고 본사 경력 기자의 경우도 절반 이상이 신문 기자 출신이다.

    신규 채용보다 많은 경력 기자 채용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방송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을 무슨 이유로 뽑았단 말인가? TV 방송사가 뽑은 경력기자가 신문사 출신이다. 영문을 모를 일이다. 경력 사원 모집 때 ‘경력 분야’를 방송사 근무로 제한하면 차별행위로 실정법에라도 위배되는 것일까? 

    BBC나 NHK에서도 경력 사원을 모집한다. 그러나 신문 기자 출신을 뽑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TV 리포터로 쓸 사람인데, 마이크 한번 잡아 본 적이 없는 신문 기자 출신을 어떻게 방송국 경력 기자로 선발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모르게 신문사에서 평소에 방송기자 연습이라도 시켜왔던 것이란 말인가?

    이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특정 신문사나 월간지 출신이 많다는 점이다. H, S, S 신문과 잡지 M의 출신자들이 유독 많다.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다보니 이 제도에 대한 억측이 나돈다. KBS의 ‘순혈주의’를 깨기 위한 것이라고. 또 자기 편, 자기 사람 심기의 한 방편이라고. 이런 말들이 어디 가당치나 한 것인가? KBS에는 방송 통폐합으로 순혈주의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그리고 그 몇 사람 된다고 자기편을 만들려 했을 것인가.

    그런데 지난해의 경우 신입 기자 공채는 20명이었다. 반면 경력 기자 모집자는 21명이었다. 어느 새 역전됐다. 경력 기자, 왜 이렇게 많이도 뽑는 것일까, 이렇게 많이 뽑아도 되는 것인가? 그들에게 무슨 말 못 할 특별한 미션(?)이라도 부여하려는 것인가?

    정 사장은 지금 이 시점에서도 경력기자를 뽑겠다고 발표했다. 적자 에산을 편성한 2008년에, 청년실업률이 국가적 문제로 대두된 이 시대에, 의문투성이의 경력을 인정하여 임용초기임금을 높게 책정해야 하는 경력기자 채용의 숨은 의도를 누가 알 것인가?

    계급장 없는 점령군 사령관?

    방송은 현장에서 보고 읽힌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하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그 현상들이 너무 다양해서 한두 가지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으로 ‘무엇은 어떻다’고 재단하기가 어렵다. 방송 현업에 관한 한 교과서가 없는 한 이유인 것이다. 대신 선배들의 경험이 후배들에게 교과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른바 도제식 전수 방식이다.

    그런데 정연주 사장 5년 만에 KBS에 이런 도제식 전통과 유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방송국 특유의 소중한 소프트웨어 전달 시스템이 소멸된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조직은 완전히 선배와 후배, 더 정확히 말하면 ‘과거에 누렸던 자’와 ‘새로 누리는 자’로 갈라지고 말았다. 이도저도 아닌 사원들은 모빌리티가 없는 미래에 희망을 잃고, 긴장감 없는 현장에서 역설적으로 ‘원더풀 월드’를 즐기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KBS 사원이면 그 답은 다 안다. 이른바 ‘팀제’ 때문이다. 정 사장이 걸어서 들어왔음에도 특정 세력에 업혀 온 사람이라고들 수군수군했다. 정 사장의 어깨엔 아무런 계급장도 없었는데도, KBS 사원을 심하게 폄하하며 적의를 스스럼없이 드러내자, 그를 점령군 사령관에 빗대 욕하곤 했다. 정 사장이 노조와 노조 출신자, PD협회장 출신, 시민단체 등 이른바 3대 특정 세력이나 이에 가까운 사람들로 팀장이나 요직을 온전히 싹쓸이 하지 않았는데도 모두가 이들 3대 세력 출신자와 가깝거나 끈이 닿지 않으면 중용될 생각조차 말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회자됐다.

    그리고, 팀제 도입의 진정한 의도 가운데 하나가, 1기부터 10기까지를 한꺼번에 끌어내림으로써 KBS에 새로운 지배층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널리 퍼졌다. 이 얘기도 너무 앞서 나간 것일지 모른다. 10기까지 모조리 다 내려 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역사도 두렵지 않다?

    이런 바람직스럽지 못한 소문은 소문에 그쳐야 그 조직은 건전하고 희망이 있다. 그럼 KBS에서 이런 소문이나 쑥덕공론(?)은 어디까지가 진실이었을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아닌지, 일일이 따져볼 시간도 없고 필요도 못 느낀다. 솔직히 이제 너무 지쳤다. 그리고 이미 해도 기울고 있다. 정연주 씨의 사장 재임 5년은, 어떻든 모든 사원들에게 과거 어떤 사장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자국을 남겼다. 어떤 사람은 뜻밖에 ‘특별 승격’이란 기쁨을 누렸을 수도 있다. 시쳇말로 팀장이라도 한 자리 꿰찬 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5년이었을 수도 있다. 결코 같을 수 없음에도 코드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니면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생매장 당하는 그런 참담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극소수의 성공한자와 다수의 실패자로 귀결되는 ‘팀제’ 구조는 악순환의 고리로 순환하며 조직의 활력을 죽이고 냉소주의를 감염시키며 KBS를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로 내몰았다.

    우리 공정방송노동조합은 현 ‘KBS의 위기’의 원인을 진단한다. 

    그동안 KBS를 뒤덮고 있던 냉소주의와 빈발했던 부정·비리 사건, 최악의 적자경영, 이념과잉과 과도한 권력 편향 방송, 그리고 일부 부정·비리 연루자에 대한 징계권 유예와 감싸고돌기 의혹 등은 모두 정연주 씨의 무능경영과 그가 밀어붙인 ‘팀제’에 기인한다는 것을 확신한다.

    줄을 잇는 각종 소송 사건이 말해 주듯 실종된 게이트 키핑과 그의 코드 인사, 끼리끼리 나눠먹기 인사에 우리 사원들은 질렸다. 그래서 정연주 씨의 KBS 5년은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로 철저히 전락해 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정연주 씨 이전에 임직원이 합심하여 공들여 세워놓은 KBS의 높은 탑을 정연주 씨가 일거에 무너뜨렸다는 사실이다. 정연주 씨의 이름은 KBS 오욕의 역사에 길이길이 남아 있을 것이다. 

    “역사도 두려워하지 않은 자, 그는 누구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