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6일자 오피니언면 '기자수첩'에 이 신문 최경운 정치부 가자가 쓴 '팬클럽 같은 창조한국당'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5일 오전 창조한국당에서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이날 예정된 대변인 브리핑을 취소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공보국의 한 당직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당을 떠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당직자들도 연락이 닿지 않거나 "상황을 다 알지 않느냐"며 얼버무렸다. '총선에서 선전하겠다'고 다짐하던 얼마 전까지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1시간쯤 뒤 당이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브리핑 자료를 보고서야 기자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메일 내용은 문국현 대표가 작년 대선 때 쏟아 넣은 대선자금을 '당이 문 대표로부터 빌린 것'으로 회계 처리한 것에 대한 해명이었다. 문 대표가 쓴 개인 돈 74억원 중 62억원을 당의 차입금으로 처리했고, 이를 지난주 초 당 중앙위에 보고했다는 것이었다.

    상당수 당직자들이 당을 떠난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한 전직 당직자는 "문 대표가 대선에서 사재를 털어가며 정치를 살리기 위해 희생했다는 점을 강조해놓고 이제 와 자기 선거 비용을 당에 떠넘기는 건 당을 '사당화(私黨化)'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당 최고위원인 김영춘 의원과 정범구 전 의원도 이런 문제 등으로 탈당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후보 개인에게 선거비용을 전가하는 게 공당(公黨)이냐"는 반박도 당내에 있다. 실제 대선자금은 당이 부담하는 게 정상이다. 문제는 창조한국당의 당 운영 방식이 '문국현 팬클럽'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과정에서 선거 비용 부담 문제를 명확히 하지 못한 것도 그런 예다. 5.8%(137만5498표)의 득표율로 대선 때 돌풍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선전했던 정당의 대선 후 뒤처리 과정에서 들려오는 '돈 얘기'가 씁쓰레한 뒷맛을 남긴다.